[행복한 詩 읽기] 3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이채)
그리운 그 시절, 다시 한번
봄바람이 머물고 간 자리마다
싹이 트고 잎이 돋듯
당신이 걸어온 길마다
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소망하는
기쁨의 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만큼은 당신과
동화의 나라에서 꽃들과 새들과
숲 속의 오솔길을 거닐고 싶습니다
하늘 한 번 쳐다볼 사이 없이
땅 한 번 내려다볼 사이 없이
나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세월은 빠르고
쉬이 나이는 늘어갑니다
포기하고 잊어야 했던 지난날이
오랜 일기장에서
쓸쓸히 추억으로 저물어가고 있어도
오늘만큼은 당신과
나폴나폴 나비의 날개에 실려
꽃바람과 손잡고
봄 나들이를 하고 싶습니다
메기의 옛 동산에서
철없던 시절의 아지랑이도 만나고
늘 먼발치에서
몰래 보았던 옛님의 향기처럼
싱그럽게 불어오는
3월의 그 아늑한 꽃길로
이채(1961), 시인
새로이 시작하는 달, 3월. 당신의 3월 소망은 무엇인가? 꽃이 피듯, 기쁨이 만발한 한 달이 되길 희망한다. 철없던 어린 시절의 꽃놀이와 나들이를 추억하며 올봄을 기대한다.
이채는 시집 '그리워서 못살겠어요 나는', '중년이라고 그리움을 모르겠습니까', '중년의 그 사랑에는 상처를 피한 흔적이 있다' 등을 냈으며 2010년 노천명문학상 대상과 2008년 한국예총회장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