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나폴리탄] 인귀시(人鬼市) 생존 가이드

[김기훈]

우리동네목욕탕-김기훈

출처-https://gall.dcinside.com/napolitan/3325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napolitan&no=3325

해당 시리즈는 [초자연 대책국] 나폴리탄 시리즈 8탄 입니다.

7탄

https://cafe.daum.net/weareshower/ZEmz/2072

[나폴리탄] 옥류천 산책로 안전수칙

행정안전부 소속 초자연대책국에서 안내드립니다. 이 푯말을 읽고 계시다면 지금 당장 방향을 돌려 돌아가십시오. 금줄을 넘어가면 인귀시(人鬼市)입니다. 그곳은 사람과 귀신이 뒤섞인 시장으로, 귀하가 방문하기 적합한 곳이 아닙니다.

시장을 통째로 금줄로 봉쇄하고 동서남북 사방위에 불상을 배치한 바, 이 시장은 더 이상 귀하의 인지를 조작해 귀하를 끌어들이지는 못합니다. 귀하가 이곳까지 당도한 것은 순전한 귀하의 의지로부터 비롯한 것이며, 내부로 들어가고자 하는 비정상적 충동은 아마도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 안에서 무엇을 구매하려고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사람에게 저주를 걸 수 있는 인형? 합법적으로는 구할 수 없는 무기? 인육으로 된 음식? 그것도 아니면 고어 포르노를 직관하고자?

귀하가 어디서 이 시장에 대한 정보를 찾고 이곳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장 내부에서 적용되는 모든 일들은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귀하는 아마 처벌을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돌아오시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귀하를 처벌하는 것은 검경이 할 일이고, 저희는 저희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귀하가 무슨 어리석은 짓을 해도 귀하를 살려야 할 의무가 있기에, 아래의 안내문을 남깁니다. 인귀시는 현재 본 기관에 의해 거의 완벽하게 봉쇄된 상태입니다.

초자연대책국은 언제나 예산이 부족하지만, 이 일에 관해서만큼은 여러 관료와 갑부들의 협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귀시는 탄생 이래 너무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정치인들은 보기 드물게 이 일에 공분, 저희에게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것에 거의 최초로 합의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가만히 놔두면 만 명 단위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이 시장의 철저한 봉쇄를 주문했고, 저희는 훌륭히 그 일을 수행했습니다. 그 안으로 들어가 괴이를 토벌하는 대신, 사방을 완전히 봉쇄하고 ‘먹을 것’을 공급하지 않아 말려죽이는 작전을 진행 중입니다.

저 안에 있는 그들은 오랜 굶주림 때문에 언제나 먹을 것을 갈망합니다.

그들이 귀하를 단순히 먹을 것으로 본다면 상관없습니다.

큰 문제는, 그들이 귀하의 몸을 통해 금제를 우회, 바깥으로 나오고자 할 경우입니다. 그건 귀하에게는 큰 문제지만, 저희에게는 아닙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인귀시는 이미 성공적인 봉쇄가 끝난 시장입니다.

그것이 귀하의 몸을 차지해 나오는 즉시 대괴이지뢰가 폭발합니다.

이래도 들어가시겠습니까?

0.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으로 진입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경우,

혹은, 본 기관이 미처 완벽하게 봉쇄하지 못한 정신조작 효과에 따라 시장으로 들어가야만 할 것 같은 충동이 드는 경우를 대비해 아래의 생존 수칙들이 작성되었습니다.

인귀시는 적막하고 음산한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전통시장과 다르지 않고, 평범한 시장에 있을 만한 것이라면 다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판매하는 물건 중 제대로 된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1.

‘싱싱하다’, ‘살아있다’, ‘생기가 있다’ 와 같이 생명과 관련된 말은 가급적 삼가주십시오. 그곳의 상인들은 인간 구경도 해보지 못한지 오래된지라, 귀하를 보는 것만으로는 사람이라 식별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귀신은 결코 입에 담지 않는 단어들을 입 밖에 낸다면, 적어도 의심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가는 곳마다 상인들이 귀하를 주시하기 시작한다면 이미 위험수위입니다.

같은 이유로, 상인들의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그들은 우리 인간과는 크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겠지만, 그들의 기준에서는 특별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2.

이곳에서 통용되는 돈은 오로지 현찰이 전부이며, 현찰이 없다면 귀하의 신체로 갈음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현찰은 정부가 그 가치를 보증하는 신용화폐가 아니라, 금화나 은화, 보석 등 실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귀금속류입니다.

지폐나 신용카드는 절대로 꺼내지 마십시오. 동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것으로 결제를 하려고 하는 귀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결제를 시도하는 것은 더욱 위험해서 상인에게 귀하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대놓고 말해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발각된다면, 귀하는 굶주린 호랑이들 사이에 뛰어든 양과 다르지 않은 신세가 됩니다. 그것들은 귀하를 추적하며 서로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일 것이고, 결코 유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상황을 초래한 것은 다름아닌 귀하, 자신입니다.

더 이상 인육이 공급되지 않기에, 현재 인귀시의 모든 식당들은 문을 닫았습니다. 오랫동안 굶주렸던 그들의 한 끼 성찬이 되고 싶지 않다면 결코 사람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마십시오.

3.

식당이나 떡집 등 음식을 파는 가게는 아마 문이 닫혀있을 테지만, 그 앞을 지나가는 것은 가급적 피하십시오. 특히 만두가게가 가장 위험합니다.

또, 길을 걷다 앞치마를 하거나 중식도를 드는 등, 누가 보아도 요리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긴장하는 티를 내지 말되, 결코 그의 근처로 접근하지 마십시오.

인육을 오랫동안 다뤄온 귀신들은 귀하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입이 찢어질 정도로 웃고 있다면, 당장 도주하십시오. 그것은 방금 영업을 재개할 식재료를 찾았습니다.

귀하가 목적하던 물건을 구매하지 못했더라도, 이런 상황을 마주한다면 즉시 마음을 접고 탈출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소문이 퍼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4.

귀하가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에 상인이 너무 저렴한 가격을 부른다면 의아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귀신이라도 상인이고, 상인은 결코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만약 상인이 귀하에게 인형이나 조각상 등을 말도 안 되는 염가 (ex. 오른발 엄지발톱) 에 판매하려고 한다면, 가급적 다른 물건을 구매하십시오. 그것은 아마 저주받은 물건일 것입니다.

그것이 귀하에게 어떠한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귀신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싼값에 팔아넘기려고 하는 것을 사람이 구매한다면 결과가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5.

만약 상인에게, 혹은 물건에게 홀려 그러한 물건을 구입한 뒤라면, 가능한 한 빠른 속도로 시장을 돌아다니며 개울을 찾아보십시오. 본래 인귀시에는 없던 것이지만, 이제 시장에는 옥처럼 맑은 개울물 한 줄기가 흐르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이는 옥류천이라는 하천에서 뻗어진 지류로, 사람과 귀신 모두에게 치명적입니다. 본 기관이 이 사실에 착안, 옥류천의 물줄기를 이용해 인귀시를 휩쓸어버리려고 계획하다 천문학적인 예산 소요 덕분에 마음을 접은 적이 있었습니다.

수공 작전은 예산의 부족으로 실패했지만, 이론상 충분히 가능한 공격방식이라는 사실은 증명했습니다. 그 개울물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위험한 물건이 있다면 죄다 여기로 던지시되, 혹시라도 물방울이 귀하의 옷이나 몸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주십시오.

옥수가 몸에 닿았을 경우에 대한 치료법은 현재 본 기관이 (주) 태산제약의 지원을 받아 연구 중입니다. 삼가 조의를 표하지만, 적어도 고통은 없을 것입니다.

만약 상인들에게 정체를 발각당하고 도주하던 중 체력이 다해 더는 뛸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차라리 이 개울에 뛰어드십시오. 논개처럼 한놈을 붙잡고 같이 입수하시면 억울함이 조금은 줄어들 것입니다.

6.

이곳에 일부러 찾아오실 정도라면 현찰을 넉넉히 들고 오셨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시장 내부에서는 귀하의 인지가 정상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인들의 말에 홀려 충동구매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현찰이 바닥나고 귀하의 몸으로 갈음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습니다.

이는 귀신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거래법이지만, 귀하에게 적합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귀하의 신체 일부를 가져갈 때 통증이 느껴지더라도 신음을 참아주셔야 합니다. 괜히 고통을 받고 있다는 티를 내어 의심받는 상황을 만들지 마십시오.

간혹 귀신이 받아든 귀하의 신체 일부를 들고 의아해하며 ‘너무 신선하다’ 고 말한다면, 당황한채 굳어버리는 것은 금물입니다. 그렇다고 ‘어쩌다가 신선한 부위를 구했다’ 고 응답하는 것 또한 금물입니다. 거짓은 거짓을 낳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주십시오.

그것은 반드시 귀하를 보고 ‘그런 신선한 부위를 어떻게 구했냐’ 고 물어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 모든 질문들에 능숙한 거짓말을 지어내실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그렇게 계속 거짓말을 하다보면 결국 자기 꼬리를 밟게 되는 법입니다.

그냥,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던 건데 그렇게 신선하다고? 착각이겠지.’ 정도로만 말하십시오. 상인은 아마 인육 맛을 본지 오래되어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길 것입니다.

7.

구매하실 물건을 전부 구매하셨다면 이제 나무를 찾아야 합니다. 초자연대책국이 인귀시가 막 탄생했을 때부터 심어둔 신목의 씨앗이 이제 충분히 발아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현실세계에서도 눈에 띌 만큼 커다란 나무라, 변변찮은 초목이 없는 인귀시 내부에서는 더더욱 눈에 띌 것입니다. 그 나무의 앞에 가서 합장하고 음식을 꺼내든 다음 고수레를 하십시오. 가진 음식이 아무것도 없다면 생수 한 병이라도 괜찮습니다.

즉, 귀하는 진입하시기 전 반드시 음식을 챙겨가셔야 합니다. 시장 내부의 상인들은 본인들도 굶고 있는 상황인지라, 그 안에서 음식을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가지고 있는 음식이 없으시다면, 그 나무가 귀하에게 임의의 대가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부디 생명에 지장이 없는 부위를 가져가기를 바라십시오.

8.

애초에 그 나무가 귀하를 내보내주었다는 것은 귀하가 아직 사람의 모습을 하고는 있다는 뜻입니다. 귀하가 귀하도 모르는 사이 홀리거나 빙의당해 나오지만 않는다면, 아마 대괴이지뢰는 반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지뢰가 폭발한다면 귀하의 소지품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지뢰는 과학특수기동타격단에서 배치해둔 것이라, 의심의 소지가 있다면 즉각 폭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현실세계에 있을 만한 물건이 아닌 것 같다면, 그냥 옥류천에 버리고 나오십시오.

만약, 인귀시를 빠져나온 귀하를 대량의 총화기가 겨누고 있다면,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건 귀하를 구조하러 온 본 기관 소속의 과학특수기동타격단입니다.

단지, 그쪽 부서는 귀하를 어떻게든 살려서 법정에 올리는 것이 목표인 저희와는 달리, 귀하에게 아주 약간의 문제라도 있다면 즉각 사살하고자 출동한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그런 때는 두 손을 위로 올리고 변호사를 불러달라고 항변하십시오.

타격단이 귀하를 인간으로 판정한다면, 기껏해야 군사보호구역 침입 등의 죄목으로 징역을 선고받으시는 정도에서 그칠 것입니다. 물론, 귀하가 인귀시에서 불법 무기나 마약류를 구매해 소유하고 있다면 가중 처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소정의 위로금이 가족 분들에게 지급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설명했는데도 꼭 시장으로 들어가는 분이 매년 몇 명씩은 생기며, 대부분의 경우 생환하지 못하거나 사살당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시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저희는 귀하가 입을 수 있는 신체 · 정신적인 상해에 아무런 법적 제도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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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시리즈는 초자연대책국의 예산이 많았을 시점 (희망편) 이라고 생각 하시면 될것 같습니다.

잘 즐겨주세요

[아이들 예슈화]

드디어 예산이 많아졌는데 내가 일부러 들어간 거라니ㅜㅜㅜ

[김기훈]

드디어는 아니고 과거 얘기래~~

[캐롤]

일부러 들어간거면 뭐 할 말도 없네 ㅠ 부디 살아서 돌아오길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