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띠방 주관 정기산행 낙수 하나
김 난 석
내 어릴 적 가장 즐거웠던 순간들 중의 하나를 들라면
마을 잔칫날
과방(果房)에서 일을 보시는 어머님들의 손맛을 조금 보는 것이었다.
시골집의 헛간쯤에 자리를 펴놓고
한쪽엔 커다란 함지박에 떡이며 강정이며 각가지 전을 담아놓고
다른 한쪽에선 연신 손을 호호 불어가며 갓 삶아낸 돼지고기를 썰어대다가
밖에서 “두 상 손님이요!” 하고 외쳐대면
이것저것 음식을 골고루 접시에 담아내던 곳이 과방이요,
그곳에서 일을 보는 어머님들을 일컬어 과방을 보신다고 했다.
학교에 다녀오면 어느 집 과방에 들리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있었지만
숫기가 없어 감히 접근조차 못하고 사립문 바깥쯤에서 쭈뼛거리노라면
눈치 빠른 어느 아주머니가 “난석아, 이리 오렴” 하시던 목소리가
왜 그리도 반가웠던지...
그다음 억지로 끌고 가셔서 손에 쥐어주는 음식들이야
말을 더 해서 무엇하랴.
지난 일요일엔 양방 주관 산행행사로 세 시간 여의 청계산 산행을 마치고
지친 다리를 끌며 예정된 식당으로 들어섰다.
남녀 회원들이 양방 로고가 수 놓인 앞치마를 두르고 손을 맞는가 하면
인사를 받고 안으로 들어서자 이리저리 배치해 놓은 자리에 안내하는 등
친절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귀한 집 가장이요 지엄한 시어머니요 자애한 친정부모일 저들이 고마워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 옴을 숨길 수 없었다.
식당의 상호가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라 했는데
나는 그 옛날 동네 잔칫날에 과방을 차려놓고 손님을 맞던
어느 대갓집의 도련님인양 거드름을 피우며 미소도 지어봤으니
모두 후배님들 덕분이었던 것이다.(2015년 6월 17일)
위 글은 2015년도 양띠방 주관 정기산행 때의 이야기인데
그때 방장이 하얀남님이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혜야아님이 방장을 맡고 있고
양띠방 주관 정기산행은 오는 10월 8일(일)로 잡혔다.
여름도 지나고 겨울도 오기 전이니 참 좋은 때인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즐겼으면 좋겠다.
사진은 방장이 하산하는 회원들을 일일이 맞는 모습이고
총무님이 폴더인사하는 모습이요
식당에 들기 전에 손 씻으라고 물을 부어주는 모습인데
나는 몇 걸음 뒤에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 컷 찰칵했다.
첫댓글 가을 단풍 구경이 벌써 설레이네요
그날 봐요
얼굴 익히려면 그전에도 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