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리
근심 잊게 한다는 원추리…가슴앓이 명약
▶왜 천륜인가 어머니 마음
한 종교 신문에 눈물겹고 아름다운 사연이 보도되었다. 앞 못 보는 어머니와 아들 단둘이 살았다. 효성이 지극했던 그 아들은 어려서부터 소원이 눈먼 어머니가 눈을 떠서 세상구경을 할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이었다. 생각 끝에 자기의 한 쪽 눈 각막을 떼어 어머니께 이식시켜주기로 마음먹고 어머니 승낙을 받고자 10여 년을 졸라 설득을 해서 그들은 함께 병원을 찾아갔다. 진단결과 어머니의 시신경이 그동안 모두 없어져 버렸다는 것.
아들도 울고 어머니도 울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함께 흘린 눈물이 같은 눈물은 아니었겠다.
자식은 효심에 애타는 한스러운 눈물이 있을 테고 어머니는 효성에 가슴 저미는 아니 차라리 다행스러운 안도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어머니 당신께서는 일생을 앞을 못보고 살지언정 자식을 한 쪽 눈만으로 살아가게 하고 싶었겠는가. 이것이 어머니 마음이다.
원추리 한문이름은 훤초萱草다. 예부터 어머니는 북당北堂에 거쳐하셨는데 자식들은 그 뜰에 어머니 근심을 덜어 드리고자 아름다운 원추리 꽃을 심었다. 그래서 원추리를 근심을 잊게 한다는 의미가 담긴 망우초忘憂草라 했고 어머니의 아칭雅稱으로 혹은 남의 어머니를 존칭尊稱하여 원추리 훤萱자를 써서 훤당萱堂으로 불렀다.
중국 주나라 「풍토기風土記」에 따르면 부인이 원추리꽃을 몸에 지니면 의당 효성 있는 아들을 낳는다해서 그 뜻으로 의남초宜男草라 부른다했다.
이 땅에도 일부 지방에 속설로 전해진다.
▶이름까지 예쁜 각시원추리
원추리는 이 땅의 산과 들에 군락을 이루어 야생하면서 참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여름풀꽃이다. 이 식물은 고운 꽃만큼이나 귀한 산나물이기도 하다. 봄나물을 대표하는 달래와 냉이가 은근한 향으로 명성이 높다면 씀바귀와 원추리는 부드러운 맛으로 이름난 봄나물. 원추리 어린잎은 넓나물이라 하며 무침나물과 국거리로, 꽃은 밥 위에 쪄서 또는 튀김, 알뿌리에서 녹말을 얻어 어려운 살림에 양식 대용 겸 약이 되었다.
한반도 산야에 자생하는 아시아 원산 원추리 종류에는 겹꽃 왕원추리, 향기로운 꽃 향원추리, 자잘한 꽃 애기원추리, 예쁜 꽃 각시원추리, 바닷가 산기슭 홍도원추리, 잎이 골이진 골잎원추리들이 살고 있다. 원추리류 통용 영명 day lily는 꽃이 하루동안 피고 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추리는 백합과(무릇난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초본식물이다. 이른봄 산수유꽃이 필쯤이면 언 땅을 헤집고 잎이 밑동에서 서로 마주보며 껴안듯 돋아나고 자라면서 50cm가량의 긴 잎들 끝 부분이 둥글게 뒤로 휜다. 원줄기는 없으며 잎들만 뿌리에서 모여나 자라고 여름 6~7월경 잎 사이로부터 1m정도 높이를 가진 꽃대가 곧게 커 올라와 그 끝에 여섯 일곱 송이 꽃들이 매일 차례로 피고 진다. 꽃이 지고 세 개의 모가 난 타원형 열매를 맺는다.
원추리꽃, 나리꽃百合, 상사화 이들 셋은 모두가 통꽃으로 꽃들이 비슷한데 샛노란 빛 원추리꽃은 당일 피고 지며 새로운 꽃이 피어난다. 나리류는 돋아나면서 잎이 붙은 외줄기가 형성되어 그 끝에 꽃이 피고 상사화류는 잎들만 불쑥 돋아나 자라다가 잎이 모두 말라죽고 난 다음 한줄기 꽃대만 올라와 꽃이 피므로 서로 구별된다. 또한 나리와 상사화 뿌리는 양파처럼 겹비늘 통뿌리이고 원추리는 뿌리에 순무같이 생긴 둥글고 노랗게 살찐 덩이 알뿌리 여러 개가 달린다.
백합과에 속한 나리와 원추리류 알뿌리는 모두 먹을 수 있으나 수선과의 상사화와 수선화류 그리고 박새로 불리는 여로藜蘆 알뿌리는 독성이 아주 강해서 먹으면 큰일난다.
중국에서는 여로와 훤초 원추리를 구별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데 유독 식물의 하나인 여로와 절대 혼동하면 안된다.
▶사슴이 먹는 해독 약초중 하나
원추리의 한방 생약이름 훤초, 망우초, 의남초 외에 금침채金針菜, 황화채黃花菜와 녹총 이러한 것은 중국 宋代 명의 소송蘇頌이 「도경본초圖經本草」에서 사슴이 먹는 9가지 해독약초 가운데 하나가 원추리라 하고 사슴이 먹는 파란 뜻의 「녹총」으로 기록하면서 비롯된 이름이다. 실제 원추리 어린잎은 파를 삶아 초간장에 먹는 것처럼 질기면서 부드러운 맛이 파의 매운 냄새만 없을 뿐 똑같다.
약성과 효능은 「본초강목」 「본초연의」 「본초습유」들에 기록으로 전한다. 해독, 해열, 지혈, 항균, 항염, 건위, 이뇨작용을 한다. 특히 마음을 진정시켜 우울증과 시름을 잊게 하며 부인병에 좋은 약이다.
여성생리에서 경의 불순과다, 대하증, 젖앓이와 부족에 쓰이며 소변이 붉고 술로 인한 술독과 황달에 약초 전체를 달여먹고 김치를 담궈 응용하면 가슴앓이와 오장을 편안하게 한다. 민간에서는 외과적인 질환 종기, 요통, 관절염에는 이 약초 달인물을 차처럼 마시면서 뿌리 잎들을 짓이겨 붙이기도 한다.
멧돼지들이 산과 들에서 흙을 뒤져서 원추리 뿌리를 즐겨 파먹는다. 뿌리에는 자양강장의 효능이 있다. 마른 꽃봉우리와 뿌리로 술을 담그기도 한다.
이른봄 햇순나물감, 여름 꽃봉우리, 가을 알뿌리 약을 채취하며 달임약으로 쓸때 말린 약재 하루 양 6g.
예로부터 사람이 악독해서 원과 한을 품어 그 사악한 기운이 영혼까지 침범하여 생긴 마음의 병을 가슴앓이병 흉격胸膈이라 했고 불치병처럼 여겼다. 이러한 병에 원추리가 명약이라 했다.
여기에 선각자들이 전해주고자 하는 숨은 뜻이 있다. 망우忘憂 즉 해서 될 일도 아닌 지나친 근심걱정은 버려라. 그리고 원한을 품어 영혼을 병들게 하지 마라. 이것이 만병의 씨가 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房/oldmt@hanmail.net> ***글:이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