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만에 이웃 단지에 사는 백인여자 '바브라'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둘만 만난 것은 아니었고 목요일 노래모임이 끝난 후 여러 사람들이 함께 뒷풀이를 하던 중이었네요.
이제 만 70세일 바브라,
몸이 꽤 가벼워졌네요.
알고보니 40파운드, 거의 20kg을 줄였다는 겁니다.
비결은?
덜 먹기.
오랫동안 무거운 몸 때문에 고전을 해왔는데
드디어 다이어트에 성공을 했구나.
그래도 아직 100kg에 가까운 몸이겠지만 그래도 대단한 거지요.
그런데 알고보니 계기가 있었네요.
일곱살 쯤 나이가 어린 남자에게 방 하나를 공짜로 내주고 같이 살기 시작한 것.
이 남자...이름이 '대럴'입니다.
기타도 잘 치고
높고 강한 목소리로 노래도 잘하는 사람.
머리를 모두 밀어서 민머리에
날씬한 체격이고 늘 웃는 모습을 보이구요.
말은 많고.
그런데 정신건강이 문제입니다.
횡설수설에 같은 말을 반복하고
어찌된 일인지 자신의 기타조차 유료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며 지니고 살지 못하는 처지로
이곳저곳 헤매이는 삶을 오~래 살고 있데요.
오래 전에 교통사고를 겪은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어떻게든 여자 하나 잡아서 안정을 찾고 싶어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전에 그런 시도를 했던 적이 있었다하구요. 여자들을 이용했다는 소문.
아무튼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이런 저런 부탁을 해대서 드디어는 사람들이 거리를 두게 만드는 사람.
아는 사람들에게는 기피대상 1호인 남자인데...'바브라'가 집에 들였네...
그냥 룸메이트라고 하네요.
연인이 아니고.
공짜로 방을 내준 대신 장볼 때 비용도 나눠내고
그가 요리도 많이 하고, 청소도 한답니다.
숨이 차서 몇 걸음 잘 걷지도 못했던 그녀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지요.
연인이든, 아니든
아무튼 그 남자와 함께 살면서부터
살빼기에 성공을 했구나.
^^
이 '바브라'...
참 착한 여자입니다.
정에 굶주려있구요.
7년전?
두번째 남편이 오래 앓다가 세상을 떠난 것이 그녀를 우울증에 빠뜨렸었는데
한 4년 전쯤 제가 노래모임에 데리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라고.
정말 사람이 피어나데요.
원래 노래를 좋아하고 많이 알고 있어서 더 그랬지요.
그래서 알게된 청중도 있고 뮤지션도 있는데
그 중에서 지금은 세상을 떠난 '브라이언'과 친해졌었습니다.
'브라이언', 그녀보다 나이가 여섯살쯤 어렸던가?
'브라이언'도 덩치가 컸네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역시 고전을 하고 있었구요.
기타는 꽤 치는데 노래는 웅얼웅얼 거렸습니다.
아무튼 이 '브라이언', '바브라' 집에 많이 드나들며
많이도 음식을 먹어대는 바람에
돈에 여유가 없는 '바브라'가 고민을 하게 만들었지요.
어느 한 날 제게 그랬거든요.
그를 먹여댈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그러면서도 그런 내색을 못하고 끙끙대며
'브라이언'이 주는 관심을 즐겼던 그녀.
연인이 아니라 그냥 친구라고 하긴 했는데
이 '브라이언'이 그녀의 동네친구인
나이 더 많고, 덩치도 더 큰 여인 '루'에게로 관심을 옮겨버렸었네요.
'바브라' 집에 발길을 끊은 거지요.
전화도 안하고.
그녀의 반응...
분노가 절절 끓데요.
'브라이언'을 멀리서 봐도 고함을 치고 싶답니다.
실제로 그런 적은 없을 터인데 아무튼 화가 치밀어서 어쩔줄을 몰라하네요.
금년 초에 이 '브라이언'이 갑자기 죽었을 때에
제가 주관했던 추모음악모임에 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몇달 전부터 이 새남자 '대럴'과 함께 음악모임에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함께 살고 있다?
안정되게 갈 곳이 없던 '대럴',
누구나 기피하던 그를
그녀가 친절하게 받아준 것을 좋게 생각해야할 것인가?
고개가 흔들어지는 것이 이상하지요.
관심에 굶주린 그녀가 또 얼음장 위를 걷는구나 싶어서.
사실 제가 동네 산책을 하면서 '대럴'을 그녀의 집 밖에서 몇 번 봤었습니다.
그런데 못본척 지나쳤네요.
그도 저를 봤을 텐데 아는척을 안하구요.
그 때는 그가 '바브라'를 방문하고 있나보다 했지요.
그곳에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못했고.
언제부터 그곳에 사는지 모르지만
이 '대럴'의 태도가 이상합니다.
전에는 제가 주관하는 노래모임 때문에 전화도 해대고
멀리에서도 모임에 왔는데
이제는 가까이 산다는 말도 안하고
오지도 않아?
^^
'대럴'은 제가 아주 깐깐한 사람인 것을 압니다.
그가 하는 제안에 'No'한 적이 여러번이었거든요.
그래도 이제 이웃에 사니
노래모임에 대해 묻기도 하고
걸어와 참여할 수도 있을텐데
아니네.
뻔질나게 왔던 다른 노래모임에도 전혀 안오구요.
이전에는 시니어 센터 노래모임 청중석에 '바브라'옆에 붙어앉아 귓속말을 해댈 정도로
그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였었는데
이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뭔가 이상합니다.
느낌이 그렇습니다.
'바브라'는 '대럴'이 함께 있는 것이 좋은 모양인데
아무래도 '대럴'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바브라'는 살을 20kg이나 뺄 정도로 기분이 들떴는데
'대럴'은 그녀와 함께 살고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도 않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모양.
당장 아쉬워서 '바브라'의 아주 작은 방에 이사를 들어오긴 했는데 말이지요.
정말 좋은 일들은
사람들에게
표시내고 싶고
말하고 싶지 않던가요?
'대럴'은 아니군요.
저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지내고 있으니.
걱정이 되는 겁니다.
이 '대럴'
기분이 좋을 때는 사람들에게 잘해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이상하게 돌변할 수 있는 사람인데...
이제 이 '대럴'이
본성을 드러내든가
그곳에 살면서 다른 여자를 사귄다든가
아예 방을 빼 나가버리면
'바브라'는 어떻게 자신을 보호하고
어떤 반응을 할 것인가?
그 때문에 좋은 시간도 있었고
무엇보다 덕분에 그렇게 어려웠던 살이라도 많이 뺐으니
다행이다...라고 받아들이면 좋겠는데
과연 그렇게 될까?
함께 살지도 않았던 '브라이언' 때문에 힘들었어도 내색을 못했고
그 '브라이언'의 관심을 잃고도 펄펄 뛰었는데...
왜 '바브라'는 이러는 걸까?
그녀도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들어 알고 있었는데
상황이 바뀌면 그가 어떻게 돌변할지 짐작할텐데.
한숨을 쉬다가 떠오르는 것이 이것입니다.
관심 굶주림.
관심에 굶주려있어 그런가보다.
어려서부터 그녀는 부모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자랐데요.
교육도 많이 받지 못했고
착하기는 하지만 판단력은 의문인 사람.
큰 덩치로 산 세월이 긴 모양이니
그것도 자존감을 높게 갖기 힘든 요소가 아니었을까?
그러니 누가 자신에게 관심을 쏟아주면
그저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참...
남의 삶입니다.
하지만 한 때 그녀와 참 친했지요.
팬데믹 때 거의 매일 만나 카드게임을 하곤 했을 정도로.
그러면서 알게된
그녀의 낮은 자존감과
그로인해 한숨나게 남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삶의 방식 때문에
진력이 났었군요.
결국은
멀리하게 되고 말았지요.
내 소중함 알기.
내 소중함 지키기.
이것이 참으로 중요함을 다시 생각합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지킬 것인가?
나를
내가 낳은 아이처럼 생각할 일이다.
내 아이,
참으로 소중하지요?
그 아이를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구요.
그처럼
나 자신을
생각할 일이다.
정말 소중한 나.
그처럼 나를 보호할 일이고.
다치지 않도록.
몸도
마음도.
그래서
내 몸에 해로운 것을
멀리하고
내 마음에 해로운 것도
멀리해야할 일.
내 자식처럼
나를 생각하고 돌볼 일이다.
노력을 해도 뜻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는 있지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볼 일이다.
몇달 전에 Old and Wise라는 노래를 배워 부르기 시작했네요.
한 모임에서 노래를 부르기 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Old'는 알겠는데
'Wise'는? 모르겠다.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나이가 든다고 현명해지지 않는 것을 아니 말이지요.
나이 드는 것과
현명해지는 것이
같이 가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현명과는 한참 거리가 멀 수 있다.
반대로 나이가 어려도 현명할 수 있구요.
같은 단지에 사는 백인 '존'은 만 78세이니 우리 나이 79, 80세이지요.
22살이나 어린 일본여자와 함께 살면서 그녀에게 성질 부리는 모습을 보고는
제가 열을 받았었습니다.
그 일본여자 '카즈에'가 나중에 그럽니다.
'존'이 어렸을 때 부모에게 학대를 받아 그렇다.
???
어렸을 때 부모에게 학대를 받아
80이 되는 이 때에 남에게 마구해?
그 어렸을 때가 얼마나 오래 전인데
아직도 그 게 핑계가 되냐?
'바브라'도 그렇습니다.
어려서 받지 못한 관심 때문에
70이 넘은 지금도 관심에 굶주려 있다.
그 어릴 때가 얼마나 오래 전인데!
정말 우리는 왜 이러는 걸까요?
오래오래 전에 겪은 일들이
왜 이렇게 오랜 세월 파장을 계속 이어가는가?
왜 그 파장을 허용하는가?
옛날 일은 옛날에 둬라.
지금은 새로운 파장을 만들어야지.
지난 날이 어떻든
지금은 새로운 날이 아닌가?
새로운 날은 새롭게 살 일이다.
예전에 무슨 일을 겪었든
우리는 새로운 일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을 배우기 위해 우리가 이 땅에 있는 것.
예전 일을 말하지 말라.
지금 일을 말하라.
매래를 말하고.
그리 살아야 한다.
지금
나를 소중히 여기고
나를 발전시킬 일.
발목을 잡는 과거의 그 무엇도
허용하지 마라.
당당히 일어서고
앞으로 가라.
이 대목을 쓰면서
온 몸에 맴도는 힘을 느낍니다.
이것이 맞다는 Sign처럼.
정말
어제까지가 어땠든
옛날 일은 옛날에 두고
오늘 하루!
좋은 날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새롭게 합니다.
'바브라'덕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