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준형 외교원장 "'韓 작은 나라'라니 호주대사 놀라더라"
정다슬 입력 2020.10.26. 06:02 댓글 216개
한국인 스스로 작은 나라라고 인식.."많은 부분 美에 의지하기 때문"
"미중 갈등 딜레마, 韓만의 일 아냐..사안별로 연대 필요"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국립외교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대담 = 김성곤 정치부장 정리 = 정다슬 기자] “주한 호주대사가 한국 사람들이 ‘한국은 작은 나라’라고 하는 것이 놀랍다고 하더라.”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국립외교원에서 만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우리 국민들이 자국의 위상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조 6463억달러로 12위, 호주는 1조 3926억원으로 14위이다. 미국 민간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이 발표한 ‘2019년 세계 군사력 순위’로 봐도 우리나라의 군사력은 7위로, 호주는 물론 영국·독일·이탈리아 등 G7 국가를 훌쩍 앞선다
김 원장은 그런데도 한국 사람들은 자국을 ‘작은 국가’로 인식하는 데에는 “많은 부분을 미국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서 많은 이슈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타국의 결정에 따라가면서 스스로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날로 격화하는 미중 갈등은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다만 그 선택은 단순히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따른다’는 문제는 아니다. 김 원장은 “미국과 군사협력적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60개, 중국이 1위 교역국인 나라는 110개에 달한다. 안보와 먹고사는 문제에 껴 있는 것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라며 “전 세계가 한국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원장이 제안하는 것은 이슈별로 연대를 만들어나는 것이다. 미중 갈등 속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이슈마다 같은 입장의 국가들과 손을 잡아 목소리를 높이면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끌려 들어가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제사회의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김 원장은 “중국은 ‘사드 사태’ 당시 한국을 너무 때리는 바람에 한국과 미국을 너무 밀접하게 만들었다고 후회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반중(反中) 전선에 참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동맹에 대해서는 ‘노’(No)라고 말해야 할 때는 ‘노’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위비 분담금을 50% 올려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가 일례다. 김 원장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은 더 이상 우리가 할 게 없다”면서 “다행히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지급되면서 시간을 벌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한미는 방위비를 13% 인상하기로 잠정 타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서 1년 넘게 협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만약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삐걱거렸던 한미동맹 역시 훨씬 나아질 전망이다. 김 원장은 “미국 내 지식인들은 미중 관계에서 한국이 가진 전략적인 가치를 생각하면 이렇게 홀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정강정책에서 ‘우리는 결코 동맹들에게 보호비(protection rackets)를 달라고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정다슬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