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30일 오전 9시 강릉행 고속버스를 타고 경포해변을 다녀왔다. 몇년전부터 품었던 꿈을 실행했다.
(화정고속버스터미널 발)

그래도 11월이니 가을. 가을이 가기전 가을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올 가을 특히 가고 싶었던 곳은 두 곳이다. 정선의 민둥산과 경포해변.
갈대가 유명한, 제주도의 대표오름 '산굼부리'를 연상케하는 완만한 둔덕에 다른 나무는 별로 없이 민둥한 산, 그랜드 캐년 을 떠올리게 한 민둥산에 난 꽂혔다. 하지만 강원도는한 달 째 비....''난 기회만 노렸다.
지지난주 건강검진을 했다. 위내시경 도중 조직검사를 두 군데 했고 결과와 간정밀검사를 위해 지난주 병원을 예약했으나
난 미뤘다. 상상을 했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 우선 김장을 했다.

고양에서 강릉까지는 3시간 30분 소요. 2시간을 넘게 달린 고속버스는 횡성휴게소에 정차했다. 15분간의 휴식을 줬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인증샷을 찍었다.
월요일이라 새벽1시 50분에 일어나 집에와 부리나케 준비를 하고(오늘 여행은 갑자기 결행했다)왔다. 서둘러 밥을 해 반공기을 떴으나 늦을까 다시 덜고 결국 한 숟갈 남기고 집을 나섰다. 버스에서도 너무 졸립고 피곤~~
횡성휴게소를 지나자 강원도 분위기가 물씬이다. 세상이 변해있다. 눈이 쌓여있다.
산봉우리들이 높고 깊어지고 많아졌다. 대관령입구란다. 예전처럼 아흔아홉 고개를 넘지 않아 스릴도 없고 장관을 볼 수 없어 아쉽다.
강릉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부리나케 정류소를 물어 바로 202번 경포해변행 버스를 탔다. 점심밥은 제껴놓는다.
20여분 지나 종점인 경포해변에 도착 안내판을 보고 입구에 들어서니 빨간우체통과 엽서쓰는 곳이 있다.
1년후 도착된단다. 잠시 유혹을 느꼈지만 '어느 세월에~'하며 딱히 보낼 사람도 없고 해서 돌아선다. 엽서만 하나 들고.

(드뎌 오매불망~경포해변!!!!!!!!!!!!!도착!!! 와 바다다~~!!)


날은 풀려 따뜻하고 비도 안오는 포근한 날이다. 하지만 차라리 비바람부는 날이 좋을 뻔했다. 바다의 생명인 파도가 약하다. 사람도 별로 없다. 그래도 바닷바람은 세서 코와 입 목과 머리를 철통방어한다.
'사진기가 생겼으니 사진을 찍어볼까? 비록 셀카지만' 모자와 목도리등 의상을 벗어 잠시 정돈하고 머리는 바닷바람에 흩날리게 하고...


얼굴만 나오기에 그사진이 그사진 같이 비슷하다. 자유롭게 포즈를 취하고 다른 모습도 연출하고 싶은데 답답하고 햇빛이 비춰 내 얼굴도 잘 안보인다.

용기를 내어 커플로 온 젊은 남녀중 여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쑥스러워~~



배가 고프다. (난 여행에서 먹는 것은 가장 차순위인 편이다.)
천신만고 끝에 온것이니 바다를 실컷 보고 가야지!!!
한데 예전같이 바다에 집중되지 않는다. 나의 감성과 열정이 식었고 나이도 늙었나 보다.

역시 바다는 동해바다이다. 동해바다 중에서도 경포해변이 가장 넓고 탁트였다. 멋지다.

''''

그래도 힘들게 온것이니,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아쉬움을 없게 하기 위해 백사장에 덜퍼덕 앉았다.
이제부터 바다와 파도와의 대화
달려오는 파도가 높은 물벽을 만들다 산산조각 부서진다. 서로 앞다퉈 달려오는 파도들. 파도소리
하늘은 파랗고 갈매기는 평화롭게 난다.
거센파도는 욕망과 한과 사연을 품고 내 가슴으로 달려오는 것 같다. 나도 호흡을 같이한다. 파도가 부서질 때 나는 날숨을 쉰다. 내 자아와 한도 풀어주는 연습을 한다. 한동안 집중해 파도의 움직임을 보니 눈물이 올라온다.
춥다 손이 시리다. 예전처럼 바다에 오래 집중이 안된다. 오래 앉아있지 못한다. 두시간이면 족하다.
그래도 남들은 30분을 버티지 않는다.
제작년인가 도서관프로로 모르는 이들과 관광버스를 타고 강원도 바다에 왔다. 바다에서의 20분 자유시간.
나는 백사장에 철퍼덕 앉아 바다를 노려봤다. 시선을 고정하고.
3분여 지났을까 나이드신 아줌마가 와 내 앞에 섰다. "혼자 왔어요?" 난 내 시간을 뺏기지 않으려고 대답을 안했다.
그러니 얼마나 이상하게 생각했을까? 나는 짧은 귀한 시간에 대화가 오고감으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난 하나도 외롭지 않은데...
이후 난 바다에 혼자와야겠다 생각했다. 나를 기다려줄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



그런데 오늘은 나또한 30분 정도 있으니 지루해졌다. 더 볼것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변했다. 감성이 죽고 죽은건 아닐까?
한동안 버티기를 하다 결국 돌아서기로 했다. 실컷 봤다는 느낌을 내게 말하며...

돌아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며 '경포호'근방에서...

억지미소도 지어보고 (어색, 웃는표정 이젠 식상하다...ㅎㅎ)

00시대 가장 미인이었던 여인상과 사진도 찍어보고...여인상의 미모에 긴장해...

다시 강릉 시외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5시 반차 어둠이 몰려오자 귀소본능이 일었다.

(타고 갈,고양 화정행 버스 앞에서)
버스는 쌩쌩 달린다. 버스는 한가하다. 까만 어둠속에서 어둠과의 대화를 해본다.
'나는 오늘 무엇을 얻었는가?'
모르겠다. 하지만 무언가 많이 있으리라. 추억, 단상들. 돌아봄. 맛보았던 자유와 느낌들......
또 하나, '혼자서도 여행 올 수 있음을 알았다. 외롭긴 하다. 하지만...나름 좋은 점들도 있다.
또 하나, 사진찍기에 빠져 여행에 집중이 덜 된다는 것.(사진찍기도 첨이니 재밌고 신기한 것일테지)
7시 58분! 서울 톨게이트에 들어선다. 반갑다. 드뎌,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