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주세요
24일째(1월 24일 토요일) 그 날 있었던 일
그러고 보니 난 운전면허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운전해본지 3년이 넘었으니 있으나 마나인가? 아무튼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건 여러 면에서 유리하지. 그건 그렇고 하나는 왜 이렇게 늦게 오는 거야? 평소라면 도착했어야 하는 시간인데. 혹시 어떤 나쁜 녀석 따라가서 집으로 전화가 오는 거 아냐?! 아니지 유괴당할 나이는 지났으니까 그건 아니겠고 아니야! 유괴당할 나이야! 위험한데 이거. 유괴범이 뭐라고 협박해올까? 아무리 돈을 내놓으라고 해도 나는 가난한데. 앗! 혹시 유괴범이 이렇고 저런 짓을 해서 사진을 보내오면 나는 사채를 내서라도 찾으러 가게 되는 거 아냐! 안돼! 그럴 순 없어!
“그런 건 내가 용서 못해!”
“에에?”
응? 갑자기 옆에서 놀라는 소리가 났다.
“하나야?!”
“제…제가 무슨 나쁜 일이라도?”
이런, 아무래도 나의 망상이 밖으로 표현된 모양이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재우오빠 제가 오늘 재우오빠 드리려고…….”
하나는 종이봉투를 부스럭거린다.
“짜잔!”
정체불명의 생물이 내 앞에 놓였다.
“이게 뭐야?”
“잘 몰라요. 주워왔어요.”
…….
“어째서 이런 걸 주워오는 건데?”
“그게……밖에 있으니까 추워보여서. 키우면 안 돼요?”
“기각.”
“하지만…….”
하나가 졸라도 이 생물은 위험하다. 어째서 쥐가 이렇게 거대한 거야! 난 쥐는 이제 질색이라고!
“뭔가 취향이 독특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에? 뭐가요?”
“보통 말이야…”
나는 애완동물에 대해서 하나와 진지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고양이라든가 개라든가 기르지 않아?”
“하지만 길에 버려져 있었는 걸요.”
“그럼 더 위험하잖아. 위험한 병이 걸려있을지도 모르고.”
“에에? 그럼 빨리 동물병원에!”
…….
“그러니까 다시 버리고 와!”
“에에? 그럴 수는 없어요!”
하나가 처음으로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반대했다. 하긴 나라도 그 말은 좀 심했다.
“그것도 그거지만 대체 내일 이 녀석을 어떻게 할 생각? 집에 놔두고 갔다가 집안을 오물천지로 만들어 놓으면 어쩌려고?”
하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말 할 수 있는 사태는 아니지. 한참을 고민하거라.
“데리고 가요.”
단 5초간 진지하게 고민하고 나온 답은 지극히 옳고 평범했지만 싫다.
“데리고 가는 건 좋지만 그렇게 추운 곳에 가면 얼어 죽을 지도 몰라. 지난 설에 우리가 가게 안에만 있어서 잘 몰랐지만 서울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갔었다고!”
하지만 집에 혼자 두는 건 불쌍하고 또 집에다가 혼자두면 집안이 엉망이 되고 굶어죽을 거예요!
사실 굶어죽기 전에 얼어죽는다.
“아무튼 그 녀석을 처리하고 와.”
내가 생각해도 좀 무책임하지만 쥐에는 이제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다. 절대로. 하지만 어째서?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데.”
“귀여워도 쥐새끼잖아.”
나는 좀 험하게 대하기로 했다.
“에에? 이건 쥐가 아니에요!”
하나는 지금까지 내가 쥐쥐쥐 했는데도 이제야 그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그래봐야 쥐를 쥐라고 하는데 쥐가 아니라고 해도 쥐임에는 틀림없다.
“쥐가 아니면 뭔데?”
“이건 햄스터에요! 봐요 다르게 생겼잖아요!”
뭐가 다른데.
“이건 쥐가 아니라 원래부터 애완용이라고요!”
그렇게 설득하려해도 소용없다.
“그래도 불가.”
하나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역시 안 되는 건가요?”
하나의 목소리도 어두워졌다.
“미안해.”
하나는 그 햄스터라는 녀석에게 사과를 한다. 나한테 하는 게 아니고?
“하…하나야.”
하나가 멀어져가는 느낌이 든다.
“재우오빠는 생명의 소중함을 알지만 좀 둔한 사람이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괜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구나.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재우오빠를 탓하지는 말아줘. 내가 잘못한 거니까. 내가…….”
하나의 눈이 흔들려간다.
“하나야 알았으니까 울지마.”
나는 하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키워도 되나요?”
“으응. 대신 밥값은 네가 대도록해.”
“야호!”
하나는……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눈물이 고인 눈을 닦았다.
“재우오빠 허락해줘서 고마워요!”
하나는 햄스터와 볼을 부비면서 좋아한다.
“이름을 뭘로할거니?”
“두리!”
두리라……. 역시 자기랑 겹치는 이름인건가? 하나는 방금전에 울려고 했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리도록 좋아하면서 두리랑 놀고 있다. 잠깐, 나 넘어간 것? 당했다.
결국 하나의 계략(?)에 넘어간 나는 그 햄스터를 집에 두기로 했다. 내일도 데려가야 하는 건가? 콘도에 애완동물 데려가도 되는 지 의문이지만 뭐 아무렴 어때.
연재분 바닥! 축하!!
<다음회 예고>
25일째(1월 25일 일요일) -스키장? 아우에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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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햄스터다, 햄스터~ 옛날에 길렀다가 이사가면서 다른 사람 준 기억이... 건필이요~
...........햄스터...[질끈]....잘 읽었습니다. 걸필하세요.
햄스터. 암컷이예요, 수컷이예…(어이;) , 큼, 건필하세요:)
얼랄라... 하나도 많이 컸(?)어... (긁적) 어쨌든 건필...
음.. 햄스터가 혹시... 건필!
햄스터라, 으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