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북한산에 올랐다가 불광동으로 내려왔다.
두 명에서 열 명까지 딱히 참석자가 정해지지 않은 느슨한 연대의 산꾼들이다.
등산에 의미를 둔 사람도 있고, 점점 등산보다 뒤풀이에 더 의미를 둔 사람도, 나처럼 둘 다에 의미를 두는 사람도 있다.
어제는 선배 하나가 순대국집으로 가자해서 그 제안을 따랐다.
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이라 뭐든 없어서 못 먹는다. 순대국뿐 아니라 모듬순대도, 순대볶음도 맛이 있었다.
덩달아 소주맛도 입에 짝짝 붙었으니 이런 것이 나같은 싸구려 인생의 사는 맛 아니겠는가.
대화 중에 선배의 전화기가 울렸다. 나는 아직 진동으로 해놓고 살지만 선배의 전화벨 소리는 씩씩했다.
요즘 청력이 조금 떨어졌다더니 그런 탓도 있을 것이다.
잠깐 들은 전화음이였지만 선율이 귀에 익숙해서 통화가 끝나자 물었다.
"형, 그 벨소리 김정호 노래 아닌가?"
"너 아는구나? 내가 김정호 노래를 엄청 좋아하거든,"
자연스럽게 대화는 가수 김정호에게로 옮겨갔다. 김정호는 1952년에 태어났다고 했다.
그는 주옥 같은 노래를 남기고 33년의 짧은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났다. 이런 것을 요절이라고 하던가.
그 선배뿐 아니라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김정호 노래를 좋아한다.
하나같이 울림이 있는 그의 노래 목록을 어찌 일일이 나열할 수 있을 것인가.
술집을 나와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지하철역 벤치에 앉아 지인 몇에게 연락을 했다.
두 사람과는 통화를, 두 사람에게는 문자를 보냈다. 딱히 전할 말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안부였다.
집에 와서 김정호 노래 인생을 들었다. 예전에는 무심코 넘겼던 가사가 너무도 사무치게 들린다.
세월아 쉬어 가려마 꿈을 꾸는 나를 위해
세월은 가고 나도 따라 늙어 간다
인생이란 바람 따라 가는 구름,,
유행가도 듣는 나이에 따라 감동이 다른 모양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어느덧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12월이고 나도 어느덧 세월의 빠름을 절실하게 실감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어서 스무 살이 되고 싶었던 10대, 서른 살만 지나면 뭐든 되어 있을 줄 알고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던 20대가 있었다.
돌아 보면 이룬 것 없이 허송세월로 낭비한 인생이었다.
빨리 갔으면 했던 세월이 40부터 가는 세월 아깝다로 바꼈는데 이제는 조금 쉬어 갔으면 하는 바램이 되었다.
그럼에도 세월은 무심히 흘러갈 터, 저 유행가 가사처럼 인생은 바람 따라 가는 구름이었던가.
## 오늘은 아내 따라 교회 가는 날이었다.
나는 믿는 종교가 없어서 교회 가면 예수님 믿고, 절에 가면 부처님 따르고, 성당 가면 천주님을 믿는다.
새벽 기도까지 빼먹지 않고 다니는 아내지만 내게 믿음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이따금 일요일에 따라 가서 아내의 면을 세워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오늘 목사님도 유독 어느덧이란 말을 자주 했다.
다른 때는 목사님 설교 시간에 졸았는데 오늘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어느덧이란 말씀 때문이다.
어느덧은 어제 내가 느꼈던 감정의 연장선이다.
순대국에 곁들인 소주맛도, 이명으로 청력이 점점 약해지는 선배의 넋두리도,
김정호의 애절한 노래도 나 혼자 새기고 말려 했는데 오늘 목사님 말씀이 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고로 이게 다 목사님 탓이다.
첫댓글 더구나 연말이 되고 낙엽이 뒹구는 겨울이면 더더욱 삶의 생활이 외로워지지요,
그래도 혼자서 즐기는 나만의 시간이 나를 위로하고 다듬고 사랑하세요,
봄같은 한낮의 포근한 시간입니다.
혼자서 즐기는 나만의 시간이 자신을 위로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온갖 미디어 콘텐츠로 볼거리가 넘치는 세상이지만 고독을 씹는 것도 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되겠지요.
혼자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 함께일 때도 잘 어울린다고 하더군요.
풀잎이슬님 평온한 일요일 되세요.ㅎ
어제 산행 하셨군요?
저도 어제 친구들과
우이동역에서 시작하여
도봉산역 까지
산행길을 걸었지요~
산행후 뒷풀이가
없으면 안꼬없는
찐빵이지요~ㅎ
산행후
도봉산역 부근
국산콩 두부 전문집에서
두부요리 시켜놓고
주거니 받거니
두꺼비와 너무
친하게 지냈더니
오늘은 속이 쓰리나
저녁에 또다시 마셔야할
송년모임이 있어
위장을 어떻게
달래어야 할지
고민중~ㅎ
아! 선배님께서 산엘 자주 가신다니 제가 송암 선배 좋아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군요.
지금까지 북한산과 도봉산을 수없이 올랐지만 언제가도 질리지 않는 산입니다.
선배님 연세에 산에 오를 정도로 건강하신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요.
뒤풀이든 송년 모임이든 불러주고 갈 데가 있을 때 부지런히 다니라 하더군요.
음주도 잘 조절하셔서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우리친구가 목사님의 설교가 귀를 세우게 했다니 이또한 아내분의 신앙이 두터움이라 이야기하고 싶네요
나는 모태신앙이지만
전도를 하지못하거든요
자격이없다고나 할까?
아내의 면을 세워주는까닭도 친구의 믿음이있기때문 아닐까요?
리본길 친구님이 모태신앙이시군요.
사람 대하는 걸 보면 친구님의 그 믿음을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꾸밈 없고 겸손한 친구님의 진정성도 깊은 신앙심에서 나오는 거라 보네요.
남은 일요일도 평온하기를 바랍니다.
현덕님,
무지반갑소,
자주들어와 만남을
가져요,
많이 기다렸어요.
내일 반갑게 해후합시다,
호반청솔 선배님이 범방까지 오셔서 댓글 주셨군요.
여전히 스무 살 청년처럼 꿈이 있는 선배님 일상이 보기 좋습니다.
청솔 선배님의 맑은 글을 읽고 나면 더 착하게 살고 싶어진답니다.
내일 기쁘게 뵙겠습니다.ㅎ
와우~~~~호반청솔 님
내면이 더욱 멋지시죠
반가움 가득 입니다^^♡
@리즈향 오~밝고 건강한
우리의 천사님,
내일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요.
싸구려 인생 이라고
표현 했지만
아주 많이 고급진 글솜씨에
엄지를 세웁니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 상사 18번이
김정호의 하얀나비 였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나네요
남은 오후시간도 잘.....ㅎ
저도 싸구려 인생이라는 대목에 고개 절래절래
했어요..
현덕님은 그야말로 명품인생 이십니다..
고급진 글이라니 누가 보면 웃어요.^^
가을도 떠나고 마음이 허했더랬는데 어제와 오늘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는 일이 많았었네요.
인생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이라지요.
마음이 들떴을 때 김정호님의 차분한 노래가 마음을 안정시켜 줍니다.
겨울 오후는 짧아서 금방 어두워지는데 좋은 일요일밤 되시길,,ㅎ
@샤론 . ㅎㅎ샤론님~~
명품 인생은 더욱 아니구요.
땜질에다 꿰맨 곳이 덕지덕지 붙은 누더기 인생입니다.
그럼에도 그 상처를 보듬고 열심히 살아보렵니다.ㅎ
@샤론 . 2222
저도 자다깨서
반성도 하고...
좋은글 과 함께
샤론님과
공감 하며
감사 드립니다...!
@수샨 앗! 올만에 오셨군요.ㅋ
소셜 네트웍 숫자도 아시고 수샨님 센스쟁이시네요.
글구, 자다 깨서 반성하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더이다.ㅎ
가수. 김정호
지금은 별것 아니지만...
결핵으로 인천결핵 요양병원에서 이른나이에 요절했지요.
작사,작곡에 천재성 있는 가수로 각광 받았는데... ㅠ
종교생활은 걷다리로 다니지 말고~~
말씀을 공부 좀 하슝 ~~ㅎ
새무기 친구님이 나보다 김정호님을 더 좋아하시나 봅니다.
아까운 나이에 떠난 가수 인생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살아 남은 자들이 위안 받는 좋은 노래를 남겼습니다.
나의 종교생활은 앞으로 어떻게 될런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곁다리 신자를 벗어나지는 못할 듯,,ㅎ
언제나 진솔한 현덕님의 글
오랫만 입니다
김정호의 노래중 하얀나비를
좋아하지요 가수는 노래따라 간다고
너무 슬픈노래는 나쁜결과를
가져 오는 것 같아요
종교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언제나 마음이 고파요.
보쳉 누이의 마음을 제가 너무 울적하게 만들지는 않았는가 모르겠네요.
평일은 밥벌이로 사람들과 부대끼고 토요일은 여기저기 쏘다니기에 일요일 만큼은 차분하게 보내려고 노력하지요.
김정호님처럼 가수 배호님도 마지막 잎새가 그의 마지막 노래였다고 하더이다.
우리는 그런 징크스 믿지 말고 오래오래 살자구요.ㅎ
보쳉 누이의 평온함을 빕니다.
현덕 님
어려서부터 지금 까지 식탁에 셋팅된 밥을 그냥
먹어본적이 언제일지 늘 기도 하고 먹어요
시어머니의 애절한 기도와
울 엄마의 식전 기도
따끈따끈 한 국이 다 식어가도
엄마의 기도에 지금까지 꼭 거쳐가야만 하는걸로 알고 있어요 ㅎ
오랫만에 현덕님의 글 .._넘넘 반가워요
댓글만으로 리즈 방장님 가정의 평화로움이 보이는 듯합니다.
식탁에서 감사 기도 올리는 것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까요.
아내도 기도를 하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하데요.
저는 책을 읽을 때 정신이 맑아지거든요.ㅋ
요즘 글 안 쓰냐는 어느 분의 지청구가 있어 간만에 몇 줄 썼답니다.
종종 쓰도록 할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