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에서 내가 어떻게 해서 영계(靈界)에 들어 갈 수 있게 되었는지를 말하려고 하는데,
이 말을 하기전에 내가 영(靈)의 세계로 인도를 받게 된 최초의 인연이 된 이상스러운 경험에 대해서 조금
기록해 두기로 하겠다.
잊을 수 없는 20여년전 여름의 어느 날 저녁 때의 일이었다.
그 무렵에 나는 어떤 일이 있어 고국인 스웨덴을 떠나 바다 건너 영국의 여관에서
초로(初老)에 접어 든 몸으로 홀로 쓸쓸히 지내고 있었다.
그날 저녁에 나는 거리로 나가서 언제나 들리는 식당에서 저녁 밥을 먹고 있었다.
그 때, 그 식당에는 다른 손님이라곤 없었고, 손님이라곤 나 혼자 뿐이었다.
식사를 마친 나는 오늘 저녁 밥을 좀 과식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포오크를 탁자 위에 놓고
몸을 편안히 의자에 기대었다.
이상스러운 경험은 바로 이 때에 겪게 된 것이었다.
갑자가 땅에서 솟아 오른 것처럼 내가 식사를 하고 있었던 방바닥에 뱀과 두꺼비 등
기분나쁜 생물들이 가득히 나타났다.
나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놀랐다.
그러나 잠시 후에 이 기분나쁜 생물들의 모습은 사라져 버리고 그곳에 그 때까지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이상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는 인물이 나타났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그대는 지나치게 과식하지 말라."
그 인물은 나에게 이 말만을 하고서 나의 시야로부터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리고,
그 뒤에는 구름과 아지랭이도 걷히고 나는 그 전과 같이 방 안에 혼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급히 숙소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나 하숙집 주인에게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를 않고,
내 방에 틀어박혀서 지금 막 겪은 기괴한 경험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몸이나 마음의 피로에서 온 어떤 이상때문인가 하고 생각해 보았으나,
그런 일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건강하고 현실의 일이 무척 바빴던 그 무렵의 나는 그 일에 대해서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그 일 때문에 고민하는 일이 없이 곧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밤에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채. . . . .
다음 날 밤, 그 이상스러운 인물은
또 다시 이번에는 내가 막 잠자리에 들어가려고 할 때에 침대 곁에 나타난 것이다.
나의 놀라움과 두려움이 어느 정도였겠는가 하는 것은 말하는 것조차 어리석은 일이다.
경악과 공포로 떨고 있는 나에게 그는 다음과 같이 더욱 놀라운 일을 말해 주었다.
" 나는 너를 인간이 죽은 후에 가는 세계인 영(靈)의 세계로 데리고 가겠다.
너는 그곳에서 영(靈)들과 어울리고, 그 세계에서 보고 들은 바를 그대로 기록하여 세상사람들에게 전하라."
이 불가사의한 인물은 그 후에 이 세상에서는 물론 영계나 사후의 세계에서 단 한번도 다시 만난 일이 없었다.
지금의 나는 그것이 이 세상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바로 신(神)이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나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한 나의 마음속의 영(靈)이었을까 하고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것은 확실히 알 수가 없다.
다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이것을 인연으로해서
인간이 죽은 뒤의 세계인 영의 세계에 출입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인류의 역사에는 그 예가 없는 이와 같은 수기를 써서 남기게 되었다는 사실뿐이다.
나는 ' 죽음의 기술 ' 을 나의 육체에 베풀고, 육체를 ' 죽음의 상태'에 놓음으로서
인간의 사후의 세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나는 이제부터 그것이 어떤 것이었는가 하는 것을 기술하기로 하겠다.
죽음의 통지를 받았을 때
사람들은 설사 짧은 시간이라고 할지라도 영의 존재나 영계의 존재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은 본래 육체만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육체보다도 더욱 깊고 더욱 본질적인 영(靈)과
영(靈)의 껍데기로서 작용하는 육체와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나타낸다.
이것은 앞의 항에서 내가 기록한 몇 가지 예로 미루어 보아도 누구나 다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육체에 있을 때의 영혼은 육체가 갖는 속박에 의해서 묶여 있기 때문에 영의 가장 영혼다운
성질이나 작용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영혼으로서 원래의 진면목을 나타내 보일 수 있는 것은 극히 한정된 경우뿐이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기가르트나 영국의 한 촌락의 부인과 같은
' 죽음과 경계를 접한.' 때가 바로 이런 경우이다.
그래도 이런 때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순간적일 망정
' 죽음의 상태'로 들어가 사람들의 영(靈)을 육체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영계의 문 안쪽을 들여다 보게 되는 것이다.
내가 영계에 들어가서 영혼들과 교제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의지로 나의 영을 나 자신의 육체로부터
이탈시켜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나는 영들과 육체를 갖고 있는 인간으로서 교제한 것은 아니다.
육체를 갖지 않은 하나의 영혼으로서 교제한 것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 때에도 역시 나는 육체를 갖고 있는 인간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인간에게 영혼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영들에게도 인간의 육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은 영으로서의 나만을 보았고, 나는 영으로서만 그들은 대했던 것이다.
그러면 육체와 영을 분리해서 영계에 들어간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함으로서 되는 일일까.
나는 이에 대해서는 나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전하는 것으로서 대답을 삼겠다.
영(靈)이 육체로부터 이탈하는 초기에는 나는 반드시 자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깨어 있는 것도 아닌 특별한 감각 속에 있는 자신을 자각하게 된다.
그런데도 이 순간에 나는 자신으로서는 내가 충분히 각성하고 있다고 하는 의식이 생생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하지 않으면 안될 일은, 이 각성은 육체를 지니고 있는 보통 인간으로서의 각성이 아니라,
영혼으로서 영혼의 감각에 있어서의 각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보통의 눈, 귀, 코, 등 외부적이고 육체적인 감각은 모두 잠들어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서 없어져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다 육체를 지닌 인간으로서 갖고 있던 감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영혼으로서의 감각은 더욱 더 각성되어 뚜렷해진다.
영혼으로서의 의식 속에서의 시각, 청각, 그리고 촉각에 이르러서는 인간으로 느낄 때의 50배 아니 백배나
더 날카로워진 것을 자신도 확실히 알게 된다.
그러나 몇 번씩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이들 감각은 모두가 육체적인 감각의 각성이 아님은 지금 말한 대로이다.
이런 때 누군가 다른 사람이 본다면,
나는 인간으로서의 모든 의식을 잃어서 죽었다고 밖에는 보지 않을 것이다.
또 심장의 고동이나 맥박도 완전히 멈추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런 상태를 가리켜 나는 죽음의 상태라고 말하고 싶다.
혹은 같은 말이 되풀이되겠지만 다음에 말하는 이유에서 영혼의 상태라고 해도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죽음의 상태, 영의 상태가 되면 나에게는 자기 자신의 영이 자기 육체안에 있다고도,
혹은 밖으로 나가 있다고도 할 수 없는,
어느쪽도 아닌 상태에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
영들의 모습이나 영계의 모습이 조금씩 나의 눈에 보이기 시작하며,
또 영들의 말을 듣고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이 때이다.
그리고 영들을 내 손의 촉각으로 직접 만질 수 있을 것같은 생각이 든다.
이것은 영과 나사이에 육체라고 하는 장애물이 없어지고, 내가 직접 영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되었다는 증거이다.
이 상태가 좀더 진행되면 나는 영계안을 자유스럽게 왕래하고,
또 인간들과 어울리는 것과 똑같이 다른 영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또 하나의 단계가 있다.
육체를 이탈한 후 육체와의 거리가 아직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단계에서는 나의 영은
지금 막 이탈해 온 자기 자신의 육체를 확실히 볼 수 있으며,
어느 정도 육체에 대한 지배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 모양을 기술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나의 영혼은 육체를 이탈해서 2~3미터 정도의 나지막한 하늘에 떠 있다.
눈 아래를 내려다 보니 나의 육체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육체적인 시각이 아니라 영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은 이것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 육체적인 시각이라면 지붕 밑에 있는 나의 육체나 침대를 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육체는 그 때 침대 끝에 목줄기를 걸치고 있었다.
영으로서의 나는 하늘에 있으면서 생각했다.
" 저런 상태로 있으면 목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혹시 질식할지도 모른다. 몸을 침대 안으로 당기지 않으면 안되겠군."
나의 영이 이렇게 생각하자, 나의 육체는 몸을 당겨서 목줄기를 침대 끝에서 떼었다.
이때 나의 육체는 누구의 눈에도 죽어 있는 시체로 밖에는 보이지 않을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 사람이 있어서 이 죽어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육체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으리라.
이 상태로부터 좀더 진행하여 나의 영이 나의 육체를 거의 의식하지 않게 되면
나의 영은 완전히 육체로부터 이탈하여 영계의 이곳 저곳을 자유롭게 출입하고
많은 영들과 자유스럽게 이울릴 수가 있게 된다.
내가 살아 있으면서 영계에 들어가서 영들과 교제를 하고,
영계에서 여러가지 일을 보고 듣고 온 것은 이런 방법에 의해서였다.
* (주) 스웨덴보르그가 다른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며칠 씩
밥도 먹지 않은 채, 있었던 사실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런던에 머물고 있는 동안 이런 일에 대해서 하숙집 주인은 이상하게 여긴 것 같으며,
그 때의 기록은 지금도 남아 있다.
또 그가 방에서 틀어박힌 채 나오지 않은 기간은 2,3일에서 10일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이제부터 차례차례 영계나 영들의 일에 대해서 기술해 가기로 하겠다.
나는 영계를 보고 왔다 .- 스웨덴 보르그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