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지쳐 보였다. 통합진보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그를 지치게 하는 듯 했다. 특히 지난 12일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이후 사람들의 시선은 이제 통합진보당을 넘어 민주노총을 향하고 있다. '배타적 지지' 관계는 아니었지만, 통합진보당의 최대 지지 기반은 민주노총이다. 그 민주노총이 '지지 철회'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완전히 버릴 것인가, 아니면 고쳐 다시 쓸 것인가.'
15일 만난 김영훈 위원장의 고민은 아직 정리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17일 민주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 두 가지 갈래 길에서 어느 길로 갈 것인지를 선택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제일 손쉬운 게 탈당이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가장 소극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김 위원장은 "두 가지 길의 장단점을 떠나 현실 가능성부터 따져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첫째 길은 정말 가능한가의 문제가 있고, 둘째 길은 당이 마련한 중앙위 결정마저 '부동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라고 토로했다.
비례대표 선거 부정 사실을 세상으로 꺼내든 사람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조준호 전 공동대표였다. 민주노총은 진상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입장을 내고 통합진보당의 쇄신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른바 '당권파'는 지난 12일 중앙위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공동대표를 집중적으로 폭행함으로써 그 기대를 저버렸다. '지지 철회' 언급은 중앙위 이후에 나왔다.
김영훈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여론에 밀려 (통합진보당을) 마녀사냥 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론의) 소나기가 쏟아지니 잠시 피하자는 것도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제3당의 지위까지 만들어준 국민의 눈으로 보자는 것"이라며 "진보정당인지 아닌지를 떠나, 최소한 공당으로서의 책임을 얘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추구한다던 '당권파'가 이번 국면에서는 유독 '당원 중심'을 강조하는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이 만들어질 때 나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기도 했었지만 그때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운동권 정당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며 "그랬던 사람들이 (이번 사태는) 그 반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기들이 내세운 창당 정신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이석기 당선자가 제안했던 당원 총투표도 "당직자와 공직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발상"이며, 진상조사보고서에 문제가 있다는 '변호사' 출신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무죄 추정의 원칙'도 "진상조사보고서는 범죄 사실을 소명하는 공소장이 아니"므로 모순이 된다.
김영훈 위원장은 "유시민 전 대표가 지금 가장 진보적인 것 같아 보인다고들 하는데 유시민 전 대표는 변하지 않았다"며 "현재 가장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진행된 김영훈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