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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백합
 
 
 
카페 게시글
시 해석 및 시 맛있게 읽기 스크랩 갑질/ 임 보
은하수 추천 0 조회 37 17.08.11 22:1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갑질/ 임 보


 

지배자는 (), 피지배자는 ()

지배자가 피지배자의 위에서 군림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한다

 

한 항공회사의 여 부사장이 땅콩 때문에 기분이 상해

출발한 여객기를 회항시켜 세상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아, 너무 흥분하지 마시라

중역이 사원에게 부린 이런 갑질은 유도 아니다

 

제왕이나 총통이나 대통령 같은 통치자들이

한 나라를 뒤흔들며 갑질하는 꼴들을 보시라

 

기업인들 위에 군림하는 고급 관료들

군소업자들을 휘두르는 대기업주들

 

국장은 과장에게 과장은 계장에게

사장은 부장에게 부장은 사원에게 눈부신 갑이다

 

나라라고 다 같은 나라가 아니다

달러로 세계를 주무르며 갑질하는 미국을 보시라

 

약소국의 멱살을 잡고 낡은 무기를 팔기도 하고

잉여 농산물을 주고 자원을 탈취해 가기도 한다

 

나는 언제 갑이었던 적이 있는가?

이 눈치 저 눈치 나는 집에서도 갑이 아니다

 

나는 어느 세월에 누구에게 갑질을 해 보지?

내게 을인 놈은 아직 세상에 없다

 

길거리에 버려진 깡통을 걷어찼더니

얼어붙은 그 놈도 내 발목을 잡는다

 

- 다음카페자연과 시의 이웃들(20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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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대장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인해 촉발된 이 부분 사회 전반의 적폐들이 속속 까발려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 공공연하게 만연해 있는 뿌리 깊은 병폐가 이제야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갑질’의 의미를 살펴보자면, 각종 계약서에서나 볼 수 있는 양 당사자를 지칭하는 표현인 ‘갑’ ‘을’에서 연유하여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갑질’은 어느 집단 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자가 자신의 지위, 권력, 권한 등을 이용해 상대방을 자신의 방침에 강제로 추종케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즉,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제멋대로 구는 짓이다.


 이러한 갑질이 어디 군대뿐이겠는가. 기득권의 갑질 형태의 잘못된 특권의식이 무차별적으로 연일 폭로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 곳곳에 적폐가 얼마나 뿌리 깊게 만연해왔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른바 ‘끗발’이란 갑질의 면허와도 같은 의미였다. 끗발 있는 자리로 가면 영전이라며 축하를 주고받는 것이 오래된 관례였다. 그동안 만연했던 뇌물 문화, 청탁, 아부 문화도 사실상 갑질의 산물이다. 권력이 있는 곳에 부패 있고 돈이 움직이는 곳에 부정이 있었다. 그래서 부정청탁금지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지 않은가.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의 완화를 주장하지만 입법 취지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패하고 가장 가난한 나라 싱가포르를 리콴유는 단 10년 이내에 세계에서 가장 청렴하고 가장 부유한 나라로 만들어냈다. 법은 상황과 환경의 산물이다. 그 법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환경에 우선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정반합의 변증법적 도출이기도 하고 시대정신이기도 한 것이다. 리콴유 내각의 한 장관이 미화 만불 정도의 수뢰 혐의를 받게 되었을 때 장관은 리콴유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때 리콴유는 그 요청 사실을 공개한 다음 만나주지 않았다. 그 장관은 예상되는 중형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지 못한 채 자살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일벌백계가 된 이 사건 뒤로 싱가포르 공직 사회에서는 뇌물이 사라졌다.


 이 나라의 갑을관계는 위아래를 철저히 구분 짓는 서열문화의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는 어디에도 어떤 조직에서도 존재한다. 나보다 조금이라도 끗발이 아래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뭐든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무례함, 아랫사람이 벌벌 기면서 권위에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기대, 자신은 원하는 것을 밝히지 않아도 아랫사람이 마음을 읽어 눈치껏 알아서 기어달라는 의중 등을 포함한다. 김기덕 감독의 무리한 연출이 문제가 되듯 문화예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최준희 양과 할머니 관계에서도 보았듯이 가족관계, 부부관계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다행히 현 정부는 '적폐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고강도 개혁을 단행중이다. 아무튼 일벌백계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갑질 문화가 빠른 시간 내에 척결되기를 기대한다.



권순진

 

When The Soft Wind Bl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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