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도 노래 잘하게 되는 비결 "장르를 파악하라"
노래의 장르는 매우 다양하다. 서양 현대음악으로는 록, 블루스, 헤비메탈, 재즈 등이 대표적이며, 국악으로는 판소리, 정가, 민요 등이 있다. 이밖에도 각 나라의 민속 전통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모두 저마다 서로 다른 발성 테크닉을 사용한다.
팝의 경우 헤비메탈은 블루스의 기본 위에 로큰롤이 접목된 장르다. 따라서 헤비메탈을 부르려면 강한 비트의 고음과 강한 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애절하고 우울한 블루스 풍의 음색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성대근의 강한 긴장도 및 지구력, 성대의 긴장도를 높이는 윤상갑상근의 강한 수축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서양 전통음악 중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것으로 요들송을 들 수 있다. 마치 양의 울음소리처럼 독특한 요들송의 음색은, 가성(falsetto)과 진성(glottic sound)을 음률에 따라 자유롭게 오가는 고도의 떨림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윤상갑상근의 빠른 운동과 함께 성대 근육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판소리 소리꾼은 ‘창’, ‘아니리’, ‘너름새’를 섞어가며 부른다. 창이란 판소리에서 노래로 부르는 부분을, 아니리는 말로 하는 부분을 가리키며, 너름새는 춤이나 몸짓을 일컫는 말이다. 창 속에 들어 있는 말로 하는 부분이나, 아니리 속에 포함되어 노래처럼 창조로 부르는 대목은 ‘도섭’이라고 한다.
판소리의 음색은 거칠고 탁한 소리와 상청에서의 맑고 깨끗한 소리가 섞여 있다. 한 사람이 서로 상반된 두 음색을 자유자재로 내려면 피를 토하는 득음의 과정이 필요하다. 득음을 한 목소리는 ‘곰삭은 소리’라 하며 슬픔과 한이 깃든 애절한 소리다. 이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 성대 점막의 허물이 벗겨지고 아무는 반복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넓고 두툼하고 단단한 성대결절이 생겨난다. 또 성대 외근의 힘 있는 수축을 위해 설골 하부 성대외근의 발달이 두드러진다.
시조를 음율에 맞춰 부르는 정가는 선비의 고고한 자세를 반영하듯 노래하는 이의 자세부터 유별나다. 정가를 부르는 가인은 단정하고 정색한 얼굴에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소리는 맑고 무겁게 내야 한다. 정가의 발성법은 크게 3가지로 ‘평성’, ‘요성’, ‘퇴성’이다. 평성은 한 음을 흔들림 없이 길게 뻗어내다가 끝머리에 조금 흔드는 것을 말한다. 요성은 심하게 흔들어서 내는 소리이며, 퇴성이란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옮겨갈 때 흘러내리듯 하는 소리를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대근의 유연한 긴장과 이완이 일어날 수 있어야 하고, 후두외근의 자연스런 수축이 필요하다.
이처럼 노래의 장르에 따라 주로 사용되는 후두와 성대의 근육은 서로 다르다. 이상이 오는 부위 역시 노래의 장르에 따라 틀려진다. 운동 종목에 따라 자주 다치는 부상 부위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음성전문의로서 필자는 가수나 성악가들이 목소리 이상을 호소할 때 우선 어떤 장르의 노래를 주로 부르는지 확인한다. 그 후에 각 근육에 대한 음성재활프로그램을 시행하여야 목소리 회복은 가능하다.
현대의 가수들과 같은 음성 전문인들의 목소리 치료 방향은 과학적인 검사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각각의 장르별 음악의 특성에 맞는 성대나 후두의 근육을 훈련하고 다듬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므로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부르고자 하는 장르에 맞는 다양한 후두근육을 강화하고 훈련해야 한다. 그것이 현재보다 30% 더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