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참 수줍음 많은 소년 같다. 인터뷰를 위해 집어든 수화기에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아주 작고 여린, 가슴 한가득 꿈을 품고있는 소년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왜 전자양이라는 이름을 쓰나요?”
“전자양은 어쩌다보니 붙이게 되었어요. 제가 원래 별명이 양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블레이드 러너’를 보고있는데 거기에 ‘전자양’이 나오더라구요. 그 영화를 본 이후로 전자양으로 굳혔어요”
전자양의 본명은 이종범. 그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 살고있는 80년 생 당찬 친구다.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되었나요?”
“좋아하니까 그냥 계속 많이 듣게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나중엔 밴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게 좀 힘들더라구요. 밴드하려는 사람 모으기도 쉽지 않은데, 막상 팀을 만들면 금방 깨지고 그랬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혼자서 하는 게 낫겠다싶어 집에서 작업을 시작했지요. 그렇게 작업한 곡들을 모아서 데모를 만들었고, 그걸 레이블에 보내서 채택된 거예요”
피쉬만스,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를 좋아하고, 근래에는 콜 앤 리스펀스, 콜타르 오브 더 디퍼를 비롯한 포크, 슈게이징 계열의 음악을 즐겨듣는다는 그는, 자신이 즐겨듣는 음악의 특징을 캐치하여 개인적 색채로 표현하는데 재능이 있어 보인다.
“얼굴을 잘 공개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특별한 건 없어요. 그냥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레이블에서 보도용으로 보내준 사진은 ‘보도용’이라고 보기에 너무 꾸밈없는, 그냥 집에서 작업하다말고 찍은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도 정면에서 얼굴을 제대로 잡은 것은 없다.
“라이브에서 팬들과 만나고, 앨범도 자신이 직접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는 셈인데, 여기에 섭섭한 마음은 없나요?”
“사실 앨범작업은 두 달 전에 끝났는데,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서 이제야 나왔어요. 한달 정도 시간이 더 있다면 좋기는 하겠는데, 뭐 그 사이에 공연해봐야 얼마나 하겠어요? 그리고, 솔직히 아직 라이브를 잘 한다는 자신도 없어요”
아쉽게도 전자양은 앨범을 공개하자마자, 9월 25일 군대를 가게되었다. 이 기사가 나갈 때쯤에는 이미 훈련소에서 뜀박질하고 있을 거다.
딜레이 걸린 기타 연주를 시작으로 평면적이고 침전된 음악이 흐른다. ‘당신이 자는 동안 달콤한 달치즈 한 조각 가져가오. 조용히 가져가오’라는 '치즈달 여행', 전자양의 음반에서 가장 밝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되는 '흑백사진', 슬로코어/포크의 형태를 보이는 '보름', ‘깨질 듯한 두통을 안고 하얀 약국에 들어서니 수없이 먹어달라 외치는 소리에 귀가 먹어. 시선을 정리하고서 창백한 약국 아주머니 풀린 두 눈을 보며, 아스피린 두 알 주세요. 무더운 여름 정오에 불쾌지수 높아만 가고 아스피린 두 알씩은 팔지 않는 다는군. 내 머리는 깨져버리고 약들의 외침은 커지고 풀린 두 눈으로, 아스피린 두 알 주세요’라는 참신한 가사가 돋보이는 '아스피린', 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혼자 되뇌는 듯한 '오늘부터 장마', ‘어질러진 방을 정리하고 포근한 이불에 묻혀버렸는데 뭔가 제길 허전한 기분. 누가 내 베개를 훔쳐갔어’라는 가사가 귀여운 '누가 내 베개를 훔쳐갔나', 부유하는 듯한 기분의 '해파리의 잠가루 비', ‘당신이 하늘에 감사기도하며 먹으려는 그 빵에는 소크라테스씨도 맛본 적 있는 독이 발라져있죠. 감사히 감사히 감사히 잘먹겠습니다’라는 재치가 엿보이는 '잘먹겠습니다' 등, 이른 새벽 방에서 온갖 잡념들에 시달릴 때 혼자 조용히 틀어놓고 들을만한, 평범한 소년의 일상 같은 음악.
출처 - changgo.com
첫댓글 2집도 참 좋아요. ^^
전 1집이 훨씬...2집은 좀 산만한 듯한..;;;..1집 땐 공연도 나름 많이 했는데... ;ㅁ;
전 델리스파이스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온 전자양을 봤었는데... 너무 귀여웠어요ㅋㅋ 이번앨범은 느낌이 좀 달라졌던데 그래도 좋더라구요~
같이 공연하던 친구들이 다들 바빠서 공연 못하는 거라고 그러던데요-_-; 휴가 때 별 예고도 없이 급공연했던 게 기억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