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아는 목사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신부님,
밤늦게 죄송합니다.
○○교회 ○○○ 목삽니다.”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다가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루가복음 1장 38절에 나오는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을 라틴어로 좀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저는 자신있게 대답했습니다.
“Fiat Mihi Secundum Verbum Tuum.”
신부가 되기 몇 달 전, 저는 작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서품 상본에 넣을 성서 구절을 정하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평생을 사제로 살면서 내 삶의 기준으로 삼고 살아야
할 성서 구절을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성서도 열심히 읽고 성체 앞에 앉아 묵상에 잠겨보기도
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중에 문득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성모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래, 바로 이 말씀이야!’
성모님의 한평생은 바로 이 말씀 안에서 이루어진 삶이었습니다. 당신의 뜻, 당신의 고집이 아닌 하느님께서
당신을 통해 당신 안에서 이루시고자 하시는 그 뜻을
좇아 사셨습니다.
게쎄마니 동산에서 지극한 고통중에 바치신 예수님의
기도,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마태 26,'39)라는 기도 역시 성모님의 말씀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후 저는 사제로서의 제 삶을 이 말씀 안에 살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모든 판단의 기준, 선택의 기준, 행동의
기준은 다름아닌 바로 이 말씀 안에 놓여 있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나름대로의 삶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옛 성현의 말씀들, 훌륭한 격언들이 우리 삶을 방향짓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다른 어떤 것에 우선해 하느님
말씀 안에서 그 기준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굳건한 기둥을 하느님 말씀 안에
간직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어머니 마리아처럼.
우병현 신부(안동 교구 옥산 천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