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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의 산, 파주 감악산 가이드
글 : 김기환 월간산 차장
월간산 기사 등록일 : 2018-11-06
감악산紺岳山(675m)은 이름 그대로 검은빛과 푸른빛을 동시에 지닌 ‘감색’ 바위산이다. 한북정맥 한강봉(530m)에서 북으로 가지를 뻗은 감악지맥이 임진강에 맥이 끊기기 전 힘차게 솟구친 산이다. 정상을 중심으로 북서쪽은 파주시 적성면, 북동쪽은 연천군 전곡읍, 남동쪽은 양주시 남면의 세 지역에 걸쳐 산자락을 뻗었다.
감악산은 예로부터 임진강을 끼고 있는 남과 북의 교통 요충지이자 삼국시대 이래로 한반도 지배권을 다투던 군사 요충지다. 그래서 산 아래 임진강변에는 칠중성七重城(구읍3리 일원)이 길게 전개되어 있다. 한국전쟁 때에는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했던 영국군 글로스터셔 연대 소속 제1대대와 제170 경박격포대대가 1952년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중공군 3개 사단을 상대로 전투를 벌여 거의 전멸하다시피한 곳으로 유명하다.
파주 감악산은 최근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있는 산행지로 부상했다. 산허리를 휘도는 21km 길이의 둘레길과 함께 150m 길이의 출렁다리가 개통되어 산을 찾는 이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파주, 연천, 양주 3개 지자체가 지역발전을 위해 28억 원을 들여 2013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6년 9월 완공한 시설물이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범륜사梵輪寺 입구 서쪽 암릉에서 371번 지방도로를 건너 범륜사가 있는 운계폭포 방면으로 이어져 있다. 다리 부근에서 중공군과 전투를 벌인 영국군 글로스터셔 부대원들을 기리기 위해 이름을 ‘글로스터셔 영웅의 다리’로 명명했는데, 일반적으로 ‘감악산 출렁다리’로 불린다.
감악산의 대표적인 들머리는 원당리와 신암리, 범륜사 세 곳이지만 범륜사 들머리가 가장 인기가 있다.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원점회귀가 가능해 승용차를 이용하기도 편하기 때문이다. 산행은 범륜사 계곡으로 올라가 감악산 정상과 임꺽정봉 사이 안부에 닿은 다음, 임꺽정봉에 올랐다가 감악산 정상에 오른 뒤 까치봉 능선을 타고 설마리로 하산하면 된다. 하지만 출렁다리 개통 이후 산행패턴이 변화했다. 설마리에서 출렁다리를 건넌 뒤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출렁다리가 감악산의 산행 패턴까지 변화시킨 것이다.
감악산 힐링파크주차장에서 출렁다리 방면인 주차장 동쪽으로 오르는 길이 두 갈래 있다. 주차장 초입 왼쪽 지능선 길과 주차장 남쪽 계단식 데크 길이다. 어느 길로 오르든 출렁다리 서쪽 출입구까지는 10~15분가량 걸린다. 다리 시작지점 부근 전망대에 서면 감악산과 출렁다리의 모습이 한눈에 든다. 이 출렁다리를 건넌 뒤 범륜사를 경유해 감악산을 오르게 된다.
범륜사는 1970년에 옛 절터에 재창건한 사찰로 등산객들의 관심을 끌 만한 볼거리는 없다. 대신 가을이면 절 주변의 단풍빛이 볼 만하다. 흙길이 시작되고 단풍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나무가 화려하게 물든다. 노랗고 벌겋게 물든 단풍은 산길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골짜기를 타고 오르는 길은 돌이 깔린 오르막이다. 쉬지 않고 가면 출렁다리에서 능선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오름길에는 간혹 돌로 쌓은 숯가마 터와 안내판이 나온다. 과거 이곳에 숯가마 터가 많았다. 나무계단을 오르면 능선 안부다. 왼쪽으로 가면 정상이지만 오른쪽 임꺽정봉에 들렀다가 정상으로 가는 것이 좋다. 경치는 임꺽정봉이 정상보다 한 수 위에 있기 때문이다. 10분 정도 가면 임꺽정봉이다.
까마득한 절벽 위 전망대에 서면 누구나 입이 떡 벌어진다. 발아래 펼쳐진 감동적인 풍광에 눈이 즐겁다. 감악산 정상 언저리에는 임꺽정굴이 있어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당나라 장수 설인귀가 이곳에 진을 쳤다 해서 ‘설인귀굴’이라고도 한다.
정상은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휴식을 취해도 좋을 정도로 널찍하다. 정면으로 군사 시설물이 솟아 있어 북쪽 땅을 막고 있다. 산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곳에 있는 큰 비석은 정상석이 아닌 ‘감악산비석’이다. 까치봉으로 이어진 하산로에 데크로 만든 정자와 전망대가 있다. 임진강은 물론 건너편 개성공단까지 보이는 전망대다. 까치봉도 조망이 좋은 곳이다.
능선 따라 내려가면 범륜사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있지만 직진해도 된다. 등산객이 확 줄어 들어 조용하고 운치 있는 흙길이다.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면 371번 도로에 닿는다. 범륜사 원점회귀 산행은 6.7km에 4시간 정도 걸린다. 전체적으로 길이 잘 나있고 이정표가 있어 길 찾기는 수월하다.
교통
의정부에서 25번, 25-1번 버스를 타면 범륜사에 닿는다. 버스는 371번 도로를 따라 적성면까지 간다. 의정부시외버스터미널과 의정부역~가능역~양주역~양주시청을 지나며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숙식(지역번호 031)
출렁다리 주차장에서 가까운 적성면의 파주감악산펜션(958-9092), 연정황토펜션(959-5722)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적성면 두지리의 강촌매운탕(959-3858)이 소문난 맛집이다. 임진강에서 3대에 걸쳐 물고기를 잡아 직접 요리한다. 민물매운탕이지만 비린 냄새가 거의 없고 국물이 시원하다. 메기와 동자개, 참게 등으로 만든 매운탕이 주메뉴다. 범륜사에서 북쪽으로 7km 정도 떨어져 있다.
봄 기운 넘치는 산행...파주 감악산 여행
매일경제 기사 입력일 : 2022.03.25.
[글 이영근 사진 안동수PD]
봄 기운에 찾은 감악산은 그냥 산이었다. 날카롭고 가파른 잔도가 특징이라면 특징? 그러나 정상에 올랐을 때, 왜 감악산 정상을 하늘전망대라 부르게 되었는지 무릎을 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파주, 양주, 임진강 등 주변이 워낙 납작한 지형이라 더 넓고 깊어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임꺽정봉이 해발 676.3m, 감악산 정상이 675m 남짓이니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었다.
▶잔도와 데크붐은 고령화의 단면
겨울 등산의 마지막 코스가 아니었나 싶다. 파주 감악산은 감빛 바위가 출중한 바위산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감빛은 남색, 짙은 청색이라고도 한다. 즉 감청색을 말한다. 맑은 날 감악산 바위를 자세히 바라보면 바위 고유의 검은빛과 푸른빛이 뒤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산의 이름도 감악산이다. 굳이 맑은 날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화산 용암의 산물인 바위산의 대부분은 감청색을 띄고 있다. 유심히 보지 않을 뿐이다. 바위라는 것이 바다와도 같아서, 하늘빛에 따라 색깔은 수십 가지로 변화한다. 때로는 하얗게, 때로는 검게, 또한 어떤 때는 붉게 보이기도 한다.
이름에 ‘악’ 자가 들어간 산은 대개 험한 편이다. 설악산, 치악산 또한 날카로운 산이 아니던가. 등산이 어렵고, 오른다 해도 꽤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악산 등산은 그러나 예상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원래는 높고 깊고 가파른 산이지만 탐방로 공사를 잘 해 놓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특히 잔도 설치가 인상적이었다. 중턱에 나무 계단이 있는 것은 흔한 풍경이지만 뾰족한 정상 부근의 날카로운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잔도는 아찔함과 함께, 뜬금 없지만 ‘늙은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된다. 자연에 인공을 가미하는 것은 분명한 자연 훼손이다.
자연은 그대로 놔두는 게 이상적인 일이지만 요새는 너도 나도 잔도 건설에 열을 올리는 느낌이다. 얼마 전 다녀온 순창 용궐산, 철원 한탄강주상절리길, 단양강잔도 등이 그렇다. 잔도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환경 운운하며 비판할 일만도 아니다. 사회가 고령화되고 노년층의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노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에 오르겠다는 노익장의 패기와 안전한 등산을 위한 예방 조치, 지방 정부의 관광객 유치라는 실리가 만나며 생긴 현상이니, 그걸 무조건 막는 것도 이제는 예전 같은 명분을 찾기 힘들게 되었다.
▶감악산 등산코스
감악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모두 여섯 갈래가 있다.
1코스는 3.9㎞ 구간으로 범륜사 입구 감악산출렁다리에서 운계폭포–범륜사–만남의 숲–임꺽정봉–감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필자는 이 1코스를 선택했고, 정상에 오른 후에는 임꺽정봉, 악귀봉, 장군봉 등을 돌아다니며 하늘 전망을 만끽했다.
2코스는 3.4㎞로 역시 범륜사 입구 감악산출렁다리에서 운계폭포–범륜사–만남의 숲–약수터–감악산 정상으로 연결된다. 임꺽정봉을 들르지 않고 약수터를 거치는 게 1코스와 다른 점인데, 2코스를 선택한다 해도 정상에 올라 조금만 움직이면 임꺽정 봉우리 등 감악산 정상 지점 곳곳에 다다를 수 있다.
3코스는 4.2㎞ 구간으로 휴게소 주차장에서 운계능선–까치봉–감악산 순서로 오른다.
4~6코스는 정상까지 가까운 거리에서 출발하는, 비교적 쉬운 짧고 쉬운 코스다. 2.3㎞의 4코스는 객현리 산촌마을에서 약수터–감악산 정상, 2.8㎞의 5코스는 객현리 산촌마을에서 쌍소나무 쉼터-까치봉–감악산 정상, 그리고 2.3㎞의 6코스는 미타사에서 거의 직선으로 감악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이다. 여섯 개의 코스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코스는 역시 출렁다리와 범륜사, 운계폭포 등 볼거리가 비교적 많은 1, 2, 3코스라 할 수 있다.
감악산의 최고 명물은 정상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마을의 모습이지만, 출발 지점에서 만나는 짜릿한 광경은 역시 출렁다리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우리나라 산악 지형에 설치된 현수교 가운데 가장 긴 편에 속하는 150m 길이의 다리이다. 요새는 흔해빠진 게 출렁다리지만, 등산객 유입에 큰 동기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곳을 찾으려면 우선 감악산출렁다리주차장 만남의 광장에서 이정표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된다.
출렁다리에 진입하기 전 오른쪽 위를 바라보면 전망대가 하나 있다. 출렁다리의 전경을 카메라 프레임 안에 넣고 싶다면 그곳 전망대에 오를 것을 권한다. 출렁다리뿐 아니라 감악산 거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결정적 뷰 포인트다.
출렁다리의 흔들림은 심한 편은 아니지만 아찔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그것 때문에 끝내 출렁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출렁다리 아래로는 설마리, 설마천계곡 등이 수직으로 내려다 보인다. 출렁다리에는 별명도 있다.
‘글로스터 영웅의 다리’가 그것. 글로스터는 영국 중남부 지역에 있는 글로스터셔주의 주 도시 이름이다. 한국 전쟁 때 바로 이 글로스터시 출신 병사로 참전했다가 설마리 전투에서 큰 비극을 당했던 부대원들의 헌신적인 사투를 기억하자는 뜻에서 파주시에서 지은 이름이다. 영국 글로스터시 대표단이 이 다리를 보기 위해 2016년에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범륜사로 향하는 길이 이어진다.
▶범륜사와 감악산의 스카이라인
범륜사는 한국불교태고종 종단의 사찰이다. 태고종의 대표적인 사찰로는 순천의 선암사, 신촌의 봉원사 등이 있다. 범륜사는 규모가 꽤 큰 사찰로 백옥으로 만든 높이 7m의 관음보살상,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점심 공양 등으로 감악산을 즐겨 찾는 여행자들에게 유명하다. 원래 범륜사 자리에는 운계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세월의 풍화와 전쟁 등으로 흔적만 남아있던 것을 1971년 금봉이라는 스님 주도도 다시 지어져 범륜사가 되었다.
대부분의 산이 그렇듯, 감악산 역시 방문 목적은 등산이다.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저 능선을 따라 오르고 또 올라야 하는 산길의 연속이다. 가장 큰 볼거리로는 출렁다리와 범륜사 정도이다.
운계폭포 또한 감악산에서 볼 만한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면 범륜사 앞에서 긴 계단처럼 형성된 계곡과 절벽을 타고 떨어져 내리는 운계폭포의 장관을 볼 수 있지만, 취재 당시만 해도 겨울의 끝자락이라 해가 들지 않는 계곡에는 여전히 빙벽이 형성되어 있었다.
감악산의 진수는 역시 감악산 봉우리의 뾰족한 바위들과 잔도들이다. 절벽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설치된 잔도는 끝도 없을 것 같고 길도 가파른데, 정상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감악산의 바위 색깔은 이름 그대로 검푸른 남빛, 감색을 형형하게 보여주고 있다.
감악산 등산의 최고 기쁨은 뭐니뭐니 해도 정상에서 만나는 스카이라인과 납작한 마을들 모습, 그리고 멀리 삐죽삐죽 올라와 있는 한국의 산 풍경이다. 남쪽으로는 동두천시 칠봉산, 양주시 도락산, 서울시 도봉산, 서울시와 고양시를 이어주는 북한산 등이, 북으로는 북한 개성시의 송악산까지 볼 수 있다. 물론 날씨가 도와줘야 가능한 시계이지만, 그야말로 하늘과 공중과 산과 마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광활한 풍경인 것이다.
감악산 정상에 오르면 장군봉, 악귀봉, 임꺽정봉 등을 만날 수 있다. 감악산 꼭대기는 당연히 감악산 정상이지만 정상의 맛을 제대로 보려면 장군봉, 악귀봉, 임꺽정봉에 올라가 보는 게 좋다. 감악산 정상에는 대형 군사 시설이 있어서 시야를 가리고 위압감마저 받게 되지만, 장군봉 등은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임꺽정이 관군의 추격을 피해 이 깊고 험한 산속 동굴에 기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동굴이 있는 바위 정상이 지금의 임꺽정봉 자리였다. 임꺽정봉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니 역시 마음이 호쾌해진다.
▶감악산의 기념 조형물, 감악산비
감악산 정상에 있는 높이 170cm, 너비 70~79cm의 비석이다. 화강암으로 만든 이 비석은 세운 지 얼마가 되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데, 비석에 새겨진 글자가 전혀 보이지 않아 ‘몰자비’(글자가 죽은 비)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아예 글자를 새기지 않은 무자비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설인귀비, 빗돌대왕비라로 부르기도 한다. 학술적인 조사가 이루어진 적도 있다.
1982년 동국대학교 감악산고비 조사단에서 들여다 본 경과에 의하면, 이 비는 그 모습이 북한산에 있는 진흥왕순수비와 비슷하다는 정도로만 파악되었다. 북한산이 있는 서울과 고양, 파주가 이어져 있는 지역이고, 이곳 임진강 남쪽이 고구려와의 경계를 이루며 영토 확장의 높은 고빗길에 해당되었기 때문에 신라의 진흥왕은 주요 지역에 순수비(정복한 신라의 새 영토를 둘러보고 확인하는 비)를 설치했다.
북한산에 순수비가 있는 것처럼, 이곳 감악산에도 순수비를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고비가 진흥왕순수비라는 결정적 근거는 없다. 비석을 설인귀비로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당나라 장수 설인귀가 고구려 원정 때 글자 없이 달랑 돌판만 설치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측천무후 등 당나라 정치, 군사 고위직 가운데 글자가 없는 무자비를 세운 기록이 있다는 게 근거다. ‘아무리 오랜 세월 풍화를 맞았다 해도 글자의 흔적 하나 볼 수 없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애초에 글자 없는 표식 정도일 것’이라는 상상인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 그냥 세워놓은 비석일 수도 있는 흔적을 놓고 너무 유난을 떠는 것은 아닐까.
▶감악산 성모마리아상
산꼭대기에 성모마리아상이라니. 조금은 놀랍고 뜬금없어 보이는 성모마리아상이 왜 저곳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감악산 숲길 코스 전망 포인트에 세워져 있는데, 그 동기가 오묘하다. 특정 성당에서 세웠다면 그 스토리에 대한 설명이 있을 텐데, 아무것도 없이 그저 마리아상만 세워져 있을 뿐이다.
성모마리아상의 시선이 북쪽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평화, 통일 등의 마음을 담은 마리아상이 아닐까 추측해 볼 뿐이다. 풍문에 의하면 이 지역에 군부대가 있을 때 군종교 차원에서 설치했다는 말도 있다. 높은 산 깊은 숲길에서 만나는 것들이 대부분 사찰, 암각화, 돌탑 등 불교 관련 유물들인 것을 생각해 볼 때 성모마리아상은 다소 뜻밖의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영국군 설마리전투 추모공원
감악산 출렁다리는 설마리에 위치하고 있다. 설마리는 한국전쟁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격전지이기도 한데, 1951년 4월에 벌어진 영국군과 중공군의 전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모든 전쟁은 상상 그 이상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치열했고 참담했던 일이었다. 당시 설마리 고지는 영국군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공군의 맹렬한 공격으로 영국군은 보급로는 물론 퇴로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후퇴할 수도 있었지만 설마리 방어선을 빼앗길 경우 그 남쪽의 방어선마저 폭풍우를 맞은 것처럼 허물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버티고 또 버텨야 하는 전황이었던 것이다. 유일한 선택지가 전투였던 영국군들은 3일 동안 끈질긴 전투를 벌였고, 그 3일 동안 UN군은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대가는 혹독했다. 600명이 넘는 영국군이 전멸했다.
그 600여 명의 영국군 병사들은 모두 꿈을 안고 살다 전장에 끌려온 젊은이들이었다. 파주 영국군 설마리전투 추모공원은 그때 희생 당한 영국의 젊은 군인들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고마움, 미안함의 마음을 모아 건립되었다. 이 공원은 감악산 입구에서 적성면 방향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위치 :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구읍리
▶파주 두부 만드는 집
파주의 대표적인 농특산물로 장단콩이 있다. ‘장단콩’은 휴전선 남쪽 군사분계선 위쪽에 위치한 파주시 군내면 읍내리와 연천군 (구)장단면에 있는 지역에서 재배하는 우리나라 재래콩의 이름이다. 원래 장단은 넓게 분포하고 있었으나 한국전쟁 이후 북한과 겹치는 지명이 되는 바람에 연천군 장단면는 행정명에서 사라졌고, 파주시에서 장단면을 편입해 장단콩이라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상태다.
임진강 북쪽 민간인출입통제구역에서 재배되는 장단콩은 우리 재래콩이라는 점, 청정지역에서 자란다는 점, 콩 특유의 풍부한 영양성분에 힘입어 잘 나가는 브랜드가 되었으며 특히 경기도 북부 지역인 파주, 고양, 문산, 적성 등에서는 장단콩으로 만든 두부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감악산 출렁다리 입구 주차장 일대에서도 장단콩 전문점을 쉽게 볼 수 있다. 파주 두부만드는집에서는 장탄콩을 식재로 만든 손두부, 순두부, 두부전골, 두부부침 등을 판매하고 있다. 두부 이외에도 황태구이, 코다리조림, 감자전, 능이닭백숙 등 많은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맑은순두부와 더덕구이는 담백하고 향기로운 콩맛이 살아 있다.
위치 :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설마천로 273-49
운영 시간 : 평일 08:00부터, 주말 06:30부터. 닭백숙 예약, 오픈 여부 전화 확인 필요.
▶ Info
감악산출렁다리주차장 : 경기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 48-44
감악산 출입시간 : 09:00~17:00(11~ 3월), 09:00~18:00(4`~10월)
감악산 야간 경관 조명 관람 시간 : 18:00~21:00(11~3월), 19:00~22:00(4~10월),
입장료 5000원
파주 감악산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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