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에 있는 대명사는 봄이면 꽃잔디 명소로 유명한 여행지다. 도착하기 전부터 꽃잔디가 정말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사찰로 이어지는 길부터 분홍빛이 은은하게 번지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꽃잔디는 점점 촘촘해졌고 특히 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꽃길은 마치 누군가 정성껏 깔아놓은 카펫처럼 분홍색 융단 같은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갈 때마다 시야에 들어오는 분홍빛이 더 넓어졌고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느려졌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서 몇 번이나 멈춰 서서 주변을 바라보게 된다.
대웅전 앞에 도착했을 때는 잠시 말을 잃었다. 사찰의 단정한 건물과 화사한 꽃잔디가 묘하게 잘 어울려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관광지 특유의 북적임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에서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고 오히려 사람들 모두가 같은 풍경에 감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 순간을 함께 공유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한쪽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분홍색 물결이 사찰 전체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생생했다. 바람이 살짝 불 때마다 꽃들이 미묘하게 흔들리는데 그 모습이 잔잔한 파도처럼 느껴져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곳에 머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봄이라는 계절이 이렇게까지 다정할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