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맡을 거쳐 간 단짝들
박광안
아침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젯밤 처음 만난 단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나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주어 엄마 품처럼 포근하였다. 고마운 마음 전하면서 오늘 저녁 만날 때까지 안녕,하면서 인사를 하였다. 단짝 친구도 처음 만나 쑥스러운지 새색시처럼 수줍어하며 안녕히 다녀오시라고 공손히 인사하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나를 보살펴 준 친구가 참 많다. 그중에서도 어릴 때부터 언제나 잠자리에서 다소곳이 기다리는 단짝 친구가 있었다. 날마다 변함없이 맞아주는 친구가 얼마나 될까? 너는 갓난이부터 노인들까지 누구나 필요한 보물이다. 차별하지 않고 공평하게 대해주어 좋아한다.
여러 모양과 종류도 많다. 스펀지처럼 폭신한 것, 씨앗을 넣어 부드러운 것, 대나무로 만들어 시원한 것, 나무도막으로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목침 등이 있다. 각자의 특징을 자랑 하며 자기가 최고라고 뽐내기도 한다. 한 번이라도 주인을 더 모시려고 예쁘게 단장하고 기다린다.
어릴 적 동생과 소꿉놀이 할 때, 너는 어린아이가 되기도 했다. 내 등에 업고 자장가를 부르면서 잠을 재우기도 했었다. 뛰어다니다가 밑으로 떨어지면 얼마나 아플까? 하고 얼른 주어 가슴에 안았다. 머리를 쓰다 주며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달래주던 때가 아련히 머리에 떠오른다.
흘러가는 세월 따라 동행하면서 나를 지극정성 모시다가 임무를 다하면 소리 없이 떠나간 친구들이 그립다. 자기의 특성을 살려 모시다가 내 곁을 떠난 순진한 친구가 얼마인지 헤아릴 수 없다. 잠을 잘 때는 어디서나 포근히 맞아주던 너, 네가 없으면 머리가 아프고 목이 허전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리워했다.
몸이 아파 병원에서 수술하고 입원해 있을 때도, 너는 옆에서 나를 위로 해주고 편안히 잠들게 하는 고마운 친구였다. 귀에 대고 통증을 없애주고 빨리 회복해 주시라고 기도하며 속삭여 주었다. 그때의 모습을 떠올리면 얼마나 고마웠는지,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구나. 새로운 친구를 만나 새 힘을 주는 일을 계속하고 있겠지….
집을 떠나 여행을 가서도 잠자리에 들면 빠지지 않고 포근히 맞아주었다. 너는 갑자기 처음 보는 나를 만나 내 목을 포근히 감싸줄 때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해외에서만난 단짝 친구는 얼마나 될까? 9차례 해외여행이 있었다. 20여 나라에서 두 달 동안 같이 잠을 잔 것 같다, 각 나라에서 처음 만나 하룻밤 풋사랑을 하면서 추억을 남겼다. 우리의 인연은 하룻밤으로 끝났지만, 내 안의 여행 세포 속에는 그들이 나누어준 다정함이 여전히 흐르고 있다. 다시 만나지 못할지라도, 그 짧았던 만남이 내 삶을 조금더 다채롭게 만들어 주었음을 안다,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있다. 언제 다시 만날 기약도 없어 서운하여, 천원을 너의 머리 위에 올려놓고 아쉬워하며 석별의 정을 나눈 때도 있었다. 짧은 만남 긴 여운을 남긴 친구들 다시 만날 수 없는 안타까움 날이 갈수록 쌓인다. 내 몸도 낡아 이제는 해외여행을 할 수 없어 만날 수가 없구나! 이 땅에서 만나지 못하니,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못다 한 정 나누자.
나를 섬기다 떠난 수많은 베개는 어디서 나를 생각하며 잠들고 있을까?. 앞으로 새로운 친구를 얼마나 맞이하려는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려는지 기다려진다.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걸어온 길 뒤돌아볼 때 베개처럼 살아왔는가. 어디서나 찾는 사람이었는가. 흘러간 세원 되돌릴 수 없네.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거장 젊은 날이다. 남은 세월이라도 잘 해보자.
오늘따라 어머니의 팔베개에서 듣던 자장가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는 듯하구나.
(2026.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