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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bravka Lošić, 물질과 상처·침묵과 감각으로 재구성한 동유럽 현대미술의 깊이 |
사진: 2026년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여행=윤경옥 기자]베니스는 언제나 물 위에 떠 있는 도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많은 기억과 상처, 침묵 위에 세워진 도시다. 그리고 2026년 베니스비엔날레 크로아티아 국가관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층위들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끌어올린다.
올해 크로아티아 국가관은 작가 Dubravka Lošić의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녀는 오랫동안 발칸 지역의 역사와 여성의 몸, 기억의 흔적, 전쟁 이후의 감정 구조를 탐구해온 작가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특정한 사건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거나 정치적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천, 섬유, 봉합, 균열, 색채, 침묵 같은 감각적 요소들을 통해 ‘말해지지 못한 기억’의 층위를 관객 스스로 체험하게 만든다.
사진: 크로아티아 국가관, 작가 Dubravka Lošić 인터뷰
사진: 크로아티아 국가관, 작가 Dubravka Lošić 인터뷰 (1)
국가관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압도’가 아니라 ‘정적’이다. 작품들은 거대한 선언보다 미세한 흔들림에 가깝다. 그러나 바로 그 미세함이 관객의 감각을 더 깊게 파고든다. 찢어지고 꿰매어진 표면, 부드럽지만 어딘가 불안한 직물의 질감, 그리고 공간 전체를 감싸는 절제된 색채는 전쟁과 이주, 여성성과 역사적 기억이 어떻게 개인의 몸 안에 남는지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두브라브카 로시치의 전시 "공포와 아름다움에 사로 잡혀(Compelled by Fright and Beauty)"는 팔라초 조르지에서 그녀의 40년 예술 활동의 주요 흐름을 되살리는 장소로 특정적 설치 작품을 전시한다.
두브라브카 로시치의 전시 "공포와 아름다움에 사로 잡혀(Compelled by Fright and Beauty)"는 팔라초 조르지에서 그녀의 40년 예술 활동의 주요 흐름을 되살리는 장소로 특정적 설치 작품을 전시한다. 진화하는 작업 시스템으로 구상한 이 전시는 베네치아 궁전의 건축 양식에 맞춰 조각, 오브제 회화, 직물 기반 형태 등 다양한 작품들을 공간적으로 구성하여 보여준다. 안뜰과 2층 전체에 걸쳐 부식된 철과 청동 요소들이 채색된 나무, 직물, 그리고 표현적인 표면들과 어우러져 재료의 긴장감과 감정적 강렬함이 융합되는 다층적인 환경을 만들어낸다.
사진; 크로아티아 국가관, 작가 Dubravka Lošić 전시 전경 1
특히 Lošić의 작업은 ‘봉합’이라는 행위를 단순한 회복의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의 봉합은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가 존재했음을 끝내 지우지 못하는 흔적으로 남겨둔다. 그 흔적은 발칸의 역사이자, 동시에 오늘날 유럽 전체가 공유하고 있는 불안의 감각처럼 읽힌다.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동유럽 현대미술이 지닌 특유의 감정 구조를 매우 섬세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구 현대미술이 종종 개념과 담론 중심으로 읽힌다면, 크로아티아 국가관은 감각과 물질, 침묵과 분위기를 통해 역사에 접근한다. 관객은 작품을 ‘이해’하기보다 먼저 ‘느끼게’ 된다.
베니스비엔날레라는 국제 무대 안에서 이러한 태도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오늘날 수많은 국가관들이 강한 정치적 메시지와 시각적 스펙터클 경쟁 속에 놓여 있는 반면, 크로아티아 국가관은 오히려 느린 호흡과 낮은 목소리를 선택한다. 그러나 그 낮은 목소리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사진; 크로아티아 국가관, 작가 Dubravka Lošić 전시 전경 (2)
전시를 보고 나온 뒤에도 관객의 머릿속에는 특정 이미지보다 감각이 오래 남는다. 천의 표면, 빛의 밀도, 조용한 긴장감,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불안과 아름다움의 공존. 그것은 단지 한 국가의 기억이 아니라, 오늘날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정서적 풍경에 가깝다.
2026년 베니스비엔날레 크로아티아 국가관은 질문한다. 상처는 과연 완전히 봉합될 수 있는가. 그리고 예술은 그 봉합되지 않은 흔적을 어떻게 기억의 언어로 바꿀 수 있는가. 이번 전시는 거대한 목소리 대신 조용한 감각으로 오래 남는다. 그리고 바로 그 침묵 속에서 크로아티아 국가관은 올해 비엔날레의 가장 섬세하고도 깊은 장면 중 하나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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