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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패구상(兩敗俱傷)
쌍방이 다 패하고 상처를 입는다
兩 : 두 량(入/6)
敗 : 패할 패(攵/7)
俱 : 함께 구(亻/8)
傷 : 다칠 상(亻/11)
서로 지지 않으려고, 또는 더 많이 차지하려고 싸우다가 이것저것 다 잃는다. 이럴 때 쓰이는 속담이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이다. 게를 잡으러 갔다가 새끼로 만든 바구니 구럭까지 다 잃었으니 손해가 막심하다. 제3자가 횡재를 하는 어부지리(漁父之利)의 이득을 안기기만 한다. 방휼지쟁(蚌鷸之爭), 어옹지리(漁翁之利) 등 숱한 유사어가 있다.
이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쌍방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兩敗) 서로 손해만 입었다(俱傷).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싸우는 것을 깨우치는 성어로 개와 토끼의 싸움 견토지쟁(犬兎之爭), 농부의 횡재 전부지공(田父之功)과 유래가 같다.
전한(前漢) 시대 학자 유향(劉向)이 전국시대(戰國時代) 전략가들의 책략을 모은 전국책(戰國策)에 이 이야기가 전한다. 제책(齊策)에 나오는 내용을 요약해 보자.
제나라의 순우곤(淳于髡)이란 학자가 있었다. 천한 신분 출신이었지만 기지가 넘치는 변설로 제후를 섬겨 대부가 된 사람이다. 강국 진(秦)나라와 대치하던 당시 선왕(宣王)은 군대를 이끌고 위(魏)나라 정벌에 나서려고 했다. 해학과 변론이 뛰어난 순우곤이 고사를 들며 간언했다.
한자로(韓子盧)라는 천하에서 제일 빠른 사냥개가 약삭 빠르기로 제일가는 산토끼 동곽준(東郭逡)을 쫓았습니다. 산기슭을 세 바퀴나 돌고 산꼭대기를 다섯 번이나 오르내리며 추격했는데, 결국 토끼가 지쳐 죽고 개도 뒤따라 쓰러졌습니다.
環山者三 騰山者五 兎極於前 犬廢於後 犬兎俱罷.
환산자삼 등산자오 토극어전 견폐어후 견토구파.
부근을 지나가던 농부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개와 토끼를 모두 주워 갔습니다. 선왕이 얼른 그 뜻을 파악하지 못하자 순우곤이 이어 말한다. 지금 제나라가 위나라와 전쟁을 벌이게 되면 군사들은 곧 지치고 국력도 약해져 이렇게 되면 서쪽의 진나라나 남쪽의 초(楚)나라가 농부와 같이 횡재만 안겨준다고 했다. 선왕은 곧 깨닫고 위나라 정벌 계획을 취소했다.
▶️ 兩(두 량/양, 냥 냥/양)은 ❶상형문자로 両(량)과 两(량)은 통자(通字), 两(량)은 간자(簡字), 刄(량)은 동자(同字)이다. 兩(량)은 저울추 두개가 나란히 매달려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둘, 한쌍을 뜻한다. 兩(량)은 무게의 단위이며 나중에 돈의 단위에도 쓰고 또 둘, 쌍의 뜻으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兩자는 ‘둘’이나 ‘짝’, ‘무게의 단위’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그동안 兩자는 저울추가 나란히 매달려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해석했었다. 兩자가 ‘무게의 단위’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兩자의 금문을 보면 이것은 마차를 끌던 말의 등에 씌우던 ‘멍에’와 ‘고삐 고리’를 함께 그린 것이었다. 두 개의 멍에가 있다는 것은 말 두 필이 마차를 끌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兩자는 본래 ‘쌍’이나 ‘짝’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었지만, 후에 저울을 닮았다 하여 무게의 단위로도 쓰이게 되었다. 그래서 兩(두 량/양)은 ①두, 둘 ②짝, 쌍 ③두 쪽 ④동등(同等)한 것 ⑤기량(技倆), 기능(機能) ⑥수레를 세는 단위. 50승(乘) ⑦대(隊: 편제 단위. 25인) ⑧무게의 단위 ⑨필(길이의 단위) ⑩짝하다 ⑪장식하다, 꾸미다 ⑫아울러, 겸하여 그리고 ⓐ냥(화폐의 단위)(냥) ⓑ냥(무게의 단위)(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양쪽의 두 나라를 양국(兩國), 양쪽의 옆면을 양측(兩側), 조선시대 지체나 신분이 높은 상류 계급 사람 곧 사대부 계층을 이르던 말을 양반(兩班), 관련이 있는 두 쪽의 사물이나 사람을 양자(兩者), 사물의 양쪽의 면을 양면(兩面), 어떤 관계의 두 사람을 양인(兩人), 두 쪽이 다 큰 것을 양대(兩大), 어떤 사물의 두 가지를 성질을 양성(兩性), 서로 반대되는 양쪽 극단을 양극(兩極), 동물이 물 속이나 땅 위의 양쪽에서 다 삶을 양서(兩棲), 역량이 비슷한 같은 두 용자를 비유하는 말을 양호(兩虎), 두 집안을 양가(兩家),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움을 양난(兩難), 둘로 나눔을 양분(兩分), 아버지와 어머니를 양친(兩親), 두 과부가 슬픔을 서로 나눈다는 양과분비(兩寡分悲), 양손에 떡을 쥐었다는 뜻으로 가지기도 어렵고 버리기도 어려운 경우를 양수집병(兩手執餠), 둘 중에서 하나를 가림을 양자택일(兩者擇一), 용과 범이 서로 친다는 뜻으로 강자끼리 승부를 다툼을 양웅상쟁(兩雄相爭), 두 마리의 봉황이 나란히 날아간다는 뜻으로 형제가 함께 영달함을 양봉제비(兩鳳齊飛) 등에 쓰인다.
▶️ 敗(패할 패)는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貝(패)가 합(合)하여 싸움에서 지게 되어 패하다를 뜻한다. 敗(패)는 則(칙)의 반대로, 법칙(法則)을 때려 부수다, 사물을 못쓰게 만들다, 나중에는 적에게 지는 것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敗자는 '깨뜨리다'나 '패하다', '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敗자는 貝(조개 패)자와 攵(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하지만 敗자의 갑골문을 보면 貝자가 아닌 鼎(솥 정)자가 그려져 있었다. 고대에는 나라마다 섬기는 신이 있었고 그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솥을 사용했다. 그래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솥은 매우 신성시됐다. 그런 솥을 그린 鼎자에 攵자가 더해진 것은 신성한 솥을 깨부수었다는 뜻이다. 신성한 솥이 깨졌다는 것은 적에게 패배했음을 상징한다. 그래서 敗자는 '패하다'나 '깨뜨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후에 鼎자가 貝자로 바뀌면서 본래의 의도를 알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敗(패)는 실패(失敗)하거나 패배(敗北)함, 또는 그러한 일의 뜻으로 ①패(敗)하다, 지다 ②무너지다 ③부수다 ④깨뜨리다 ⑤헐어지다 ⑥깨어지다 ⑦썩다 ⑧떨어지다 ⑨해(害)치다 ⑩기근(飢饉) ⑪재앙(災殃), 재화(災禍) ⑫흉년(凶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잃을 실(失),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이길 승(勝), 있을 존(存), 이룰 성(成), 있을 유(有), 일 흥(興) 이다. 용례로는 가산을 탕진하여 없앰을 패가(敗家), 싸움에 져서 망함을 패망(敗亡), 싸움에 지거나 일에 실패한 원인을 패인(敗因), 도덕과 의리를 그르침을 패덕(敗德), 싸움에 져서 죽음을 패사(敗死), 싸움에 져서 뿔뿔이 흩어짐을 패산(敗散), 사업에 실패함을 패업(敗業), 패하여 세력이 꺾인 나머지를 패잔(敗殘), 전쟁에 짐을 패전(敗戰), 싸움에 져서 멸망함을 패멸(敗滅), 패배의 빛이나 패배할 것 같은 경향을 패색(敗色), 싸움이나 경기에 진 사람을 패자(敗者), 싸움에 져 도망침을 패주(敗走), 찢어진 종이나 못쓰게 된 종이를 패지(敗紙), 싸움에 져서 도망함을 패배(敗北), 일에 성공하지 못하고 망함을 실패(失敗), 이김과 짐을 승패(勝敗), 참혹하게 패함을 참패(慘敗), 성공과 실패를 성패(成敗), 쇠퇴하여 문란해지는 것을 퇴패(頹敗), 경기나 시합에서 약간의 점수 차이로 애석하게 짐을 석패(惜敗), 싸움에 한번도 지지 아니함을 무패(無敗), 지지 아니함이나 실패하지 아니함을 불패(不敗), 일을 그르쳐 패함이나 분하게 짐을 분패(憤敗), 가산을 탕진하고 몸을 망침을 일컫는 말을 패가망신(敗家亡身), 마른 버드나무와 시든 꽃이라는 뜻으로 용모와 안색이 쇠한 미인의 모습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패류잔화(敗柳殘花),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배함을 일컫는 말을 경적필패(輕敵必敗), 싸움에 한 번 패하여 땅에 떨어진다는 뜻으로 한 번 싸우다가 여지없이 패하여 다시 일어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패도지(一敗塗地),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하는 계기로 삼음을 일컫는 말을 전패위공(轉敗爲功), 한 번 이기고 한 번 짐을 일컫는 말을 일승일패(一勝一敗), 자기 군대의 힘만 믿고 교만하여 적에게 위엄을 보이려는 병정은 적의 군대에게 반드시 패한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교병필패(驕兵必敗), 아주 튼튼하여 절대로 깨지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만년불패(萬年不敗), 자연을 거역하여 私意사의를 끼우면 길패함을 이르는 말을 위자패지(爲者敗之) 등에 쓰인다.
▶️ 俱(함께 구/갖출 구)는 ❶형성문자로 倶(구)는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具(구; 갖추어지다)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具(구)와 구별하여 특히 사람들 모두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俱자는 ‘함께’나 ‘모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俱자는 人(사람 인)자와 具(갖출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具자는 제기 그릇을 양손에 맞잡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갖추다’나 ‘구비하다’라는 뜻이 있다. 具자에서 말하는 ‘갖추다’라는 것은 제사를 지낼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여기에 人자가 더해진 俱자 역시 ‘갖추다’나 ‘함께’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의미상으로는 具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俱(구)는 ①함께 ②모두 ③다(남거나 빠진 것이 없이 모두) ④전부(全部) ⑤갖추다 ⑥구비(具備)하다 ⑦동반(同伴)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함께 해(偕), 더불 여(與)이다. 용례로는 내용이 모조리 드러남을 구현(俱現), 골고루 갖춤을 구비(俱備), 양친이 모두 살아 계심을 구존(俱存), 양친이 다 돌아가심을 구몰(俱沒), 다 갖추어 온전함을 구전(俱全), 두루 능함을 구공(俱工), 한꺼번에 다 잃음을 구실(俱失), 옥과 돌이 모두 불탐으로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 함께 해를 당함을 구분(俱焚), 직함과 수결을 갖추어 씀을 구함(俱銜), 한꺼번에 발생함을 구발(俱發), 함께 노래함 이나 함께 부름을 구창(俱唱), 목소리와 얼굴빛이 모두 엄함을 성색구려(聲色俱厲), 사람 됨이 고약하여 나쁜 점은 모두 다 가지고 있음을 백악구비(百惡俱備), 아무 소리도 없이 잠잠하여 아주 고요함을 만뢰구적(萬籟俱寂),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로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불구대천(不俱戴天), 옥과 돌이 함께 불타 버린다는 뜻으로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을 옥석구분(玉石俱焚), 초목과 함께 썩어 없어진다는 뜻으로 해야 할 일을 못 하거나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죽음을 이름을 초목구후(草木俱朽), 게도 그물도 다 잃었다는 뜻으로 이익을 보려다 도리어 밑천까지 잃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해망구실(蟹網俱失) 등에 쓰인다.
▶️ 傷(상처 상)은 ❶형성문자로 伤(상)의 본자(本字), 伤(상)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상)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부수를 제외한 글자의 본디 글자는 (창)으로 이루어진 상(화살 상처)이다. 사람의 몸에 상처가 나는 것을 傷(상), 마음에 상처 나는 것은 심방변(忄=心, 㣺)部를 쓴다. ❷회의문자로 傷자는 ‘상처’나 ‘다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傷자는 人(사람 인)자와 昜(볕 양)자, 矢(화살 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傷자의 상단에 있는 것은 화살을 뜻하는 矢자가 변형된 것이다. 昜(볕 양)자는 태양이 제단 위를 비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볕’이나 ‘양지’라는 뜻이 있다. 傷자는 본래 화살에 맞아 다친 사람을 뜻했던 글자였다. 화살을 맞아 치명상을 입게 되면 몸에 열이 나며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傷자는 화살과 昜자를 결합해 상처로 인해 몸에 열이 나고 있음을 표현했다. 그래서 傷(상)은 ①다치다 ②해치다 ③애태우다 ④근심하다 ⑤불쌍히 여기다 ⑥상하다 ⑦상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칠 창(刱)이다. 용례로는 속을 썩임 또는 마음을 상함을 상심(傷心), 받은 은정을 상하게 함을 상은(傷恩), 남의 몸에 상처를 내어 해를 입힘을 상해(傷害), 상처로 인하여 몸이 야위어짐을 상고(傷枯), 마음을 상하게 하고 슬프게 함을 상기(傷氣), 마음이 아프도록 몹시 슬퍼함을 상도(傷悼), 부상과 질병을 상병(傷病), 몹시 분하고 억울하게 여기어 한탄함을 상분(傷憤), 정분을 상함을 상정(傷情), 근심하고 슬퍼함을 상참(傷慘), 마음 아파하고 슬퍼함을 상탄(傷歎), 마음속으로 애통히 여김을 상회(傷懷), 상처가 난 흔적을 상흔(傷痕), 가난에 쪼들려서 마음을 상함을 상빈(傷貧), 죽음을 슬퍼함을 상서(傷逝), 정신을 상함을 상신(傷神), 몸의 다친 자리를 상처(傷處), 활에 놀란 새 즉 활에 상처를 입은 새는 굽은 나무만 보아도 놀란다는 뜻으로 한번 놀란 사람이 조그만 일에도 겁을 내어 위축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상궁지조(傷弓之鳥), 살림이 군색하고 가난함에 대한 한탄을 일컫는 말을 상재지탄(傷哉之歎), 풍속을 상하게 하고 썩게 한다는 뜻으로 풍속을 문란하게 함 또는 부패하고 문란한 풍속을 일컫는 말을 상풍패속(傷風敗俗), 터무니없는 말로 헐뜯거나 남을 해치려고 속임수를 써서 일을 꾸밈을 이르는 말을 중상모략(中傷謀略), 부모에서 받은 몸을 깨끗하고 온전하게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감훼상(不敢毁傷), 부모께서 낳아 길러 주신 이 몸을 어찌 감히 훼상할 수 없다는 말을 기감훼상(豈敢毁傷), 바람에 병들고 더위에 상함이라는 뜻으로 고생스러운 세상살이에 쪼들림이라는 말을 병풍상서(病風傷暑), 효자가 죽은 부모를 너무 슬피 사모하여 병이 나고 혹은 죽는다는 말을 이효상효(以孝傷孝), 사물이 눈에 보이는 것마다 슬픔을 자아 내어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촉목상심(觸目傷心)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