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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년의 슬픈 사랑 그리고-18
"여보~ 너무 멋져요. 이제 이 반지는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거예요. 너무 좋아요. 여보~ 가슴이 벅차요."
초희는 가게 안에서 또 다시 팔을 벌린 제임스의 품에 안겼다. 이번에는 5분 정도 그러고 있었다.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의 박수 소리에 모두에게 미소 지으며 떨어졌다.
"Thank you so much, all you guys.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제임스와 초희는 같이 손을 잡고 그들에게 인사하였다. 이 같은 결혼 축하객이 어디에 또 있을 것인가? 그들은 정말 축하해 주었다. 그때 주인 사장이 나와 빨간 봉투를 주었다.
"What' this? 이게 뭐 예요?"
열어 본 초희는 또 한번 고마워하고 감사하였다. 반지를 판 가게의 사장님으로 부터 결혼 축하금이었다. 그렇게 따뜻한 축하를 받으며 그들은 그 가게를 나와 넓은 몰을 걷기 시작하였다.
"여보~ 우리 정말 잘 맺어 졌어요. 이러려고 지금까지 기다렸던 거예요. 당신을 만나려고. 사랑해요. 내 사랑 제임스."
"또 어쩌자고. 이번에는 안돼. 지금은 공공장소야. 제발, 이따가 호텔로 돌아가서 하자. 응."
그가 한발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초희가 돌아서서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여보. 그러면 호텔로 돌아가서 첫 날밤을 보내는 거예요. 아셨죠?"
"ㅎㅎㅎ 벌써 첫날 밤 보냈잖아. 또 첫날 밤?"
"예. 맨 날 첫날 밤이예요 ㅎㅎㅎ."
"자, 첫날 밤이든 둘째 날이든 배를 채워 야지. 금강산도 식후경. 저어기 가서 샤스캬튠 명물 음식 좀 먹어 봅시다~"
"ㅎㅎㅎ 그럽시다요~ 여보, 실은 저도 배고파요. 벌써 2시가 넘었어요."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네. 샤스캬튠 명물 음식은 왔으니 꼭 먹어 봐야 돼. 그지?"
"저 거지 아닌데요~ 돈 내고 먹어 봐요~"
그들이 간 곳은 샤스캬튠의 명물 음식인 Bannok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그렇게 바쁘지는 않았다.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입구를 들어서며 큐알코드를 찍고 들어가 주문하고 기다렸다 음식을 들고 좌측 넓은 식탁과 의자들이 늘어서 있는 홀로 가서 앉아 먹으면 된다. 2층 레스토랑 홀은 레스토랑 고객 공용이며 앞에는 유리로 돔 같은 창을 만들어 눈 온 강변과 산들을 보며 식사를할 수 있었다. 프론트 뷰가 장관이었다. 우리의 초희가 빠질 수 있겠는가?
"여보~ 이런 빵은 어디에서 든 먹을 수 있는 거 잖아요. 뭐가 달라요?"
"어~ 이 빵은 베넉이라 부르는데, 스코틀렌드에서 바다 건너 이리로 와서 원주민들 주식이 되었어. 오래전 역사이지. 아마도 1800년대 초쯤. 그러다 베넉 위에 소스를 칠하게 되었고 메이플 시럽도 덮었고 그리고 지금은 샤스캬츈 원산지인 체리와 베리 쨈을 발라 먹게 되었어. 역사적인 간편한 음식이야. 넓적한 돌위에 반죽하여 구워 낸 것이 시초야. 어서 먹어봐."
"참 당신은 아는 것도 많아요."
초희는 베넉을 체리 쨈에 찍어 먹기 시작했다.
"음~ 맛이 구수하고 참 좋네요. 한국의 옛날 밀가루 빵 같지만 더 좋네요."
"당신도 밀가루 빵을 알아?"
"그럼 요~ 저도 강원도에서 자랐어요."
"어이구~ 멋지네 ㅎㅎㅎ."
"여보~ 굉장해요. 이런 눈 덮힌 산하의 장관은 처음 봐요. 눈사슴도 볼 수 있겠어요."
"정말 굉장하다. 사슴 뿐만 아니라 곰도 바이슨도 볼 수있겠다."
"곰은 알겠는데, 바이슨은 뭐래요?"
"아~ 그 바이슨, 들소인데 미국에서는 버팔로라고 부르고 캐나다에서는 바이슨이라고 부른다. 언제 한번 바이슨 스테이크를 먹어 보자."
"진짜로요! 농담 아니죠?"
"농담 아니야. 이런 곳에 다시 오기가 쉽지 않으니 왔을때 보고 하고 먹고 하는 가능한 것들은 다 해야돼. 우리 적당히 먹고 당신이 적기에 물은 바이슨 스테이크, 바이슨 씨슬리키(Bison Shishliki)를 저녁으로 먹자. 오케이?"
"우와아~ 정말 그래 줄 꺼 예요? 신나겠다. 야호~"
그렇다. 사는데 애쓰다 보면 많은 것들을 놓치거나 잊어버리게 된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경험상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살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공짜가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들 둘은 넓은 몰의 매장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봤지만, 1/5은 보지 못하고 저녁 때를 맞았다.
"초희야~ 바이슨 저녁은 이 안 몰에서는 레스토랑을 찾을수 없어. 천상 밖으로 나가야 겠다. 한 20분 쯤 서쪽으로 가면 근사한 레스토랑이 있다. 어쩔래?"
"여보~ 당신 너무 사투리 심하게 쓰는 것 아니 예요. 새겨듣지 않으면, 잘 못 알아 들을 때가 많아요. 어이구~ 제가 경상도 사투리를 배워야 겠어요. 저는 좋아요. 당신과 함께 하는데 왜 싫어 할까요? 가요! 어디든."
"으아~ 그 사투리. 나도정확히 어디 사투리인지 모른다. 강원도 남쪽과 경상도 북쪽의 말이 섞였고 게다가 이북 말까지 섞여서 그야말로 퓨전 사투리가 되어 정제되지 않고 막 튀어나와."
"오! 노, 노, 노. 정제하지 마요, 제발. 저는 당신의 그 말이 너무 좋아요. 어떤 때는 달콤하게 들려요 ㅎㅎㅎ."
"에구~ 이런, 애교인가? 기분 맞춰주는 건가? 헷갈리네. 하여튼 동의했으니 나가자~"
그들이 밖으로 나오니 흰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쌓인 눈 위에 또 내려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별 색다르지 않다. 눈 없는 썰렁한 크리스 마스는 토론토나 벤쿠버에서 걱정할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전혀 문제없다. 거리에는 걷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이때는 가족과 모여 터키 혹은 그들 뿌리 나라의 전통 음식을 만들어 가족이 모여 화기애애한 크리스 마스 이브를 즐기는 것이다. 그들도 일단 멋진 크리스 마스 이브를 시작한 것이다. 캐나다 구스 파커와 커플 반지 그리고 전통 음식인 바이슨 요리를 먹기 위해 가고 있었다. 눈이 그들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케 하였다. 60대 중년인 데도...
그들이 도착한 레스토랑은 네온싸인이 화려하게 명멸하고 있었다. 식당 앞 지붕있는 파티오에도 몇 팀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맛있는 식사를 즐기기 위하여 파티오를 선호한다.
뒤편에 주차하고 둘을 팔짱을 낀 채 조심스럽게 눈을 밟으며 정문으로 갔다. 싼타 크루즈옷을 입은 멋진 아가씨가 그들을 반겼다. 그 아가씨 가슴에도
'Sascatoon Bison' 이라고 블루칼라로 인쇄되어 있었다. 제임스가 초희의 팔을 풀고 앞으로 세웠다.
"Welcome to Sascatoon Bison, may I help you, Madam."
그 아가씨가 초희를 보고 미소 지으며 물었다.
"We already got double shot of vaccine. Can we get the Vison staek and Bison Shishliki?(우린 이미 두번째 백신도 접종했어요. 우리 여기서 바이슨 스테이크, 바이슨 씨슬리키 주문할 수 있어요?)"
"That's good. Yes, of course, you can. Please sit there, sir(예. 당연하죠. 저기, 앉으셔도 좋습니다)"
그 아가씨는 도로변이 가까운 테이블로 그들을 안내하였다. 의자도 테이블도 산뜻하며 깨끗하였다. 초희가 식당을 등진 채 거리를 보고 앉았고 제임스가 그 맞은 편에 앉았다.
"여보~ 어때요, 제 영어 실력이?"
"ㅎㅎㅎ 잘했어요. 엑설런트 합니다. 베리 굿. 정말 학습력이 뛰어났다. 놀랄 정도야. 한 두달 안에 나 보다 잘 할 거고 영어 생활도 불편없이 하겠다."
"와우~ 그 정도예요. 고마워요. 높이 평가해 주어서."
"노노노. 있는 대로 들은 대로 느낀 대로 말하는 거야."
"ㅎㅎㅎ 말씀도 정이 가득 담긴 채 기분 좋게 잘 하셔요. 그런데, 왜 여자들이 없었을까요? 저렇게 멋진데."
"뭐야~ 칭찬이야, 추궁이야?"
"두 개 다 여요. 당신은 너무 멋져요. 그 나이에 혼자 살아오면서 저를 기다렸다니... 제가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해야 할텐데..."
"초희야. 니가 실은 나 보다 더 위에 있어. 지금 이런 말도 60대 중년 할매가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당신은 이렇게 잘 하잖아."
"에구, 그만 띄워요. 저는 당신을 위하여 사는 아녀자예요."
"이렇게 재치 있고 애교 스럽고 사랑스러운 할매를 만난 것은 나에게 마지막 행운이다. 고맙습니다. 나의 운명의 신이시여.이건 아부성 발언이 아니다."
"ㅎㅎㅎ"
그때 맛있는 냄새와 먹음직스러운 바이슨 요리를 담은 스트롤러가 셋팅을 하기 위하여 왔다.
스테이크는 보기 좋게 익혀서 나왔다. 초희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아마도 미디움이리라. 그리고 꼬치에 끼워 구워서 나온 바이슨 고기의 시슬리키도 먹음직 스러웠다. 초희가 먼저 칼로 썰어 보고는 놀랐다.
"여보,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어요. 칼질이 두부 가르듯 부드럽게 되요. 자, 먹어 보세요."
그녀가 포크에 찍어 건 낸 스테이크 한 입을 먹은 제임스도 놀랐다.
"와~ 이건 숫제 최고급 소고기 스테이크 같거나 이상이다. 맛도 아주 좋은데. 자, 이번엔 내껄 먹어봐."
그가 나이프로 자른 작은 크기의 바이슨을 포크에 찍어서 초희에게 주었다. 그녀가 고개를 내밀고 입을 벌렸다. 그가 찍은 고기를 그녀의 입에 넣어 주었다.
"어마마~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그리고 여보~ 고마워요. 저는 이렇게 먹기 좋게 짤라 입에 넣어주는 경우는 평생 처음이예요. 여보~너무 감격스럽고 고맙고 사랑해요~"
"아직 아니야~ 어서 이 시슬리키도 먹어봐. 같은 바이슨인데 한국의 꼬치 구이 같은 방법으로 요리한 거야."
"예. 다 맛있어요. 바이슨, 참 고마운 짐승이네요. 우리를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다니."
"문학도라서 표현도 멋지네요 ㅎㅎㅎ."
그들은 그렇게 내리기 시작한 눈을 보며 근 1시간에 걸쳐 저녁식사를 마쳤다. 그때 시각은 밤 7시였다.
"초희야. 우린 지금 다운타운을 거쳐 호텔로 간다."
"아직 우린 다운타운을 보지 못했어요?"
"이미 봤지. 아까 그 몰이 있던 부근이 다운타운이야. 서울의 명동이나 토론토의 다운타운과는 좀 다르지. 도시가 그곳들과 비교할 수 없을 테니까."
"맞아요. 서울 명동은 굉장하잖아요. 어서 가요. 지나면서라도 보고 싶어요."
그들은 다시 다운타운을 거쳐 숙소로 돌아 가기로하였다. 가는 길 마다 에는 홀리데이 씨즌의 절정인 크리스 마스 이브의 분위기로 북적거리고 멋진 네온싸인의 장식으로 화려하였다. 더구나 바람 없는 눈까지 내리니 거리는 오가는 사람들과 차들로 천천히 흘러가고 흘러오고 있었다. 그들이 탄 차도 그 속에 갇혀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지만, 초희는 창문까지 열고 거리를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지나 가고 오는 사람들 모두가 친절해 보였고 즐거워 보였고 행복해 보였다. 초희는 눈으로 바깥 광경을 보며 머리로는 그 동안 살아 온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있었다.
A middle-aged sad love and-18
첫댓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마음에
작은 행복을 준 데요 오늘 하루 예쁜 말
많이 하세요 따뜻한 화요일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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