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을 쓴 날 하루에 두 개의 글을 올리네요.
사실 지난 시즌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와 컨퍼런스 2라운드에서 완패한 다음부터 과연 레이커스가 챔피언 컨텐더로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OKC를 넘지 못하면 리그 우승은 불가합니다. OKC는 듀란트·웨스트브룩·이바카 등 팀의 코어가2015~2016 시즌까지 함께 합니다. 셋의 연봉 합계는 2015~2016 시즌에 50.4밀입니다. 옵션도 없어 팀에서 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무조건 함께 갑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1라운드 픽도 팔아 넘긴 게 거의 없고, 제레미 램·페리 존스 3세라는 ‘복권’도 있습니다. 수준급 빅맨인 켄드릭 퍼킨스(연간 8밀), 닉 콜리슨(연간 2밀)이 2014~2015 시즌까지 괜찮은 액수로 계약되어 있어 트레이드 자산도 충분합니다. 한마디로 앞으로 세 시즌간 특별한 삽질이 없으면 더 강해질 일만 남았다는 뜻입니다. 샘 프레스티라는 유능한 단장을 둔 덕이겠죠.
하지만 레이커스의 미래는 더할나위 없이 암울합니다. 팀내 최고 자산이었던 앤드류 바이넘으로 드와이트 하워드를 얻었지만 재계약이 불투명하고, 디스크 등으로 예전 기량을 되찾을지 미지수입니다.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를 펼치고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기때문에 한순간 클래스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미래 1라운드 픽은 제 기억으론 2017년까지 거의 없고, 현재 팀내 트레이드 자산은 없습니다. 포텐셜을 가진 유망주도 전무합니다.
예전에 계동 날라리님이 글을 올려주셨는데 레이커스의 역사를 잘 모르시는 다른 팀 팬분들은 레이커스가 스타 영입으로 강팀이 된 걸로 오해하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이 팀이 2000년대 내내 강호로 군림할 수 있었던 건 1996년 블라디 디박을 보낸 댓가로 역대 2위 슈팅 가드이자 NBA 역사상 10위안에 드는 선수인 코비 브라이언트를 픽했던 덕이라고 봅니다. 파우 가솔을 얻었던 트레이드보다 더한 팩터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어떤 의미나면 현재의 가솔로 1라운드 중반 픽을 얻어 나중에 최소 듀란트급으로 성장할 선수를 뽑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선수는 미국 나이로 34세이자 17년차에 리그 5위권 기량을 유지하고 있죠. 과장 조금 보태면 거의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가까운 확률이죠. 브라이언트 자신도 얼마 전 논란이 되었던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했죠. 이런 대사건이 다시 일어난다? 불가능에 가깝죠.
미치 컵책 단장은 파우 가솔 트레이드를 주저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현재 이 팀이 스텝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솔 트레이드로 대박을 치는 것뿐입니다. 2014년 코비와 가솔의 샐러리가 빠져도 쉽지 않습니다. 하워드와 재계약해도 팀 로스터가 휑합니다. 하워드와 내쉬가 30밀을 잡아 먹습니다. FA를 영입한다고 해도 샐러리캡때문에 A급 하나 수준급 하나 아니면 S급 하나가 맥시멈입니다. 르브론 제임스가 온다면 또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그런 식으로 진행되면 롤 플레이어는 1~5밀 수준일 것이고, 벤치는 D리그 급이겠죠. 만약 레이커스의 상징적 플레이어인 코비가 은퇴하지 않고 10밀 정도에 다시 계약한다면 영입할 수 있는 선수의 질은 더 떨어지겠죠. 그런 팀으로 OKC에 대적한다? 넌센스죠. 오히려 레이커스는 2000년대 암흑기를 걸었던 빅마켓 팀인 뉴욕 닉스의 길을 답습할 가능성이 큽니다.
컵책은 머리가 아플 것입니다.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최선에 가까운 가솔 트레이드가 뭘지 살펴봤는데 그중 하나는 타이릭 에반스와 가솔을 골자로 한 딜입니다. 얼마 전 레이커스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던 선수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고요. 트레이드 가치는 에반스가 높기때문에 딜이 되려면 전제가 필요합니다. 킹스가 에반스를 구단의 미래를 책임질 자원으로 여기지 않아야 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그런 기본 조건이 충족해서 트레이드를 한다면
에반스(5.2밀)+존 샐먼스(8.08밀)+트레비스 아웃로(3밀)+제이슨 톰슨(5.25밀) ↔ 파우 가솔(19밀)+조던 힐(3.5밀) 입니다.
우선 킹스는 팀의 구심이 되어 줄 베테랑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이 로를 넘나드는 공격을 펼치면서 뛰어난 패싱 센스를 가진 팀의 미래 커즌스. 운동 능력보다는 뛰어난 BQ를 바탕으로 한 플레이. 전성기 가솔과 비슷한 유형 아닐까요? 위닝팀에서 뛴 경험이 있고, 유기적인 팀 공격을 하는 법을 알려줄 수 있는 가솔은 분명히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리바운드 머신인 힐은 척 헤인즈가 PF로 나오는 라인업에서 취약할 보드 장악력에 힘이 되겠죠.
물론 그것만으로 한 해 19밀을 줘야하는 가솔을 데려오는 건 명백한 오버페이죠. 그런데 킹스의 샐러리로 보면 해볼만한 딜이기도 합니다. 킹스는 다음 시즌 마커스 손튼·커즌스·짐머 프리뎃·토마스 로빈슨·아이재아 토마스 등 팀의 주축이 그리 높지 않은 연봉을 받습니다. 킹스가 만약 다음 시즌 프란시스코 가르시아(6.4밀)에게 팀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가솔을 받아도 2013년의 총 샐러리가 40밀 이하입니다.
게다가 2014년에 가솔의 샐러리가 빠지면 RFA인 커즌스와 맥스 계약을 하더라도 20밀 수준의 FA를 다시 영입할 수 있습니다. 가솔이 나가면서 비는 센터 자리는 이번 시즌 드래프트에서 유망주를 픽하면서 메울 수 있습니다. 킹스는 에반스-가솔 트레이드로2016~2017 시즌까지 6밀 수준으로 계약된 톰슨과 2014~2015 시즌까지 계약된 아웃로, 서른넷의 샐먼스를 처리하고 한걸음씩 단계를 밟아 팀을 새로 꾸리는 것이죠.
만약 가솔-에반스 딜이 성사되면
2013~2014 시즌 킹스의 주전은 주전 토마스-손튼-토로-커즌스-가솔이 되겠죠. 백업은 애런 브룩스·프리뎃·헤인즈·힐+2013년 드래프티입니다. 여기에 2013년의 수준급 FA가 가세할 수 있습니다. 이 라인업은 가솔의 허술한 수비를 가려주고,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14년 가솔 샐러리가 빠지면 다시 좋은 FA를 데려올 수 있습니다. 골퍼님이 예전에 정리해주셨지만 2014년에는 대어급 FA가 즐비합니다. 여기에 1라운드 픽도 있을 테고요. 이번에 새크라멘토에서 시애틀로 프랜차이즈를 옮겨 빠른 시간 안에 위닝팀을 만들어 지역 팬을 확보해야하는 킹스로선 나쁘지 않은 로드맵 아닐까 싶습니다.
레이커스 입장에선 로스터에 젊음을 더하는 동시에 트레이드 자산이 될 수 있는 PG 겸 윙 자원인 에반스와 빅맨 톰슨을 확보합니다. 샐먼스는 코비의 백업과 벤치 스코어러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2014년 FA 시장에서의 행보는 제한되겠죠. 다음 시즌 RFA 에반스와 계약해야 하고,, 장기 계약인 톰슨이 오니까요. 샐먼스는 2014년 팀옵션이 있어 그때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됩니다. 이 트레이드를 하면 챔피언 컨텐더까진 아니더라도 서부 1~2라운드 수준의 팀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 꾸준히 복권을 모으면서 2017년 이후를 노리는 게 현실적인 최고 방안이 아닐까 싶은게 제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족인데 알럽의 유저들은 모든 팀이 우승에 도전해야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같습니다. 물론 우승을 노리는 게 맞겠죠. 그런데 한국 프로야구의 롯데 팬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4위로라도 올라가 가을 야구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물론 플레이오프 진출로 명문 레이커스의 팬들이 만족하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레이커스는 매 시즌 탱킹하면서 상위 픽을 모으는 것보다 홈에서 승리하면서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팀이 되는게 어떻게 보면 나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높은 티켓값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겁니다.
제가 작년 3월과 이번 달 돈지랄 해가면서 레이커스 경기 직관 갔는데 경기장에서 보면 경기력을 아웃 오브 안중입니다. 무조건 이기는 게 장땡입니다. 십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의 돈을 써서 입장권을 사서 왔는데 그 경기에서 팬으로서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다? 일반인에겐 멘붕입니다.
작년에 3월인가 4월인가 뉴올전을 직접 봤는데 당시 경기에서 코비가 3쿼터까지 0점인가 필드골 성공이 하나도 없나 그랬습니다. 제 옆에 앉은 미쿡인 아저씨는 “코비? 제로?”라고 놀라워 했죠. 그런데 그 경기에서 코비는 종료 1분전쯤 위닝 3점을 꼿았습니다. 당시 경기장에선 코비에서 MVP 챈트가 나왔습니다.
루징팀이 되면 팬들은 돌아설 겁니다. 티켓값은 떨어지겠죠. 구단 입장에선 팀이 앞으로 한동안 우승을 노리기보단 플레이오프에 안정적으로 진출하는 팀으로 꾸리는 게 낫지 않겠나 싶습니다.
첫댓글 kobejino 님의 말씀이 맞아요. 사실 성사가 어려운 트레이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에반스가 팀의 미래에서 제외된다는 전제가 충족되고 킹즈가 프랜차이즈 이전으로 새 판을 짜겠다는 식으로 팀을 운영해야 가능하겠죠.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서 된다면 가솔 트레이드로 할 수 있는 최대치가 아닐까 싶어서요. 희망사항이죠.
딜 내용자체는 좋네요. 젊고. 많고...
이미 루징팀이죠....서글픕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