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모양 노란 꽃이 특징… 땅속 비늘줄기는 자양강장제로 사용했대요
중의무릇
▲ 중의무릇꽃이 활짝 피면 숲 바닥에 노란 별이 떨어진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킵니다. /국립생물자원관
이른 봄 대지에 남은 눈[雪]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봄꽃이 있어요. 얼음 위에 핀 꽃, '정빙화(頂氷花)'라고 불리는 이 꽃의 이름은 '중의무릇'. 별 모양 꽃을 가진 멋진 식물이죠. 이 식물의 꽃잎 여섯 개가 활짝 열리면 마치 숲 바닥에 노란색 별이 떨어진 듯한 착시(錯視)를 불러일으킵니다.
중의무릇은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2년 이상 겨울을 이겨내고 생존하는 식물)로, 높이는 15~25㎝이며 전국 산지의 숲속에서 주로 자라요. 땅속에는 누런빛이 도는 흰색의 비늘줄기(많은 양분을 저장하고 있는 땅속줄기)가 있죠. 비늘줄기는 지름 1.5㎝ 정도 둥근 모양인데, 여기에서 좁고 기다란 잎이 돋아납니다.
잎은 너비 0.5~1㎝이며 약간 흰 색이 도는 녹색이에요. 꽃은 노란색인데 3~5월에 꽃줄기 끝에 3~5개가 엉성하게 피지요. 꽃자루가 모여 있는 부분에는 피침(披針) 모양의 잎처럼 보이는 것이 2개가 있어요. 이것은 잎이 아니라 포(苞)라 하는데, 일반적으로 꽃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요.
꽃은 1㎝ 정도로 아주 작아 그냥 지나치는 수가 많아요. 아직 활짝 피지 않았을 때나 햇빛이 약해져 꽃잎이 오므라들면 잘 눈에 띄지 않죠. 꽃잎 뒷면이 잎과 같은 녹색이라 녹색 봉오리만 남게 되거든요. 하지만 햇빛이 잘 들어와 꽃잎이 활짝 열리면 화사한 노란색을 뽐낸답니다.
이른 봄에 꽃이 피는 식물은 다른 나무들의 잎이 크게 자라기 전이라 나무 밑이라도 햇빛을 받을 수 있어요. 나뭇잎이 자라 무성해지면 나무 밑에 자라는 작은 꽃들은 햇빛이 가려져 생존이 어렵게 되죠. 그래서 보통 봄꽃들은 나뭇잎이 무성해지는 여름이 오기 전인 이른 봄에 싹을 틔우고 꽃이 피도록 진화했다고 해요. 이렇듯 중의무릇처럼 이른 봄에 생육을 시작해서 키 큰 나무에 가려져 빛이 차단되기 전까지 열매를 맺고 씨앗까지 퍼뜨려 생장 주기가 매우 짧은 식물을 '춘계단명식물(Spring ephemeral)'이라고 불러요. 우리가 흔히 봄꽃이라 부르는 복수초, 꿩의바람꽃, 현호색, 산자고, 얼레지, 깽깽이풀 등이 여기에 속하죠. 이런 식물들은 짧은 봄날을 살다가 땅속에서 기나긴 휴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꽃 피는 시기에 서둘러 찾아보지 않으면 볼 수 없답니다.
중의무릇의 비늘줄기는 민간에서 자양강장제로 사용했고 한방에서는 심장 질환에도 사용했다고 해요. 중의무릇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경북 이북(以北) 산지 숲속에 드물게 자라는 '애기중의무릇'도 있어요. 이 식물은 높이 10㎝ 정도로 작고, 비늘줄기가 흑갈색이며 잎의 너비가 약 0.2㎝로 실처럼 매우 가늘어 중의무릇과 구분돼요.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