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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강희 이야기
예원이가 괜히 밉다. 이러면 안된다는 거 아는데 볼때마다 화가나고 미워진다. 동하랑 사귀는 예원이, 그런 예원일 보며 슬픈 듯 바라보는 은휼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예원이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으니까. 그런데 왜 예원이가 미워지는 것인지... 다만 희진이만 아무렇지 않다. 성현이 하고. 주원이는 신경 안 쓰기로 해놓고 심술 부린다. 이제는 동하가 아깝다면서. 그러나 주원이를 말리지는 않았ㄷ. 은근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원이가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랄하는 주원이를 그냥 두었다.
축하해줘야 하는데.... 그래도 내심 은휼이랑 사귀길 바랐나보다. 예원이랑 은휼이랑 잘 어울려서 둘이 사귀길 원했었나 보다. 상관 없다고 말은 하긴 했지만. 인간이란 이래서 이기적인 것이구나.
하지만 내가 예원이가 미운 건 동하랑 사겨서라기 보다는 예원이의 태도 때문이다. 먼저 다가오지 않는 예원이, 우리가 먼저 다가와야만 다가오는 예원이,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예원이 때문이다. 예원이는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하긴 하는 것 같은데 머저 다가오지는 않는다. 먼저 뭘 하자고 한 적 없고, 연락한 적도 없다. 그게 더 서운하다. 동하랑 사귀는 거랑 상관없이.
예원이가 동하랑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둘이 행복해 보인다. 예원이가 웃고 있다. 좋아해야 하는데 좋지 않다. 그 때문에 은휼이가 마음 아파하고 있다. 우울모드 초절정을 달리고 있어 보는 나도 괴롭다. 친구 둘이 행복한데 한 친구는 그로 인해 괴로워한다. 내가 어떡해야만 할까?
"너네 둘이 따로 먹어, 짜증나니까."
주원이가 둘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열받았나보다.
"왜 둘이 먹어. 너나 따로 먹어."
희진이가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말도 안 했다. 주원이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사실 나도 요즘 예원이 보는 거 좀 그렇다. 서운하다고 생각하니 모든게 서운해지는 모양이다. 이러면 안된다는 거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나도 인간이긴 한가보다. 당분간은 떨어져 있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자. 그게 낫겠다."
예원이가 나까지 거들자 당황했다. 내가 이렇게 나올줄 몰랐던 것이다. 예원아, 미안한데 그렇게 하자. 당분간은.
"강희야, 내가 뭐 잘못했어?"
아니, 너 잘못한 거 없어. 내가 옹졸해서 그런 것 뿐이야. 내가 나빠서 그런 거지 넌 잘못 없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안 봤으면 좋겠어. 마주치면 더 서운해질 것 같아서 정말 니가 많이 미워질 것 같아... 미안해, 예원아. 날 이해해줘.
"니가 왜. 밥 먹고 와라."
밥도 다 안 먹고 먼저 식당을 나가버렸다. 답답해졌다. 나 정말 왜 이래. 답답한 마음에 옥상에 올라갔다.
"은휼이 표정 완전 개 썩은 거 봤냐, 낮에?"
희원 오빠의 목소리였다. 옥상 문을 살짝 열고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정원 언니랑 희원 오빠, 빨간 언니 셋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엇다. 은휼이 욕하는 건가?
"너 괜찮아? 예원이도 별로 좋아하지 않더만."
이건 무슨 얘기지? 예원이도 안 좋아한다고?
"예원이가 동하 좋아하지도 않는데 둘이 사귀게 해서 뭘 어쩌자고."
정원 언니가 시켰다는 건가? 예원이는 동하 안 좋아하는데? 왜? 정원언니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은휼이랑은 안돼, 절대."
왜....? 정원언니가 은휼이를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예원이가 동하랑 사귀는 건가 보다. 언니가 은휼이를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강희야."
은휼이다. 나는 은휼이의 입을 막고 재빨리 숨었다. 은휼이가 왜 그러냐고 했다. 난 그저 조용히 하라고만 했다.
"그게 니 잘못도 아니잖아. 니 잘못도 아닌데 뭘 아직까지 그래. 5년도 더 지난 일을."
"진아 언니도 알고 있잖아."
진아언니? 은휼이가 좋아했던 옆집 누나?
"솔직히 그거 이정은 그년 잘못이잖아! 그게 왜 니탓이야!"
"은휼이가 언니 좋아했다잖아!"
"그게 뭔 상관인데, 글쎄! 은휼이가 아냐고!"
은휼이가 뭘 어쨌다고. 은휼이가 천천히 몸을 내민다. 내가 안된다고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예원이도 은휼이 좋아하는게 분명하다고 둘이 사귈거라고 한 건 너잖아, 신정원."
"이미 지난 일이잖아, 병신아! 은휼이, 언니 죽은 이유 모른다며! 왜 괜히 혼자 지랄이야, 넌!"
"언니가.... 괜히 내가 부추겨서.... 씨발... 언니가 그년들이랑 짱 뜰 때 옆에 있어주지도 못했다고!"
짱 떠? 누구랑?
"내 탓 맞지. 보름달 새끼한테 개기고 학교 나가버리고.... 그날 언니가...."
"병신 같은 년. 그년들이 지랄해서 그런 거라고 몇 번을 얘기해."
"그래서 그것 때문에 경원이 시켜서 동하랑 사귀라고 했냐? 참 잘하는 짓이다. 언니가 돼갖고."
"은휼이가 진아언니를 좋아했다니까... 거슬리잖아."
결국엔 정원언니가 둘을 억지로 사귀게 했다는 거네?
"어차피 예원이도 둘 중 아무나 상관 없잖아. 둘 다 좋다는 건 상관없다는 건데. 예원이야 상관없겠지."
"은휼이는? 그럼 예원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은휼인?"
"동하도 예원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그럼 동하는? 동하는 어쩔건데. 뭐 상관없잖아. 예원이도 아무나 상관 없을텐데. 하란다고 그대로 하는 예원이가 더 문제 아니냐? 자기도 딱히 싫지 않으니까 동하랑 사귀는 거지. 자기가 은휼이 정말 좋아하면 알겠다고 했겠어?"
"누나..."
은휼이가 언니를 불렀다. 담배 피우던 짱 오빠와 빨간 언니, 그리고 정원 언니가 나와 은휼이를 보았다. 언니도 내심 당황한 것 같다.
"너네 언제부터 있었어?"
당황한 빨간 언니가 말했다.
"다른 건.... 다른 건 됐고.... 누나가 예원이에게 동하랑 사귀라고 했어요....? 그래서 예원이가 사귄 거예요....?"
은휼이가 충격 받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아마도?"
언니가 평정심을 유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차피 상관 없다니까. 둘이 잘 사귀고 있고."
언니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언니 그 말 좀 심한 거 아닙니까?"
"상관 없다고 한 건 예원이잫아. 어차피 상관 없대서 둘이 사귀라고 한 게 뭐 잘못됐나?"
언니가 빈정거리며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언니는 어느새 뻔뻔해졌다. 그래, 예원이 때문이다. 어찌보면 예원이가 입장 정리 제대로 안 하고 밍기적거려서 그런 거다. 예원이 때문에....
"누나가 이럴 수는 없잖아요. 나한테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진아 누나가 뭐 때문에 죽었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이제와서 중요하지도 않고요. 그것 때문이라면 누나가 선택 잘못하신 거예요. 진아누나는 5년도 더 지난 과거일 뿐이예요.... 지금 알아봤자 누나가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그치만 예원인.... 지금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구요! 누나가... 나한텐 이럴 수 없어요! 이러면 안 되잖아요!"
은휼이가 울고 있다. 예원이 때문에... 예원아, 나 정말 니가 밉다. 내친구들 힘들게 한 너 때문에....
"자기 의견 똑바로 하던가, 그럼."
짝.
내가 정원 언니의 뺨을 갈겼다. 언니가 피식 웃으며 담배를 껐다.
짝.
언니가 내 뺨을 때렸다. 아팠다.
"누나!"
"예원이가 누굴 사귀던 그건 예원이 마음이고 자기도 싫지 않으니까 동하 선택한 거고 받아들인 거야. 자기가 싫었으면 싫다고 했겠지."
예원인 싫은 거 싫다고 말 못하는 애라는 거 언니가 더 잘 알면서 그걸 이용해서 예원일 이용하다니. 5년 전에 죽은 사람 때문에?
"확실히 말할게요, 누나. 난 과거의 일은 알고 싶지 않고 지금 난 예원이만 좋아하고 예원이가 전부예요. 예원이가 정말 날 싫다면 그때는 포기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은휼이를 볼수록 마음이 아프다. 이게뭐야, 신예원 좋아한 댓가가 결국 이거야? 이런 상처 뿐이야? 마음을 준 댓가가 이런 상처라고? 이건 정말 말도 안돼.... 정말 말도 안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예원,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처음부터 예원이 잘못 맞죠?"
가려던 나를 정원언니가 막아섰다.
"어디 가는데?"
"예원이한테요. 따져야죠, 가서. 니가 뭔데 내 친구 아프게 하냐고. 상처주냐고."
"그딴 짓 하지마라."
"예원이가 잘못한 거 잖아요."
언니를 제끼고 7반으로 갔다. 예원이가 자리에서 혼자 앉아있었다. 문을 열고 당당히 예원이 자리로 갔다. 예원이가 나를 보았다.
"강희야."
짜아------------------------------악!
예원이 뺨을 때렸다. 미안하긴 했다.
"니가 뭔데... 니가 뭔데.... 은휼이한테 상처주는데!"
예원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미안해, 예원아. 미안한데.... 니가 밉다? 너에게 서운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내 감정까지 실렸네?
"...."
예원이는 말이 없다. 그냥 뭐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아묵나라도 괜찮으니까 변명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내가 때렸는데도 그래도 가만히 있다.
"미안해...."
그 말은 빼고. 다른 말은 다 괜찮은데 그 말은 빼고, 멍청아!!!!!!
"넌 그말 밖에 못하지? 멍청한 년아?"
"......"
너 착한 거 알겠어, 예원아. 근데 이제 그만 착해도 돼. 너 할말은 하고 살아야지. 그래야 애들이 널 무시하지 못하는 거야. 니가 니 할 말 제대로 못하니까 언니들도 자기들 마음대로 해버리는 거잖아. 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잖아!
"내 친구들한테 니가 뭔데 상처주는데!! 니가 뭐 그리 대단한데!! 니가 뭐 그렇게 잘났는데!"
"....."
"왜 애들이 너 때문에 힘들어야 하고 상처 받아야 하는데! 동하는 또 어쩔건데! 걔가 받을 상처는 생각해 봤어? 너 동하 정말 좋아흔 거 맞기는 해?"
예원아, 니가 받을 상처 나도 잘 알고 있어. 너도 상처 받겠지. 너도 이미 받았을 거고 지금 나 때문에 또 이렇게 상처 받고 있잖아. 착한 거 좋은데 이제 그만 착해도 돼. 너무 착한 것도 좋지 않아. 너만 손해잖아.....
첫댓글 착하기만하고 자기주장을 제대로 내세우지못하는 예원이 때문에 친구들간의 우정에 금이가고 있네요 ㅎㅎ
너무 예쁜것도 좋기만한것은 아닌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