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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나는 중동에서 약 3년간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맨 처음 야간에 시내로 쇼핑을 갔을 때 아주 놀랐었지요. 가로등이 모두 황색이라 꼭 꿈속에 온 것 같았고 길을 걷는 여인들이 온통 검은 옷에다 히잡을 쓰고 있었기에 비로소 전혀 다른 문명의 세계에 온 것을 실감했었지요. 나는 제법 큰 외국회사(레덜란드)에 있었는데 회사는 바로 사막 근처에 있었지요. 밖에만 나오면 끝없이 사막만 펼쳐져 있었지요. 황량한 모래벌판, 살아있는 풀 한포기 볼 수 없는... 봄이면 눈보라처럼 휘몰아치는 모래바람... 에어콘도 전혀 필요없는 열풍에 숨이 막힐 것 같은 더위와 땀방울.. 여름에는 모든 것을 불살라버릴 것 같이 작열하는 태양... 구름 한 점 볼 수 없는 하늘... 내가 3년간 근무하면서 비가 내리는 겻은 딱 두번 보았습니다. 아마 1월쯤이라고 기억됩니다. 그동안에 왕궁 근처에도 가봤고 할라스 광장이라고 죄수를 칙접 처형하는 곳도 가봤으며 회사에서 400km 넘는 곳, 원유회사도 가보았습니다. 소위 오아시스라 불리는 공원에서 원주민들이 즐겨마시는 홍차도 얻어 마셨습니다. 내가 꽤나 장난꾸러기라서 원주민들과의 교류가 엄격하게 금지된 엉뚱한 짓도 해서 진땀을 흘린적도 여러번 있었지만 다 무사하게 끝냈지요.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화장품을 파는 스토어에서 아라비아의 젊은 여인들과 대화를 하다가 혼이날 뻔한 거와 사막에서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텐트에서 젊은 남자 학생과 그의 여동생과 서투른 영어로나마 대화를 했던 것, 그들은 모두 대학생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매우 호의적이었고 친절했으며 다정다감했었습니다. 그 후로 그 학생은 내 캠프를 찾아왔었지요. 회사에서는 혹여 내가 무슨 잘 못한 일이 그런 줄 알고 난리가 났었지만 허지만 우리는 여유있게 회사 식당에 가서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내 숙소까지 와서 내 동료들과 이야기도 나누었었지요. 그 학생이 가고난 후 나는 회사의 사장에까지 불려가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하는 수모(?)도 겪었지만 허지만 유쾌하게 끝나는 해프닝도 있었구요. 어떻거나, 아라비아의 땅들은 모두 저주받은 땅임이 분명했습니다. 검은 황금(원유)의 축복이 있다해도 말입니다. 그곳에서 어떻게 페르시아의 문명이, 아라비아의 역사가 찬란하게 피어났는지 아무리 추찰해봐도 가히 불가사의하다는 것....
만약 누가 나에게 네가 살아 생전에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없이 아라비아의 사막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천일야화에 나오는 양탄자를 타고 하늘은 나는, 호로병의 기적.. 또는 열려라 참께! 그보다 더한 아라비아 공주 같은 아름다운 여인 때문에? 천만에요, 나는 사막이 그저 그렇게 좋았습니다. 거긴 사회적인 인습의 때도 제도도 사회성을 요구하는 룰도 없는 곳입니다. 이데오르기도, 관념적인 이념이나 체계적인 힘의 균형도 없는 곳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라는 철학도 필요없지요. 있다면 오직 하나 철저한 자기고독(?) 하나 뿐이었지요. 소위 불가에서 말하는 무아(無我)...가 나를 지배했던 모양입니다. 그 고독이 좋아서 3년 동안 근무하면서 별로 고국의 생각도 고향 생각도 연민이나 사랑 따위에 연연하지 않으며 오직 "나" 속에 묻혀 지냈지요. 지금 생각하면 내 생애에서 그때가 제일 마음 편하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나는 아마도 다시는 그곳에 가지 못할 것입니다. 사막 위에 뜨는 달의 기막힌 정경도 낙타들의 무리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아라비아의 젊은 여인들이 휘감고 다니는 검은 옷이 바람에 휘날리면 그 속에 나타나는 청바지와 빨간 하이힐도 보지 못하구요. 그러고보니... 참 많은 세월이 흘렀네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기억의 한 페이지에 불과하군요.
오늘은 아라비아의 사막을 추억하며 아주 오래된 음악... "페르시아 왕자"란 곡이나 들으며 추운 겨울날을 건너가렵니다.
하수가....
♬, 페르시아 왕자 / 허민 |
첫댓글 글 즐감했어요
감사합니다
좋은 날들만 가득하시기를...
함께 가 볼까요
하세요.
마음도 몸도 날씨도 추우니까요
따스한 나라에서 우리 신나게 살다 올까요
좋은 에너지 충전하시고 다음주도
여유로운 주말 되세요
그리하입시더
아라비아 사막에 가서 텐트라도 치고
한 두어달만 머물다 옵시다요.
정말 태양과 더위와 한없는 고독 또한 실껏 만나다 오면 좋겠지요
고맙습니다.
공감해주셔서요 ㅎ
춥지만
행복한 주말 잘보내세요..^^
넴!
님도 좋은 주말..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