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설날에 걷기운동 하는 아내, 책 읽는 촌부
2023년 1월 23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초이튿날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과학이 첨단으로 발전해도
날씨의 변화는 감히 우리네 인간들이 맞서거나 범접
하지 못하는 것이고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겠지?
거스르는 것도 안되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현상이
바로 날씨이기 때문이다. 그저 순응하며 적응을 하는
것이 바로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늘
하늘을 탓하곤 한다. 자연현상, 날씨변화는 하늘의
뜻에 좌우되는 것이라서... 유난히 올겨울은 날씨가
변화무쌍한 날의 연속이다. 일기예보에 내일, 모레
또다시 최강한파가 몰아닥칠 것이라고 한다. 어제와
오늘은 추위가 다소 주춤하며 숨고르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 아침은 영하 9도에 머물고 있다.
내일, 모레는 영하 20도를 훨씬 밑돌고 영하 30도
가까운 최강추위가 다가올 것이라는 예보인데 오늘
아침은 예보에도 없는 눈발이 흩날리고 있으니...
설날이라고 하지만 예전과 같은 감흥은 별로 없다.
일찌감치 아들을 보내고 집에 들어왔더니 뭔가 모를
느낌에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썰렁함이라고 할까,
허전함이라고 할까?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것은
이제 우리 부부도 나이가 꽤 들긴 들었구나 싶었다.
명절이라고 하여 그 옛날처럼 손님이 드나드는 것도
아니라서 둘째네와 식혜와 차를 마시며 영주 막내네
식구들과 영상통화 하는 것으로 명절 기분을 냈다.
명절인데 저녁이나 함께 먹기로 하고 둘째네가 가고
나서 아내는 곧바로 운동복을 갈아입고 걷기운동을
하러 나갔다. 명절에 하루쯤은 쉬어도 될 텐데 정말
대단한 열성이다. 하긴 그 끈질긴 의지력, 돌덩이와
같은 그 신념이 어디 가겠는가 싶다. 아내 칭찬이다.
아내가 운동을 하는 동안 쇼파에서 그만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서울 다녀오고, 아들 맞이하고, 마을에
명절 인사를 다니느라 피곤했던 모양이다. 명절날에
한가롭게 낮잠을 자는 사람은 아마 이놈 촌부 밖에
없는 것은 아닐테지? 명절 이래야 명절 같지가 않은
요즘에는 낮잠도 보약과 같다면 억측이라고 할까?
어찌되었거나 한숨 자고났더니 몸이 개운하고 가뿐
했으며, 기분도 좋고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
오후에는 책을 읽는 것으로 설날 반나절을 보냈다.
존경하는 법정 스님 일대기 형식의 책, 두 권이다.
'소설 법정 아름다운 날들' 1, 2권을 완독한 것이다.
그러고보니 지금껏 수많은 책을 구입하여 읽었지만
지금껏 정리하지 못하고 서재에 두고 수시로 꺼내
읽거나 글을 쓸 때 인용하는 책은 법정 스님 저서가
가장 많다. 아마도 지금껏 구입해 읽은 책 중에 어느
한 저자의 책을 가장 많이 구입했고 가장 많이 소장
하고 있는 것은 법정 스님의 저서이다. 그만큼 우리
부부는 나름 오래전부터 법정 스님을 존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스님의 무소유(無所有)에 대하여
자꾸 관심이 쏠리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옛날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금
뒤적거려 보기도 했다. 비록 얕은 불심이긴 하지만
촌부 생각에 그만큼 스님의 고고한 가르침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은 틀림없다.
서재에 꽂혀있는 스님의 생각들이 들어있는 책들을
다시금 차근차근 읽어보려고 한다.
첫댓글 언제나 변함없는 촌부님의 삶에 박수를 보냅니다.
어제는 설날이었지만 오후에 영화관에서 유령을 보고난 후에
동행친구들과 즐거운 날을 보냈답니다. 연휴에도 이상없이 둘레길을
걸을 생각을 하면서 사모님의 걷기사랑에 공감하는 바입니다.
책을 읽으시는 모습, 언제까지 가능할 수 있을런지요? 자주 남겨 주세요
감사합니다.
소소한 일상 속의 행복이 보입니다
제가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던건
7년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청취하고
그러다가 더 깊이 가보고자 법정스님의 글을 다 찾아 보고
더 깊이 들어가니 성철스님이 계셨고...
그래서 지금의 제가
온전히 숨쉴 수 있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