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521 --- 물이 없는 천제연폭포
봄이 오면 초목이 싹이 트고 꽃이 피어나면서 많은 수분이 필요하다. 뿌리는 연신 수분을 빨아올려야 나뭇가지나 줄기에 때를 맞춰 공급할 수가 있다. 그런데 너무 가을부터 가뭄이 심해서 넉넉하게 흘러야 할 냇물이 부족하다. 건조경보까지 내리면서 새봄을 맞는 초목들도 큰 차질이 생겼다. 온갖 비상 수단을 모색해 보지만 별수 없어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그래도 겨우내 웅크렸던 초목은 아랑곳없이 봄을 반기며 만끽하기에 성급할 만큼 분주하다. 이에 맞춰 사람들도 들뜨고 바쁜 걸음으로 북적거린다. 올해는 뜻하지 않은 역대급 코로나19가 전국을 덮치며 세계가 경악할 정도로 삭막하다. 제주도 중문단지에는 천지연1폭포, 2폭포, 3폭포, 정방폭포, 소정방폭포, 천제연1폭포, 2폭포, 3폭포 등 위용을 과시하는 폭포가 많다. 그중에 천제연1폭포를 빼놓을 수 없다. 높이 22m 물줄기와 깊이 21m의 못으로 단애를 이루고 있다. 옥황상제를 모시는 칠 선녀가 별빛 속삭이는 한밤중에 영롱한 자줏빛 구름다리를 타고 옥피리 불며 내려와 맑은 물에 목욕하고 노닐다 올라갔다고 하여 천제연(天帝淵) 곧 하느님의 못이라 한다. 이만하면 폭포 중에 으뜸으로 손꼽혀도 손색이 없다. 먼 길을 단숨에 달려와서 폭포 앞에 섰다. 폭포가 굉음을 쏟아내면서 뭔가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길 바랐다. 그런데 폭포에 그 많은 물은 오간 데 없고 암벽만 덩그렇게 멀뚱멀뚱 서 있다. 나를 바라보는 암벽보다 폭포라고 바라보는 내가 더 민망하다. 세상에 물 없는 폭포라니 해도 너무 하고 염치없는 일이다. 폐업 상태다. 물이 없으면 더는 폭포가 아니다. 오지 않았으면 저런 모습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폭포로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모두 보여준 셈이다. 돌아서는 발길이 가벼울 수 없다. 저마다 한 마디씩 불평 아닌 불평을 뱉는다. 안내문에 비가 와야 폭포를 볼 수 있다고 적어놓았지만 궁색하다. 오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막았어야 한다. 이것은 두 눈 멀뚱멀뚱 뜨고서 기만행위에 동조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