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클 선수였던 함흥냉면 주인 이석봉씨와 가게
현재 속초시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호중에서 가장 오래된'함흥냉면'. 실향민이 정착한 수복지역임을 잘 보여주는 '함흥냉면'은 48년 함경남도 출신 고 이석봉씨(23년생)가 지은 상호다. 현재 남편의 뒤를 이어 '함흥냉면'을 경영하고 있는 부인 하순자(63세)씨는 “당시에는 모두들 못살던 때라 하꼬방을 얻어 간장통 15개, 대접 20개로 장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냉면으로 유명한 함흥이 고향인 고 이석봉씨는 속초에 정착하면서 고향의 냉면 요리솜씨를 발휘해 현재까지 남한 최고의 맛을 자랑하며, 원조 함흥냉면으로 지역주민들의 입맛을 돋궈왔다. 이씨가 세상을 뜨기전까지 '함흥냉면'에서 냉면기술을 익힌 주방장은 1백여명. 이제는 전국 어디에서나 '함흥냉면' 상호를 볼수 있고, 잊을수 없는 고향의 맛을 전하는 대명사가 됐다. 이씨는 고향인 함흥에서 원산까지 사이클로 달렸던 사이클선수 출신이다. 부인 하순자씨는 “30여년전 냉면 50그릇을 올려놓은 널다란 목판을 한손으로 받혀들고 사이클로 법원 꼬뎅이까지 히뜩갔다 오던 장사였다”며 강한 이북사투리로 남편을 회상했다. 이씨는 사이클 선수출신으로 지역의 사이클과 육상선수들을 지원,지역주민들의 고마움과 존경을 받아왔다. 황영조 선수도 이씨의도움을 받은 선수중 한명으로, 92년 세계를 제패하고 인사를 하러 속초에 내려왔을 때 이씨는 이미 고인이된 뒤였다고 한다. ‘생전에 자네를 데리고 고향 땅을 구경시켜줄 수 있으면 한이없겠다’며 ‘술만 마시면 내 없어도 함흥의 장작거리를 찾아가라’고 일러주었다며 남편을 떠올렸다. <허민숙기자, 설악신문 보도>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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