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싱가폴을 가던 7년전의 일입니다.
한국 -> 싱가폴 -> 인도
인도 -> 싱가폴 -> 한국이었는데 항공사가 싱가폴 에어라인입니다.
저녁 8시에 출발하는 싱가폴가는 일정인데 공항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일찍 도착했습니다.
다른 항공은 다 예약이 확인되었는데 인도에서 싱가폴 가는 것이 확인 안됐습니다.
여행사출신의 우리 여직원이 2주전에 예약한 것인데도 붐베이 공항에 가니 좌석이 만석입니다.
웨이팅리스트 1번으로 등록하고 기다렸습니다.
인도는 뇌물이 성행한다는 소리에 확실하게 100달러를 찔러줄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런 것을 하고 싶지 않았고, 대기번호 1번은 탑승이 거의 확실하기에 기다렸습니다.
나보다 늦게 온 남자가 싱가폴승무원과 뭔가 얘기하는 것을 눈치챘지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탑승합니다.
나도 당연히 탑승하겠거니 하고 가니까 자리가 없다네요.
싱가폴행 비행기는 다음 날 저녁 같은 시간인데 그때도 빈 자리가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럴 때는 아랫 것들 하고 말섞으면 입만 아픕니다.
그래서리, 매니저 불러 오라고 말했습니다.
싱가폴 에어라인이 일급항공사가 맞냐?
내가 웨이팅리스트 1번인데,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너그 직원과 샤바샤바 하더니
그 사람이 탑승하더라. 이거 마이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안하냐?
내가 뻔히 보고 있었는데 뻔뻔시럽게 우찌 이런 일을 하노? 직원들 수준이 무지 챙피하다는 생각안드니?
느그들 때문에 내가 일찍 공항에 온 시간과 내일 하루 더 기다려야 되는 시간을 쓰게 되었으니 우찌 할래?
일정이 하루 밀렸으니 다음 뱅기 시간들도 줄줄이 꼬인거를 책임져야 하지 않냐?
나는 출장오면 거래처에서 호텔을 물색하고 숙박비를 내는 사람인데 이 밤에 귀찮게 내가 호텔도 찾아야 되는데
어찌 이런 거지같은 일이 있냐?
그라고 웨이팅 리스트 1번이 될려면 내일도 무지 일찍 공항에 와야 되능기라~ 카며 혼을 내었습니다.
싱가폴항공을 이용한 것을 조회하면 내가 뱅기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피곤할 때 이용한 일등석이나 비즈니스클래스 이력도 다 나옵니다.
인도에 가면 우리 딜러가 호텔을 예약하고 숙박비를 내는데
인도는 호텔비가 비싸기로 유명합니다. 딜러 얘기로는 DC해서 하루에 500달러 이상을 지불한다고 합니다.
내가 예약하면 DC를 못할 수 있으니 하루 더 호텔에 있는 비용이 인도에서 싱가폴가는 뱅기값보다 비싼 상황입니다.
매니저가 여자 분인데, 맘에 들게 처신합니다.
미안하게 되었다며 싹싹하게 사과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해결책을 알아볼거니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한참을 이리 저리 알아보더니, 내일 아침에 싱가폴로 가는 인도항공에 내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는데
인도항공도 괜찮냐고 묻습니다. 연결되는 항공편시간도 알아서 조정하겠다고 합니다.
싱가폴항공은 승무원들이 친절하고 기내식이 좋은 것으로 평판이 좋았습니다.
다음날 타본 인도 항공은 비행기도 지저분하고 실내는 더 지저분합니다.
승객도 땟국물 흐르는 초라한 인도인들입니다.
돈 많은 인도사람들은 인도항공을 이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싱가폴매니저에게 내일 인도항공을 타겠다며, OK 했습니다.
매니저가 인도 항공직원과 얘기를 하고 다음 항공편 시간도 조절하고 오더니, 호텔을 알아보겠다고 합니다.
내가 알아보려면 어느 호텔이 어디에 있는지 일일이 물어 봐야 하니 꽤 번거러운 일입니다.
인도식 영어 발음은 익숙치 않고 듣기가 거북하니 피곤한 일이었을겁니다.
우리 딜러에게 다시 연락하긴 거시기해서 항공사 직원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탑승시간이 아침이라 근처 호텔로 하라고 하니까
국내인용 호텔도 괜찮냐고 묻습니다.
이미 시간은 밤 10여서 잠깐 자는 것이니 가깝고 싼 곳으로 하라니까 어느 호텔로 전화합니다.
우리 고객인데 뱅기를 놓쳐서 내일 아침 뱅기를 타는 사람이다.
잠깐 잠만 자는 상황인데 디스카운트를 많이 해주라~ 며 호텔과 통화를 합니다.
150불에 nego(협상) 했다며 많이 불편할거다며 걱정합니다.
150달라면 미국에서 수영장 있는 호텔에 자던 시절이라 그리 걱정 안하고 호텔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워메~~~~ 그렇게 지저분한 숙소는 처음이었습니다.
호텔안의 비품사용법을 소개하는 책자가 보이지 않고(소개할 비품도 없었고)
때묻은 한장짜리 종이설명서를 드니, 아래에서 7Cm의 바퀴벌레가 후다닥 달아납니다.
워메~ 깜딱이야~~ 애떨어지겠다~
놀라고 황당한 마음으로 샤워하러 욕실에 가니 욕조에도 이리 우르르 저리 우르르~~ 입니다.
몸에 벌레가 있는 것 같이 몸이 부르르~~ 샤워를 포기하고 고양이 세수만 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였습니다.
요기를 하고 싶어서 식당에 갔습니다.
손님은 나 혼자이고 식당문이 낡았고 식당안이 뭔가 지저분한 느낌입니다.
대충 음식을 시켰는데 신선한 재료가 아닌 듯해서 스프만 몇 숟가락 먹었습니다.
여행가방에 벌레가 들어 갈까봐 가방도 못 열고 등만 기대서 잠을 잤습니다.
아침에 샤워를 못하고 세수만 했습니다.
샤워기도 녹이 쓴 자국이 있는 싸구려 샤워꼭지입니다.
아침에 호텔 버스를 타니 손님은 없고 누런 이빨의 운전사가 있습니다.
숭숭 구멍이 보이는 의자가 대부분이고 스프링이 보이는 의자도 있습니다.
낡고 때묻은 제복을 입은 운전사가 거슬리는 영어로 나 혼자때문에 공항을 간다며 생색을 냅니다.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어찌나 친철한 척을 하는지 모릅니다.
10분 남짓 가는 동안 얼굴 가득 친철한 척하며 내 눈치를 계속 봅니다.
오늘은 선상님전용 택시랍니당~
이렇게 큰 택시 타보셨남유?~
무첫 멋진 손님을 모셔서 영광입니데이~~ 등등 계속 얘기를 합니다.
운전석과 가까운 자리였는데 신호등에 걸려 잠깐 멈추었을때,
이 소란을 중지시켜야겠단 생각에 10달러를 팁으로 줬습니다.
그때의 운전사 표정이 참 안쓰러웠습니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가난한 나라가 백성을 이렇게 만드는구나는 생각에 안타까운 날이었습니다.
----- 덧 붙이는 말 ----
인도에는 높은 정신세계와 좋은 점이 많은데 부정적인 면을 쓰게 되었습니다.
인도 얘기를 3~4편으로 나눠서 블로그에 쓰고 있는데
한편만 올려서 읽으시는 분들께 더 부정적으로 비치게 된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나 조금 덜 밝은 부분이 있는 것이고 단편적인 경험을 올린 것이라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ㅋㅋㅋ 고생하셨네요
헐크님, 잘 지내셨습니까? 구정이 며칠 안남았네요. 즐거운 구정 연휴되시길 바랍니다~
네~~ 돈쓸일이 많은 달이네요..ㅎㅎㅎ
고생한게 보입니다. 인도 여행 가려고 했는데 포기해야 겠네요. ^*^
반갑습니다~ 인도는 혼자가시면 많이 고생할 수 있습니다. 깨끗한 생수를 지참하셔야 하구요. 호텔은 무척 비싼데 일반 숙박업소는 무지 열악합니다. 정보를 잘 챙기시고 경험있는 분과 같이 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내가 아는 이는 인도에 살러갔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인도에 사시면 적은 비용으로 황제처럼 살 수 있단 말을 들었습니다. 어느 곳이나 정붙이기 나름같습니다~
더운 지방에선 바퀴벌레가 무척 커서 처음엔 벌레가 아닌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 보면 무척 놀랍니다^^
그래서 더욱 오랜 추억거리로 남는가 봐요 ,
푸피님, 반갑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셔요~
인도 호텔에서 바퀴벌레 본 분이 또 있었군요. 저도 경험자너무 열악한 환경에 놀랬죠
신분차이가 있는 나라여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곳 같습니다~
칠레 출장갔다가 비행기 코앞에서 나만 경찰이 잡아서 한참 동안 쑈를 하고서 간신히 비행기 탔는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렇게 잡히면 다들 비행기 못탔다고 그러더라구요, 난 그 때 큰소리 치면서 보내 달라고 했는데 ㅎㅎㅎ, 인도 여행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에그.. 황당한 경험이셨군요. 이해하기 힘든 관리들이 있는 나라가 많습니다. 안하셔도 될 경험을 하셨네요. 자주 출장을 다니시니 다양한 경험이 많으시죠? 즐거운 휴일 되셔요~
인도여행을 다녀온듯하게 재미나게 잘읽었습니다. ㅎㅎ ㅎ 인도여행다녀온사람이 좋다고하던데 한번 가보고싶네요 ...
반갑습니다~ 넓은 지역이니 다양한 볼거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밤 되셔요~
그렇군요. 잘 읽었습니다. 짐 울 신랑도 인도로 출장 가고 없는데 어떻게 지내나 모르겠네여. ㅎㅎㅎ
인도에 가셨군요. 처음 가시는 분은 음식 때문에 조금 고생하실 수 있구요. 여행은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니 좋은 추억가지고 오실 것 같습니다. 안녕히 주무셔요~
전화 왔는데 다행이 숙소도 깔끔하고 음식도 한국음식이라 괜찮대여. ㅎㅎ 그래서 바퀴벌레 가방에 안 묻어 오게 잘 털고 오라고 했어여. ㅋㅋㅋ
비즈니스맨들이 투숙하는 호텔은 깨끗하고 좋습니다~ 그래도 바퀴는 조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자여, 바퀴는 조심 해야죠. ㅎㅎ
첨 이사와서 왕바퀴벌레 지나가는데 "무서워" 소리질렀더니 울남편 "난 부인이 더무섭다고" 이럴수가 결혼전 최진실보다
더 이쁘다고했었는데...ㅎㅎ 옛야그가 생각 나네요.각 나라여행 좋아해서 인도언젠가 갈건데...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