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TAL SIN - 45 - 시험의 시작
지금 떠드는 사람 TIRPITZ
[ 시험의 시작 ]
"추기경님."
해가 완전히 저물어 어둠이 세상에 내려앉았을 때 가브리엘 신부는 초를 켰다.
그가 새로운 초를 들고 기도소에 들어왔을때까지도 추기경은 그 자리에 있었다. 가브리엘 신부는 한 손에 초를 든 체로 그에게 말했다.
"어째서 보내셨습니까?"
추기경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가브리엘 신부를 돌아보았다.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논할 일이 아니라는 듯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지만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던 흑경같은 눈에는 희미한 동요가 보이고 있었다.
가브리엘 신부는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저는 추기경님이 처음 이곳에 오셨을 때부터 지켜봐 온 사람입니다. 당신께서는 항상 주변의 모든 기대치를 넘어서는 분이셨습니다. 모두가 당신을 대단한 신앙을 가지신 분이라고 하셨지만..... 하지만 지금와서 그 행동은... 그것은 진정한 신앙이었습니까? 아니면....."
아니면 무엇을 말하려고 했었지. 가브리엘 신부는 자신이 말해놓고도 그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었다. 그 말을 하기에는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너무도 불경하여 차마 말하지 못하고 짤막한 여운으로 남기는 것이었지만 추기경은 일어서면서 대답했다.
"신부님마저 저를 시험하러 드신다고 생각하지 않고 대답하겠습니다. 이제 저에게도 주교님에게도... 그리고 목사에게도 본격적인 시험이 시작된 것 같군요. 제가 신의 사제라면 결과도 올바르겠죠. 잘못되었다면 결과도 잘못될 것입니다. 신부님은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나서 아드리안 추기경은 가브리엘 신부를 돌아보며 고개를 약간 까딱했다. 약한 불빛 속에서도 선명한 피처럼 맺힌 붉은 로사리오의 보석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았다.
어서 가야한다. 에드윈 목사는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필사적으로 달려가 본 적이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직도 상처 부분이 욱신거리지만 지금 그것을 달래줄 여유는 없었다.
귓가를 때리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마치 시간이 흐르는 소리같다.
"스륵....."
"?"
에드윈 목사는 숲 속을 달리기 시작한 아까부터 수풀속에서 뭔가가 자신을 계속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냥 급하기도 하거니와 너무도 빨리 달리기 때문에 옆에서 공명하는 바람소리라고 애써 생각했다.
어쩌다 귓가에 또렷히 들릴 정도로 소리가 나도, 그냥 스치는 소리거나 고양이 같은 작은 짐승의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와 속력을 같이해서 수풀 속에서 뭔가가 같이 달리고 있었다. 그가 시선을 힐끗 돌렸지만 수풀은 너무도 무성하여 어둠 속에서는 도저히 그 속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벌써 몇분째 같이 달리고 있는 저 존재는 무엇일까?
마침내 그는 공격력에 해당하는 성력을 모았다.
"주 앞에 감춰지는 모든 것들은 대낮같이 드러나리라!"
그의 손에서 밝은 빛이 쾅 하고 수풀을 정확하게 때렸다. 뭔가 목표에 맞았다라고 목사가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 풀숲 자체가 튀어오르는 것 같을 정도로 커다란 검은 물체가 불쑥 튀어나왔다.
"크헝--"
은빛 날카로운 물체가 그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에드윈 목사는 몸을 날려서 뒤로 물러섰지만 목 깃이 잘려나간 조각이 눈앞으로 지나갔다. 언제나 아슬하게 피하는 것엔 이골이 날 정도라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는 욱신 거리는 상처로 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들으라는 듯 소리쳤다.
"이 와중에 귀찮은 워어 울프라니!"
그는 중얼거렸다. 사실 워어 울프는 귀찮다고 생각이 들 정도의 소소한 상대는 아니였다. 악마조차도 까다로워 못건드리는 흡혈귀가 다스리는 짐승 중 하나인 데다 그것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마치 게임과도 같은 것이어서 그 법칙을 지키지 않으면 절대로 물리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였던 것이었다.
"컹-"
등 뒤에서도 오싹할 정도의 살기가 느껴진다. 한두마리가 아니였다. 하지만 이것을 물리치지 못하면 목사라고 할 수 없잖아? 에드윈 목사는 각오를 하고 한 손에 십자가를 들었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달려드는 워어 울프의 사람과 비슷한 미간을 향해 십자가를 갖다대었다.
"쾅!"
갖다 대었다라고 하는 표현이 민망할 정도로 소리는 엄청났다. 마치 뭔가에 맞은 것처럼 늑대는 캥 소리를 내며 저만치 굴러갔다.
성력이 깃든 십자가이니 그럴만도 했다. 더군다나 성력에는 마력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흡혈 계열의 힘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에드윈 목사는 방심하지 않았다. 그만큼 성력을 대하는 것에도 익숙한 것이 저들인 것이다.
"크릉...."
한 놈이 나가떨어졌지만 늑대들은 두려움 없이 몰려들었다. 한 놈이 나가떨어지더라도 그 사이에 다른 놈이 노릴 것이다. 에드윈 목사는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한때 인간이었기에 지능이 있는 것들이지. 그가 예상한 데로 그들은 굶주린 짐승처럼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에드윈 목사는 그 자리를 박차고 위로 뛰어올라서 나뭇가지를 타고 한바퀴 돌아 내려앉았다.
"파직--"
가지가 부러질 때 그는 다시 다른 나무로 옳겨갔다. 그의 손에는 밝은 빛이 쥐어져 있었다.
"주 앞에서 어둠의 존재들은 가차없이 징벌할 것이다!"
잠깐동안이었지만 가까운 하늘에서 정말로 우르르릉 소리가 나며 전뇌가 번쩍 하더니 약하지만 한 줄기 빛이 금세 늑대들 사이로 내려앉았다.
"캬악--"
한 마리가 순식간에 통구이가 되며 그 자리에 개구리처럼 벌렁 자빠졌지만 더 이상 같은 공격은 무리였다. 에드읜 목사는 움찔거리면서 잠시 멈추었다. 상처가 벌어질 것 같다. 악마가 상처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점점 더 깊어지는 것 같았다.
'그 망할 악마 다시 만나기만 해봐라!'
그는 십자가를 감추고 잠깐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캬악-"
그의 어깨 너머로 금속성 손톱이 날아왔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려 다른 가지로 옳겨갔다. 워어 울프들은 어느세 나무를 타고 그를 향해 좁혀오고 있었다. 목사는 주변 나뭇가지를 잡자마자 뭔가를 중얼거렸다.
"주께서는 만물의 주인이시니 그들이 주님의 말씀에 움직이고 그분께 복종하기에 그들이 주님의 시종을 보호해 줄 것을 나는 아나이다."
그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이 나뭇가지들이 움직였다. 나뭇 가지가 뱀처럼 움직이는 것에 워어 울프들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휘리리릭--"
"좌악--"
나뭇가지와 워어 울프들이 엉기면서 여기저기서 워어 울프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나뭇가지를 부러뜨려도 부러진 가지들이 그들의 몸을 사정없이 파고들었고 죄었다.
"캬악--"
몸부림치며 늑대들의 큰 몸뚱이가 쿵쿵 소리를 내며 하나둘 씩 바닥으로 떨어졌다. 끝났다. 에드윈 목사가 바닥에 떨어져서 부들거리는 워어 울프들을 보면서 생각했을 때였다.
"캬핫.... 역시나 워어울프도 살아있는 것이라 죽이진 못하는 겁니까? 크큭...."
"?"
목사가 그 말을 듣고 방어할 틈조차 없었다. 거북하고 음침한 목소리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격을 날아왔으니 말이다.
"쾅--"
그는 어두운 숲에서도 별을 볼 수 있었다. 운석에라도 맞은 것처럼 강력한 타격이 온 몸에 전해져왔고 그는 아까 그가 물리친 늑대들과 마찬가지로 아래로 추락했다.
"으윽..."
일전같았으면 금방 일어났겠지만 상처가 드디어 다시 벌어지고 말았군. 그는 앞 뒤 가리지 않고 제기랄-하고 내뱉었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고있는 검은 그림자는 숲덩이처럼 시퍼렇게 타오르는 눈동자로 키득거리고 있었다.
"귀여운 아가씨를 내게서 데리러 왔습니까? 하지만 그 아가씨는 이미 내 것이랍니다."
멜피스토는 음침하고도 쉰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한번 키득거렸다.
"착각하지 마. 너 맘대로 될 줄 알아?"
목사는 바닥에서 간신히 얼굴만 들고 중얼거렸다. 멜피스토는 손가락을 들어 그러면 안되지라는 듯이 혀 차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주변을 가리켰다.
"쯧쯧.. 목사님. 먼저 주변을 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지요."
드으으으으디어어어... 연재 재오픈입니다. 신개장--쿠쿵...(털썩)
역시나 너무 오랜만에 움직였더니.... =_+
|
|
첫댓글 이제보니 목사님 치고 참으로 터프하시구나(…) 건필하세요'-)a
' ')// 정말 오랫만이예요. (퍽)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