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교포 소설
작년 연말에 광고를 통해서
캐나다 교포 출신 허주은 님이 쓴 <사라진 소녀들의 숲>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단다.
요즘 다른 나라에 사는 우리나라 교포들이
우리나라를 소재를 영어로 쓴 책이 번역 출간되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더구나.
그런 흐름에 또 하나의 책이 나왔나 보다 했단다.
그런데 얼마 전에 엄마가 너희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면서
이 책을 추천하더구나.
어디선가 추천 글을 봤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말이야.
그래서 아빠가 주문을 했어.
책이 생각보다 많이 두껍더구나.
너희들은 숙제하느라 바뻐서 그런지 책이 한동안 그대로 있길래
아빠가 먼저 펼쳐 보았단다.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최고의 소설”를 비롯하여 많은 홍보 문구가 있어서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단다.
너무 기대를 한 것이 잘못일까.
책을 넘기면서 실망감이 점점 쌓여갔고,
그래도 결말은 봐야지 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책이 두꺼워서 끝까지 가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구나.
이 소설은 공녀(貢女)라는 실제로 우리나라에 실제 있었던 아픈 역사를 소재로 삼았단다.
공녀란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해서 간섭을 할 때,
강대국의 요구 또는 협박에 의해 약소숙의 미혼 여성을 보내는 것이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원나라가 고려를 침략했을 때,
고려의 여자들을 원나라에 공녀로 많이 보낸 역사가 있단다.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란다.
그런데 이 소설의 배경은 조선시대 초기란다.
조선시대면 중국땅에는 명나라인데, 이때도 공녀를 보냈었나?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명나라 초기에도 원나라만큼 아니지만 공녀를 요구해서
보낸 경우가 있다고 하더구나.
아무튼 시대적 배경은 조선 초기인 1426년이란다.
이왕 공녀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쓸 것이면
가장 활발했던 고려말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더구나.
왜 조선시대로 했을까.
1. 이질감
때는 1426년.
주인공 민환이.
성이 ‘민’이고 이름이 ‘환이‘란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 이름을 부를 때 환이라고 이름만 부르는 것이 아니고
대화체 속에도 ‘민환이’ 이렇게 다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다 보니 번역이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는 앞으로 환이라고 할게.
환이는 남장을 하고 홀로 제주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단다.
일 년 전 종사관이었던 아버지가 제주도에 가셨다가 소식이 끊겼기 때문에
아버지를 찾으러 가는 길이란다.
아버지가 제주도에 가신 이유는 사라진 13명의 소녀들을 조사하기 위해서였어.
그 사건을 조사하던 중에 실종되신 거라서
그 사건과 아버지의 실종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환이는 원래 제주도에서 태어났고,
5년 전에 아버지가 진급을 하시면서 제주도를 떠났단다.
환이에게는 동생 매월이가 있었는데,
매월이가 신병(神病)이 들어, 그러니까 신내림을 받아서,
5년 전 환이와 식구들이 제주도를 떠날 때
매월이는 제주도에 있는 노경심방이라는 무당에게 맡겼단다.
환이가 이번에 제주도에 가면 매월이를 5년만에 만나는 것이었단다.
환이가 제주도에 도착해서 먼저 매월이를 찾아갔단다.
매월이와 환이는 어렸을 때부터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
5년만에 만나도 매월이가 그리 반가워하지도 않았단다.
사실 매월은 어린 자신을 혼자 두고 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컸단다.
덩달아 언니한테도 서운함이 있었겠지.
어머니라도 계셨으면 말렸을 텐데,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안 계셨지.
아버지가 잘못했네.
진급을 포기했어야지.
어린 딸을 홀로 남겨두다니…
…
아무튼 환이는 13명의 사라진 소녀들의 대한 수사를 시작했단다.
그런데 13번째 소녀였던 현옥이라는 소녀의 시신이 한라산 자락에서 발견되었단다.
환이는 그곳을 시작으로 사건 조사를 시작했단다.
그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아버지의 행적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매월도 환이를 환대하진 않았지만, 환이를 도와주었단다.
시신 발견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그 중에 유선비라는 사람이 환이의 조사를 도와주었어.
환이는 시신으로 발견된 현옥의 언니인 고이슬을 만났어.
고이슬은 일 년 전에 환이의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단다.
드디어, 아니 벌써 실마리가 잡히는 건가.
하지만 조사도 쉽지 않았어.
하얀 가면을 쓴 이가 환이를 공격했고,
이를 매월이가 나타나 도와주어 간신히 도망치기도 했단다.
아버지를 찾다가 환이도 덩달아 죽을 것 같구나.
조선 시대 낯선 장소에서 아무런 직책도 없는 여자 혼자
사건을 조사하고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 너무 이질감이 느껴지더구나.
남자 형제가 없다면 일가 친척에게 도움을 청해도 도와줄 남자 친척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양반집 규수인 것 같은데,
든든한 하인들이라도 동행하면 좋았을 것을…
그 밖에 여러 가지 소설의 설정이 너무 이질감이 들더구나.
조선시대 맞나, 싶더구나.
2. 밋밋한 마무리
환이는 조사를 하면서 의심 가는 사람들이 생겼단다.
제주도로 유배를 온 죄인 백씨.
매월을 보살펴 주고 있던 무당 노경심방.
13명의 소녀들이 사라진 마을의 촌장인 문촌장.
제주의 권력을 휘어잡고 있는 제주 홍목사 등등.
환이는 가장 먼저 죄인 백씨를 범인으로 의심하는데,
한번 의심하면 모든 정황이 그가 범인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초보 탐정의 실수를 한단다.
설마 읽는 이로 하여금 그를 범인이라고 생각하라고 쓴 건 아니겠지.
다음으로 노경심방을 범인으로 의심할 때도
진심으로 다해 의심하더구나.
환이와 매월은 이 일을 함께 하면서 어떻게 될 것 같니?
사이가 점점 더 멀어질까? 아니면 좋아질까? 뻔하겠지?
그리고 그들은 결국 한라산의 어떤 동굴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동굴 속에서 소녀들을 찾게 된단다.
그리고 그 일을 벌인 범인들도 찾게 되는데,
개연성도 그거 그렇고 우연성은 지나치게 많고 그렇구나.
지명과 이름과 시대만 우리나를 배경으로 했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많아서
앞서 이야기한 이질감이 끝까지 이어졌단다.
이 책을 적극 추천했던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참 별로였단다.
엄마도 읽어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책이 아무리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너희들이 읽기에는 시간 낭비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래서 줄거리도 대충 이야기하고 오늘은 이만 하련다.
PS,
책의 첫 문장: 장장 스무 해 동안 범죄 사건을 수사하며 내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없었다.
책의 끝 문장: “집으로 가야지”
책제목 : 사라진 소녀들의 숲
지은이 : 허주은
옮긴이 : 유혜인
펴낸곳 : 미디어창비
페이지 : 432 page
책무게 : 562 g
펴낸날 : 2022년 12월 14일
책정가 : 17,000원
읽은날 : 2023.05.27~2023.05.28
글쓴날 : 2023.0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