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모초
▶어머니의 눈물
젊은 한 시절 걸망 하나를 메고 혼자서 산행을 하던 버릇이 있었다. 여행은 역시 혼자서 떠나는 것이다. 그날도 혼자 영남의 남알프스 재약산 천황봉을 가기 위해 밀양 얼음골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좌우를 깎아지른 절벽이 위험했지만 전망이 뛰어난 암릉 능선길을 택했다.
한없이 펼쳐진 초원 억새밭 천황봉-수미봉-사자평-고사리분교-옥류동천을 내려와 표충사를 거쳐 구천리 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랐다. 약 7시간을 걸은 셈이다. 늦가을 해는 저물어 연지 빛 저녁놀이 반쯤은 남아 있고 길섶을 따라 늘어선 코스모스들이 바람을 따라 꽃잎읖 떨구는데 이름모를 새들은 보금자리를 찾아 하늘가 어디론지 날아가고 있다. 이 차는 밀양으로 간다지만 저 새들은 어디로 가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눈물이 괴였다. 그리고는 가슴 한복판에서 텨져 나오는 것처럼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사람은 여러 가지 연유로 하여 눈물을 흘린다. 살아가면서 어쩔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서러운 눈물이 있고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지 못하는 피 같은 눈물도 있을 것이며 정들었던 사람과 이별하고 흘리는 멀고도 아득한 그리움의 눈물도 있을 것이다.
한 여인이 청상에 홀로 되어 모진 고생을 하며 외아들을 키워 좋은 대학의 약대를 보냈다. 그날로부터 자식의 방탕한 생활은 시작됐고 보다 못한 어머니는 지도 교수를 찾아가 바른길로 이끌어 달라며 눈물을 흘렀다. 그의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가고 우연인지 기연인지 곧바로 문제의 학생이 나타났다. 그 교수는 전후 사정은 덮어두고 아직도 탁자위에 남아 있는 그 어머니의 눈물을 수거해서 성분을 분석해 오게 하였다. 실험결과 소량의 Na챠(소금)과 H₂0(물)이라고 했다. 즉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흘린 통한의 눈물이 소금기 썪인 물이 된 것이다. 눈물은 과학적으로 분석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적어도 어머니의 눈물만은 그렇다. 어머니의 눈물은 그리스도께서 만인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힌 눈물이며 지장보살님이 지옥문을 가로막고 서서 죄 많은 중생을 구하기 위해 눈물 마를날이 없다는 대자대비의 눈물인 것이다.
▶입술을 닮은 꽃- 두해살이풀
익모초는 한문말 그대로 어머니를 이롭게 하는 풀이다. 고려때는 이두어로 목비야차라 했고 조선시대에는 목비야차으로 불리었다. 익모초는 꿀풀과에 속하는 두해살이 초본 식물이다. 씨앗이 발아된 첫해에는 심장 모형이 잎이 뿌리에서 피어나고 다음해에는 줄기가 돋아나 자라면서 줄기에 잎이 붙는다. 익모초는 줄기가 네모져 있고 흰털이 돋아나 백녹색이며 키 높이가 1.5미터 쯤으로 곧게 자란다. 잎은 마주나며 길게 3갈래로 갈라지고 갈라진 꽃이마디마다 층층이 돌려 붙기로 핀다. 열매는 늦가을에 까맣게 익는다.
▶ 여성에게 만병통치의 약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약초서적인 「신농본초경」에 익모초가 기록되어 있을만큼 한방과 민간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하여 온 전통 깊은 약이다. 한방에서 생약 이름은 이 풀 전체를 익모초 그 씨앗을 충위자라 하며 맛은 맵고 쓰며 성질은 서늘하고 간, 심포 경락에 작용한다고 했다. 이약은 특히 혈증을 치료하는 이혈약으로써 피를 잘 돌아가게 하고 독을 풀어주며 어혈을 없애므로 여성의 생리와 관계되는 모든 증상에 치료의 명약으로 쓰인다. 동물 실험에 의하면 심장의 박동을 안정시키고 강심 작용과 심장수축을 세게 하며 혈압을 내린다. 또한 간열을 치료하며 눈을 맑고 밝게 한다. 부인들이 생리가 불순하고 신경이 쇠약하며 심장 질환이 있으면서 혈압이 높은 질환에는 특효를 볼 수 있다.
여성이 몸이 허실하고 애기집이 약하여 아기를 갖지 못할 때 말린 익모초 약재 30g-60g과 대추 15g넣고 달여서 차처럼 오래 복용하면 분명히 효과를 볼 수 있다.
한방 약초중에서는 익모초가 자궁수축작용이 가장 세다.
익모초는 한여름 무성할 때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두고 쓰면 된다. 치료 목적의 하루 사용량은 6-18g이다.
시골 시장 어디를 가던지 볼 수 있고 팔리고 있는 익모초는 살기에 고달파 약 한첩 옳게 써 볼 수 없었던 우리 어머니들에게는 귀하게 쓰인 대표적인 민간약이었다.
▶ 또 다른 눈물
10여년전 신문에서 오려 둔 빛바랜 사진 한 장 . 사람에게는 또 다른 눈물이 있다.
보내는 아쉬움에 가슴 아픈 사람도
만나는 설레임에 마음 부푼 사람도
먼 하늘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같겠지
인생의 뒤안깉은 이별과 상봉의 공항대합실
〈공합대합실〉 박춘석작사. 곡/문 주란노래
로스엔젤레스 공합대합실. 대여섯살된 어린 남매가 서로 끌어 안은채 헤어지지 않으려고 숨죽여 울고 있는 장면이다. 이 땅의 고아원에서 같이 자라다 미국으로 입양되어 가게 되었다.
그러나 남매는 각자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어 공항 대합실에서 서로 헤어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 이 절박한 처지에서 흐르는 어린 남매의 눈물은 부처님도 하느님도 아닌 오직 어머니를 찾고 있는 가엾은 눈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