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당한 개인정보... "신분 도용까지 6일"
휴대전화 한 번 뚫리면 모든 개인정보 노출
캐나다에서 통신사의 실수로 한 유학생의 휴대전화 번호가 타인에게 무단 이전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통신사들의 허술한 고객정보 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버진플러스는 유학생 후이준 롱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본인 동의 없이 벨모빌리티 계정으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롱씨의 휴대전화 번호는 6일간 다른 사람의 계정에 연결된 채로 방치됐다. 벨사의 대변인은 할리팩스 소재 벨 매장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가 직원의 실수였다고 밝혔다.
문제의 심각성은 휴대전화 번호가 현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있다. 은행계좌, 이메일, 소셜미디어 등 대부분의 온라인 서비스가 2단계 인증을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한 번의 실수나 보안 사고로 개인의 모든 디지털 자산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구엘프 대학교의 알리 데간탄하 사이버보안 연구소장은 이러한 사고가 신분 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널리지플로우 사이버보안 재단은 휴대전화 번호 도용 시 일회용 비밀번호부터 소셜미디어 계정까지 모든 정보가 탈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카드 스와핑 수법을 이용한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토론토 경찰은 캐나다 전역에서 1천500개의 휴대전화 계정을 노린 조직적 범죄를 적발하고 10명을 검거했다. 공익옹호센터의 제프 화이트 사무국장은 현재 전자 심카드가 사실상 전자신분증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보안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통신업계는 2020년 새로운 보안조치를 도입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무단 번호이전과 심카드 관련 사기가 9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통계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통신TV서비스 민원위원회에는 40건의 무단 휴대전화 이전 사례가 접수됐으며, 이번 사건도 추가 조사 대상이 됐다.
캐나다 통신협회는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지만, 보안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은 '범죄자들의 악용 가능성' 때문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신 모든 고객이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안과 접근성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