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모바일금융, 엠페사
엠페사는
아프리카의 오지 케냐에서 도입된 모바일금융 서비스이다. 케냐에서 무슨 모바일금융인가? 그것은 미국이나 최소한 한국 정도의 IT선진국에서나 논의되는 얘기
아닌가? 그러나 케냐 같은 경우에는 기존의 은행 인프라가 워낙 후지니까, 그런 인프라를 깔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휴대폰으로 점프해가는 것이다. 성인이라
할지라도 은행계좌보급률이 30%가 안 된다. 반면 휴대폰은 80% 이상 가지고 있다. 후진국용으로 만든 아주 싼 단말들이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케냐는 유선통신망이 워낙 미비하니까 휴대폰 위주로 급속하게 통신서비스가 보급되었다. 이 폰으로 웬만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보험료 전기료 TV수신료 공과금 납부가 가능하다. 월급도 모바일로 받고, 개인간 송금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이
아닌 휴대폰에서도 텍스트방식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폰으로 받은 돈을 인출하려면 은행이 아니라 가판점처럼
생긴 엠페사 대리점에 가면 된다. 엠스와리는 현금보관, 저축, 대출 기능까지 제공하는 모바일뱅킹 앱이다. 직접 은행에 가거나 종이로
된 서류에 길게 정보를 적을 필요가 없다. 엠스와리를 통해서 엠페사 계좌간 자금이체를 할 수 있으며
수수료가 없다. 폰으로 100실링(1200원) 이상의 소액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이자률은 7.5%이다. 케냐의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15%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사용방법
사용방법도
매우 간편하다. 송금을 원하면 자신의 폰을 이용하여 엠페사에 접속한 후, 송금액과 받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받는 사람은 문자를
통해 코드를 받고, 그 코드를 대리점에 제시하면 현금을 받는다. 서비스
가입은 폰 번호와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가능하다. 엠페사는 거래에 수수료를 부과하여 수익을 올린다. 이용자는 현금을 소지 하지 않아도 되므로 이 치안이 불안정한 나라에서 강도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케냐에서는
유럽식 GSM방식의 휴대전화를 쓰는데 심카드를 삽입하면 아이콘이 뜨고,
이것을 클릭하면 엠페사가 제공하는 사파리콤플러스와 엠페사 아이콘이 나타난다. 엠페사 아이콘을
누르면 송금, 현금인출, 선불제 통화충전(에어타임), 모바일뱅킹, 납부금서비스, 개인정보확인(MY ACCOUNT)등의 메뉴가 뜬다.
엠페사와
제휴한 가게에 들어가서 예치금(DEPOSIT)을 내면 그 한도 내에서 물건도 사고, 송금도 하고, 에어타임(케냐는
가입제가 아니라 선불통신제임. 낸 돈만큼 통화 및 데이터이용 가능)을
살 수 있다. 엠페사와 제휴한 에이전트는 2016년 현재 8만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대부분 구멍가게 수준의 소매상이다. 물론 아직까지 폰 번호를 잘못 입력하거나, 폰을 분실하여 이용자정보가
새는 경우 등 보안의 문제가 완벽하지는 않다.
엠페사는
사파리콤의 모바일금융브랜드
엠페사의
엠은 모바일을 의미하고, 페사는 스와힐리어로 돈이다. 그러니까
모바일 돈이다. 사파리콤은 원래 케냐의 우정성으로서 정부기관이었으나 영국의 세계적인 통신사, 보다폰이 40%의 지분을 샀다. 그래도
여전히 케냐 정부가 60%의 지분을 가진 절대주주니까 공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영권은 사실상 보다폰이 행사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15년
엠페사 매출은 3,800억원이며, 사파리콤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고 그것도 급증하는 추세이다.
사파리콤의
엠페사가 크게 히트 친 이후, 에어텔(에어텔머니, 인도계통신사), 오렌지(오렌지머니, 프랑스통신사)가 비슷한 상품으로 경쟁구도를 형성하였으며, 케냐의 시중은행에서도 2015년7월
이퀴텔머니(EQUITEL MONEY)라는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도입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엠페사가 2008년 도입되었다. 당시 이 나라에서는 경찰
임금 지급에 처음 적용되었다고 한다. 경찰인력의 10% 정도를
허수로 부풀려 임금을 신청하고 이를 착복하는 관행이 횡횡했는데, 이 시스템 도입 이후 새는 돈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왜 안되지?
역설적으로
한국은 기존 금융인프라가 워낙 잘 돼있다 보니 모바일로 넘어가는 것이 원만치 않다. 신용카드 결제단말기는
전국 방방곡곡 어떤 가게에 가도 다 있다. 거기다가 애 어른 할 것 없이 신용카드 몇 개씩 갖고 다닌다. 결제가 전혀 불편하지 않다. 불편한게 있다면 카드가 하도 여러 장이다
보니 관리하기가 번거롭다는 정도이다. 어떤 카드가 어떤 회사와 제휴하여 프로모션도 하고 할인쿠폰도 발급하는데, 그걸 일일이 다 수첩에 적어가면서 기억하기가 곤란하니까, 아예 그것을
통합해서 최적의 카드로 결제하도록 하는 것이 최근의 모바일카드의 장점이었다. 그 정도이며 그 이상 활성화가
잘 안 된다.
엠페사의
서비스제공자가 통신사라는 것도 걸림돌이다. 모바일금융의 주도권을 놓고 은행과 통신사가 싸우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폰을 이용하여 금융서비스를 받는 것이 좋겠지만, 섣불리 그런 시도를 하다가 은행은 주도권을 통신사에게 빼앗기고 궁지에 몰릴 수 있다. 그러한 사업자간 대립관계와 기존신용카드 인프라가 완벽하다는 점 두 가지 때문에 한국의 모바일금융은 지체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은행이
규제를 통하여 막는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나올 것이고, 어차피 다른
나라도 다 따라가는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이다. 단지 시간의 문제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