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영화 "감동적 vs 터무니없다"] (3)＜에베레스트＞] ‘세계 최고봉 도전’의 꿈과 비극적 사건을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

[너머]

1996년 롭 홀의 에베레스트 상업등반대 참사의 전말

신용관

이번 호에서는 김창호 대장님과 정통 산악 영화 <에베레스트>(Everest, 감독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2015)를 다루고자 합니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김창호 대장

1996년 에베레스트 등반 붐과 함께 참사가 일어납니다.

상업등반대가 정상 등반 후 하산하다 5명의 사상자를 낸 것이지요.

이때 등반에 참여했던 저널리스트 존 크라카우어가 논픽션 <희박한 공기 속으로>

(원제 ‘Into Thin Air: A Personal Account of the Mount Everest Disaster’, 1997)를 써냈고,

영화 <에베레스트>는 이 내용을 기반으로 해서 만든 것입니다.

신

책과 영화는 아무래도 차이를 보이겠지요?

김 책 <희박한 공기 속으로>가 여러 인물들의 관점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반면, 영화

<에베레스트>는 산에 도전하는 과정을 최대한 꼼꼼하게 묘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 영화의 소재인 ‘상업등반대’가 키워드인 듯합니다.

고객이 루트 개척, 짐 운반 등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산에 오를 체력만 되면 등정이 가능하게끔 모든 장비와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던데요.

김 영화 도입부 설명에 따르면 1992년 뉴질랜드인 ‘롭 홀제이슨 클락 扮’이 아마추어 팀을 인솔해

4년 동안 19명을 사망자 없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려보냄으로써 상업 등반 가이드 시대를 열었다고 나옵니다.

등반대원은 일부 전문산악인과 비싼 참가비를 지불할 수 있는 일반인들로 함께 이루어져 있지요.

상업등반대는 1970년대에도 이미 있었고, 1960년대부터 지미 로버트라는 퇴역 군인이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 롭 홀이라는 인물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등반가로서 유명한 사람인가요?

김 등반에서 두각을 드러냈다기보다는 고객들을 이끌고서 비즈니스로서 성공시킨 사람이지요.

신 롭 홀이 ‘어드벤처 컨설턴츠Adventure Consultants’라는 이름의 팀으로 상업적 성공을 이루자 많은 회사가 경쟁에 뛰어들었고,

1996년에 2주 동안 20여 원정대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했습니다.

5월 10일쯤에 등정이 완료되는 것으로 설정돼 있던데, 그 시기에 주로 도전하나요?

김 우리나라에 단풍시즌이 따로 있듯이 히말라야에도 등반시즌이 따로 있습니다.

등정 확률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시기를 택하지요.

가장 예측 불가능한 게 날씨거든요.

인도·네팔·파키스탄이 우리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름이 우기이고 태풍이 오듯이 이 지역은 6~9월이 우기, 즉 몬순 기간입니다.

따라서 3~5월 ‘프리pre 몬순’과 10~12월 ‘포스트post 몬순’이 등정 확률이 높지요.

포스트 몬순 기간엔 제트 기류가 7,000m까지 내려오는 등 추위가 심해지므로, 프리 몬순 시기를 선호하지요.

3월쯤부터 현지 적응 기간을 가진 뒤 등정에 도전하는 겁니다.

신 상업등반대가 네팔 카트만두에서 헬기를 이용, 해발 2,860m인 루클라Lukla까지 이동하더군요.

김 루클라는 산 중턱에 조성해 놓은 소형 비행장인데, 1953년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가 1960년대에 만들어 준 공항이지요.

활주로가 휘어져 있고 아주 무섭습니다.

저는 제가 타기로 한 비행기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습니다.

신 영화 초반부 등정 장비를 챙기는 장면에서 ‘산소 한 통에 325달러’라는 대사가 나오더군요.

김 스쿠버 다이빙 용도 산소통은 공기가 들어있지만, 등반용 산소통에는 순수 산소만 들어 있습니다.

밸브를 조정해 마스크 부분에서 공기와 섞어 써야 하지요.

산 아래에서 300여 달러하는 산소통이 7,000m쯤 가면 1,000달러까지 오릅니다.

신 에베레스트의 경우 베이스캠프를 해발 5,400m쯤에 설치하더군요.

김 루클라에서 베이스캠프까지 보통 8일에 걸쳐 이동합니다.

하루에 400~500m씩 고도를 높이면서 몸을 고산에 적응시키는 것이지요.

원래 베이스캠프의 텐트도 자기가 스스로 세워야 하는데, 영화에서 보면 상업원정대라 모든 게 이미 세팅돼 있더군요.

통상 베이스캠프에 한 달여 머물며 산을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훈련을 4~5차례 하면서 적응기간을 갖습니다.

신 베이스캠프에서 크램폰 좌우도 구분 못 하는 참가자 모습도 나옵니다.

김 상업원정대 폐해의 하나로, 유명세를 위한 수단이나 고급 취미 정도로 오르는 이들을 묘사한 것이겠지만,

고산지대에 적응하는 데 실패해 정신이 없어 실제로 그러기도 합니다.

신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어드벤처 컨설턴츠’의 대장 롭 홀은 철두철미하게 모든 준비를 진행하며 대원들이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마운틴 매드니스’라는 이름의 상업원정대 대장 ‘스캇 피셔제이크 질렌할 扮’는

자유분방한 성격에, 대원 스스로 어려움을 겪어보고 이겨내게끔 유도하는 캐릭터입니다.

김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영화에서 ‘존 K’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원작자 존 크라카우어의 시각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경향이 크거든요.

대조적 인물로 그리기 위해 영화적으로 일부러 그렇게 설정했을 수 있습니다.

신 미국 텍사스 출신의 사업가 ‘벡 웨더스조슈 브롤린扮’가 8,000m 부근에서 수술한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존 K는 설맹증에 걸린 것으로 나오고요.

김 후배 등반가 한 명이 라섹 수술을 한 뒤에 에베레스트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정상에 선 뒤에 다음날 하산하려 하니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아 셰르파와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내려와야 했습니다.

고산지대의 후유증일 수도 있고, 수술 후유증일 수도 있습니다.

정확히 알 수는 없는 거지요.

그래서 저도 라섹 수술을 할까 고민 많이 했다가, 불편해도 안경으로 버티는 방향으로 지내기로 했습니다.

신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두 번이나 물러서야 했던 ‘더그 한센’존 호킨스 扮이 세 번째 정상에 도전하는 스토리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우편집배원 생활을 하면서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가장 높은 산을 오를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고 말하지만 결국 비극적 죽음에 이릅니다.

김 새벽에 사우스 콜South Col 제4 캠프(7,980m)를 떠나 오후 2시에 정상을 등정한 뒤 하산하는 일정으로 돼 있었는데,

이미 탈진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더그 한센의 의지를 인솔자인 롭 홀도 꺾지 못한 거지요.

정상은 등정했지만 결국 시간이 1시간 40분가량 지체된 데다가 기상이 악화되면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은 거지요.

신 영화를 보다 보면, 정상을 바로 눈앞에 두고 그것도 재차 포기한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다고 공감이 됩니다.

김 에베레스트 정상에 서면 고요 그 자체입니다. 몇 초, 몇 분쯤 될 텐데 힘듦도 고통도 없는 무아지경 자체가 됩니다.

그 순간을 전후해서 사람이 바뀌지요.

후배들도 비슷한 말들을 합니다.

더그 한센도 그 순간을 느끼고자 했을 것이고요.

신 요즘은 아예 전날 밤에 마지막 캠프에서 출발한다고 들었습니다.

김 제4 캠프에 도착해 쉬다가 저녁 먹고 이르면 저녁 8시에 출발을 해서 오전 10시에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일정으로 짭니다.

일몰 전 캠프 4에 도착해야 하니까요.

신 영화에서 보면 올라갈 때 여분으로 남겨놓은 산소통이 없어지면서 황당한 지경에 처하기도 합니다.

김 8,000m 이상을 ‘죽음의 지대’라고 부르는 데서 알 수 있듯 사람이 절대 살 수 없는 곳이지요.

산소는 평지의 3분의 1 수준이고, 기온은 영하 30~50℃까지 떨어지니까요.

제4캠프를 출발해 남봉에 올라설 때까지 산소통 1개의 60~70%를 사용한 뒤 새 산소통을 갈아 낀 다음 하산할 때를 대비해 여분의 산소통을 놓고 올라갑니다.

그런데 내려올 때 보면 산소통이 없어진 경우가 적지 않지요.

신 에베레스트 정상(8,848m) 도달 직전에 있는 수직빙벽을 일컫는 ‘힐러리 스텝Hillary step’에서 등반대원들이

끊어진 로프가 고쳐질 동안 줄지어 선 채 추위에 떨면서 기다리는 장면도 나옵니다.

김 ‘힐러리 스텝’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등반로인 남동릉의 남봉과 정상의 중간에 위치해 있지요.

높이는 약 12m로 정상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난코스로 알려져 있는 구간입니다.

영화에서처럼 여기에 정체가 발생해 체력 저하와 산소 고갈 등으로 결국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 먼저 하산한 동료대원이 롭 홀이 조난됐다는 사실을 베이스캠프로부터 연락받고 다시 산을 오르는 장면은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김 극한의 상황에서 롭 홀을 구하기 위해 다시 올랐다는 것은 동료 의식이 매우 높았다는 얘기지요.

그러한 파트너십이 바로 등반의 정신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등산인 중에서도 낙오한 후배를 위해 산에 남은 이가 있습니다,

윤치원 등반가라고. 마나슬루(8,163m) 등정에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을 통해 산에 오르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신 그 동료가 롭 홀과 고산에서 잠깐 눈을 붙이며 구조를 기다리던 도중 덥다면서 갑자기 외투를 벗다가 추락해 죽는 장면이 나오던데요.

김 목격자가 없으니 상상으로 구성한 장면이긴 합니다.

하지만 고산에서 발생하는 여러 부작용 가운데 의식이 흐려진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들 중 하나인 것임은 분명합니다.

신 롭 홀이 뉴질랜드에 있는 아내 잰 홀키이라 나이틀리 扮과 무전기와 국제전화를 연결해 통화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실제 고산에서 무전기가 잘 연결됩니까?

김 무전기는 잘 터집니다.

날씨만 좋으면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베이스캠프가 보이니까요.

하지만 무전기는 항상 배터리 용량의 문제가 있지요.

배터리가 풍부한 베이스캠프가 “A가 아픈가” 식으로 문장으로 물으면 산꼭대기에 있는 쪽은 간단하게 모스 부호로 대답합니다.

신 셰르파 앙 도르지가 이끄는 구조대가 롭 홀을 구하러 오르다 기상 악화로 포기한 뒤 “하룻밤 더 견뎌야겠다”고 전하는 장면에선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김 8,700m 높이에서 그렇게 탈진한 상태로 혼자 이틀을 버티는 건 불가능하지요.

속이 타는 건 아내와 베이스캠프 쪽이지 본인은 아마도 담담했을 겁니다.

“난 괜찮아”라 말할 때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본인에게 드리워진 걸 알았을 겁니다.

신 눈보라 속에 엎드려 있는 이를 남겨둔 채 하산하는 장면은 저 같은 일반인으로선 보기 괴로운 신이었습니다.

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보면 알지요.

하지만 등정자도 자기 힘으로 무사히 내려갈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적극적 대처를 못했다고 해서 그냥 지나친 등정자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는 겁니다.

신 고통과 침울함이 지배적인 영화였습니다.

무자비한 자연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극명히 보여 주는 작품이었고요.

영화 <에베레스트>에 대한 총평을 하신다면.

김 세계 최고봉 도전이라는 꿈을 설정하고 그것을 추구하다가 맞게 되는 비극적 사건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에베레스트(Everest, 2015)

감독 발타자르 코루마쿠르│출연 제이슨 클락, 제이크 질렌할, 조슈 브롤린

‘상업 등반대’ 열풍이 한창이던 1996년.

상업 등반 가이드 ‘롭 홀’(제이슨 클락)이 이끄는 ‘어드벤처 컨설턴츠’ 팀과, 치열한 경쟁 시장에 갓 뛰어든 등반 사업가 ‘스캇 피셔’(제이크 질렌할)이 주도한 ‘마운틴 매드니스’ 팀이 에베레스트에 모인다.

이 두 팀 외에도 20여개 원정대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한다.

지상 산소의 3분의 1, 영하 40℃의 추위, 뇌를 조이는 기압 등 고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참가자들의 낙오와 부상이 속출한다.

일부 대원이 정상 정복에 성공하지만 무리한 일정에 따른 탈진과 기상 악화로 여러 목숨이 위험에 처한다.

김창호 대장

국내 최초로 무산소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한국 산악계의 대들보.

2005년 7월 낭가파르바트(8,125ｍ) 등정을 시작으로 2013년 5월 에베레스트(8,848ｍ) 등정,

7년 10개월 6일 만에 히말라야 8,000ｍ 이상 14개 봉우리를 모두 산소통 없이 올라 폴란드 산악인 예지 쿠쿠츠카의 세계 최단기간 완등기록인 7년 11개월 14일을 1개월 8일 앞당겼다.

이밖에 2008년 바투라2봉(7,752m) 세계 초등, 2016년 강가푸르나2봉(7,455m) 신 루트 개척등반 등, 알파인스타일 거벽 등반을 연이어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