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녀(少女)
오일도
빈 가지에 바구니 걸어 놓고
내 소녀 어디 갔느뇨
............
박사(薄紗)의 아지랑이
오늘도 가지 앞에 아른거린다.
[어휘풀이]
-박사 : 얇은 비단 천
[작품해설]
오일도는 1935년 문예지 『시원(詩苑)』에 참여하면서 문단에 등단한 시인이다. 그는 애상적이며 동양적인 서정성을 바탕으로 하여 기교를 탐내지 않는 소박한 시풍으로 청춘의 번뇌와 시대의 우수(憂愁)를 노래하였다.
이 시는 말없음표로 대신한 한 개 연을 포함하여 모두 3개의 연 38자의 지극히 짧은 형식으로 ‘읽는 시’가 아닌 ‘보는 시’의 전형(典型)이 된다. 떠나간 소녀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이 고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하는 이 시의 둘째 연은 바로 잊을 수 없는 ‘그 소녀’에 대한 화자의 간절한 그리움과 아지랑이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것이자, 소녀의 행방을 독자의 상상에 맡겨 버리는 표현이기도 하다. 셋째 연의 ‘박사’는 생견(生絹)으로 짠 얇게 짠 옷감을 뜻하는 것으로 소녀에 대한 그리움이 지금도 박사 같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는 감각적 표현이다.
[작가소개]
오일도(吳一島)
본명 : 오희병(吳熙秉)
1901년 경상북도 영양 출생
1922년 제일고보 졸업
1923년 도일(渡日)
1929년 일본 릿쿄대학 철학부 졸업
1935년 시 전문지 『시원(詩苑)』 간행
1946년 사망
시집 : 『저녁놀』(1976), 『지하실의 달』(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