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전쟁 일어난 것도 아닌데 한일대 증시 최악의 대폭락(1) / 8/6(화) / 중앙일보 일본어판
40대 직장인 하모 씨는 8월이 시작된 줄 알았더니 블랙 프라이데이(2일)에 이은 블랙 먼데이(5일)로 투자금 몇 천만원을 이틀 만에 날렸다. 한반도(6·25전쟁)에서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 허무하게 손실을 내자 역시 한국 주식시장에는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리세션 우려가 한국 증시를 강타했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77% 하락한 2441.55로 마감했다. 하루 하락률로는 2001년 9월 12일의 12.02%에 이어 다섯 번째, 지수 하락폭은 234.64포인트로 사상 최대다. 그야말로 한국 증시는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오전에는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오후에는 양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 시장의 서킷브레이커는 1998년 도입 이후 6번째, 코스닥은 2001년 10월부터 10번째다.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로부터 10.3% 하락해 7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시총은 약 192조원, 코스닥 시총은 약 43조원이 증발했다. 하루 만에 한국 증시에서 235조원이 사라진 셈이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도 초토화됐다. 일본 닛케이평균은 12.4%, 대만 자취안지수는 8.35% 하락했다. 닛케이 평균의 하락폭은 1987년 10월 20일의 이른바 「블랙 먼데이」 때의 하락폭 3836엔을 웃돌아 과거 최대다. 대만 시장도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자취안지수 산출이 시작된 1967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와 빅테크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시장을 연타하면서 패닉 매도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가능성도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불을 지폈다.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 4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보고서다. 7월 미국 실업률은 4.3%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이는 2021년 10월 4.6%에서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7월 비농업 고용은 전월 대비 11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인 17만6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미국에서 경기침체 지표로 쓰이는 '섬룰'로 인해 공포감이 더 확산됐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코노미스트였던 클라우디아 샘이 고안한 법칙으로, 미국 실업률의 과거 3개월 평균치가 과거 1년간의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는 이론이다.
◇ AI 버블론 중동위기 계속 '패닉 매도'…삼성전자도 10% 급락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현재 이 수치는 0.53포인트에 달한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은 민간소비가 국가경제의 70%를 차지하고 민간소비의 60%를 임금이 떠받치고 있어 '고용→임금소득→소비→고용'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피드백 작용으로 고용시장 악화가 가속된다. 이를 통해 볼 때 미국의 경기는 침체의 입구에 있으며 최근 나타난 주식시장의 하락은 이제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