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정남숙
"며느리 감으로는 최고지만, 마누라 감으로는 ,,," 아니란다. 몇 해전, 처음으로 지인을 통해 '재능 나눔' 활동이 있음을 알았다. 일할 곳은 덕진공원 문화해설사, 한달음에 달려가 선청한 결과 선택됐다. 덕진공원의 자랑인 연꽃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가족 친구들과 가끔 돌아보던 공원이다. 이제는 관객이 아니라 덕진공원 알림이 노릇을 하게 됐다. 덕진의 역사와 전통을 숙지하며 전문가의 자세로 좀 더 깊이 있게 덕진공원의 의미와 재미를 들려주리라 마음먹었다.
공원 해설 팀은 오전 오후로 3시간씩 근무하는 형태로 짜여 있었다. 내가 속한 조는 토요일 오전 팀이라 셋이 한 조다. 처음 만나는 분들이 궁금했지만, 막상 뵙고 보니 친절하고 인상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두 분의 전력은 고등학교 선생님과 경찰간부이셨다. 모든 분 들은 몇 년째 계속 봉사하고 계셨으나 나만 초짜에다 유일하게 홍일점이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 피차 거리감 없이 대할 수 있었고, 지식이 많은 선생님은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시사, 상식 모르는 것 없어 그냥 옆에서 듣고만 있어도 '근묵자흑' 내가 유식해질 것 같았다. 궁금함이 많아 언제 어디서나 질문을 입에 달고 사는 나에게 매번 성실하게 대해주셔서 고마웠다.
약속된 덕진공원 봉사를 마치고, 나는 초등학교 방과 후 '아동 돌봄 교실' 한자 선생님으로 가게 됐다. 그곳엔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선배 한 분이 몇 년째 배치되어 있었다. 오랜 경험이 있는 분이기에 첫인사를 나누며 조언과 도움을 부탁할 요량으로 일찍 등교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담당 교사가 인사를 시켜도 눈길 한번 마주쳐 주지 않는다. 내가 먼저 손 내밀어도 뿌리치듯 돌아서 버리고 만다. 젊은 교사 앞에서 무시당한 꼴이 되어 민망했다. 아마도 나를 적으로 생각했나 보다.
지난해엔 전북대학교 박물관에 봉사하게 됐다. 각 일자리에 들어가기 전 기초교육을 받았다. '타인에 대한 지각'으로 '다름을 인정하자' 는 내용이었다. 강사는 한 사람을 호명하더니 처음으로 한 팀이 된 나를 소개하며, 나의 첫인상에 대해 말해보라 한다. 호명당한 사람은 하나도 망설임 없이 "며느리 감으로는 최고일 것 같지만, 마누라 감으로는..." 별로라는 의미로 도리질을 하고 있다. "왜? "냐고 묻는 강사에게 그는, "똑똑한 며느리는 좋지만, 똑똑한 마누라는 골치 아프다." 한다. 황당해하는 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지만, 나의 겉모습만 보고 첫인상을 판단하는 그에게 충격을 받았었다.
삼인성호란 말이 있다.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거짓말이라도 남들은 참말로 믿기 쉽다는 말이다. 먼저 웃고 다가가며 인상 좋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내 본심은 아랑곳없이 여러 사람이 나를 지적하고 피하는 것은 분명 나의 첫인상에 그 원인이 있을 것 같다. 늙었다는 이유로 아무 말이나 행동을 거침없이 했을 나를 돌아보며, 앞으로 언행을 더욱 조심하자. 내 주위에 나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없도록, 인상 좋은 할머니가 되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