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웅난변(雌雄難辨)
까마귀의 암수는 분간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시비의 판단이 쉽지 않다는 비유로 흔히 쓰는 표현이다.
雌 : 암컷 자(隹/6)
雄 : 수컷 웅(隹/4)
難 : 어려울 난(隹/11)
辨 : 분별할 변(辛/9)
이곡(李穀)이 눌재견화(訥齋見和)란 시에서 노래했다. '말 잃고서 진작에 화복(禍福)이야 알았지만, 까마귀 봐도 암수는 분간할 수 없구나(失馬已曾知禍福, 瞻烏未可辨雌雄).'
새옹(塞翁)은 말을 잃고도 슬퍼하지 않았다. 그 말이 암말을 데리고 돌아와도 기뻐하지 않았다. 화복이 서로 갈마들어,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이치를 살펴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까마귀는 아무리 눈여겨 살펴봐도 누가 암놈인지 수놈인지를 구분할 수가 없다.
까마귀의 암수 구분은 시경(詩經) 소아(小雅) 정월(正月)에 나온다. '저마다 제가 훌륭하다고 말하지만,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겠는가?(具曰予聖 誰知烏之雌雄)' 시비의 판단이 쉽지 않다는 비유로 흔히 쓰는 표현이다.
정약용(丁若鏞)도 '궁달은 마침내 한 굴의 개미 되니, 시비는 그 누가 나란히 나는 까마귀를 가릴꼬(窮達終歸同穴蟻, 是非誰辨竝飛烏)'라고 했다.
한때의 실의도, 잠깐의 득의도 다 그게 그거다. 한 개미굴에 수천 마리 개미가 뒤엉기면 궁달(窮達)의 구분은 방법이 없다. 그래도 못 견딜 것은 옳고 그름의 판단이다.
까마귀의 암수 구분이 어렵다는 구실로 사람들은 제멋대로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우겨 기리고 헐뜯음을 뒤집어 놓는다.
이덕무(李德懋)도 우음(偶吟)에서 같은 뜻을 담아 '세간의 옳음과 그름이란 것, 까마귀의 암수처럼 분간 어렵네(世間是與非, 難辨雌雄烏)'라고 읊었다.
다들 저밖에 적임자가 없다고 하고 자기만이 해낼 수 있다고 하나 과연 누가 실상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선거 때만 되면 검증할 수도 없는 의혹이 난무하고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린다. 정책 대결은 간데없고, 흥신소 수준의 의혹 부풀리기만 횡행한다. 봐주기가 민망하다. 그 틈에 훼예(毁譽)를 헝클고, 시비를 뒤집어 보자는 속셈이다.
격투기 선수는 자기가 운영하는 술집에 온 젊은 여성이 하도 욕을 해서 살짝 밀었다는데, 그 여성은 무지막지한 주먹으로 한 방 맞아 큰 충격을 받았다고 난리다. 둘 다 성을 내며 펄펄 뛴다.
과연 누가 그 시비를 명쾌하게 가려 주겠는가? 설령 시비가 명명백백하게 가려진다 해도 그때쯤이면 득실은 이미 물 건너간 뒤다.
▶️ 雌(암컷 자)는 형성문자로 鴜(자)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새 추(隹; 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부부(夫婦)가 된다는 뜻을 가진 此(차, 자)로 이루어졌다. 따라가는 새, 암새 등이 전(轉)하여 암컷을 뜻한다. 그래서 雌(자)는 ①암컷 ②암새 ③약(弱)하다 ④쇠약(衰弱)해지다 ⑤패배(敗北)하다 ⑥지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수컷 웅(雄)이다. 용례로는 암컷과 수컷을 자웅(雌雄), 암꽃으로 암술만이 있는 꽃을 자화(雌花), 암컷으로 암의 성질을 자성(雌性), 암캐로 개의 암컷을 자견(雌犬), 암벌로 벌의 여왕을 자봉(雌蜂), 암나비로 나비의 암컷을 자접(雌蝶), 굴복하여 좇음 또는 세상일에서 물러나 숨어 사는 것을 자복(雌伏), 수컷을 잃은 암컷을 고자(孤雌), 같은 종류이면서 암수에 의하여 형태를 달리하는 일을 자웅이형(雌雄異形), 같은 종류의 암수컷의 형태가 서로 같은 것을 자웅동형(雌雄同形), 교미기에 한 마리의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현상을 일웅다자(一雄多雌), 동일한 개체 내에 자웅의 두 생식소인 알집과 정집을 갖춘 것을 자웅동체(雌雄同體), 짝을 잃은 새라는 뜻으로 남편이나 아내를 잃은 사람을 고자과학(孤雌寡鶴), 까마귀의 암컷과 수컷은 구별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일의 시비를 판단하기 어려움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오지자웅(烏之雌雄) 등에 쓰인다.
▶️ 雄(수컷 웅)은 형성문자로 䧺(웅)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새 추(隹; 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厷(굉, 웅)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굳센 수컷 새라는 새 추(隹; 새)部의 뜻이 합(合)하여 수컷을 뜻한다. 새의 수컷, 그것으로부터 굳세다, 용감하다는 뜻으로 되었다. 그래서 雄(웅)은 ①수컷 ②두목 ③씩씩하다 ④용감(勇敢)하다 ⑤이기다, 승리하다 ⑥뛰어나다 ⑦웅장(雄壯)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수컷 모(牡),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암컷 자(雌)이다. 용례로는 씩씩하고 굳셈을 웅강(雄强), 웅대하고 건전함을 웅건(雄健), 영웅다운 호걸을 웅걸(雄傑)규모가 크고 웅장(雄壯)함을 웅대(雄大), 크고 뛰어난 계획과 포부를 웅도(雄圖), 너그러운 도량을 웅기(雄器), 으리으리 하게 크고도 굉장함을 웅장(雄壯), 조리 있고, 힘차고 거침없는 변설을 웅변(雄辯), 기운차고 용기 있게 활동함을 웅비(雄飛), 재능과 담력이 뛰어난 사람을 영웅(英雄), 암컷과 수컷으로 강약이나 승부나 우열을 비유하는 말을 자웅(雌雄), 많은 영웅들을 군웅(群雄), 간사한 영웅을 간웅(姦雄), 거룩한 영웅이나 뛰어난 영웅을 성웅(聖雄), 두 영웅을 양웅(兩雄), 사납고 용맹스러운 인물을 효웅(梟雄), 수탉이 밤에 욺을 웅계야명(雄鷄夜鳴), 크고 뛰어난 재능과 원대한 지략을 웅재대략(雄才大略), 지역이 넓고 산물이 많은 고을을 웅주거읍(雄州巨邑), 새의 암컷과 수컷이 의좋게 서로 지저귐을 웅창자화(雄唱雌和), 굉장히 크게 뛰어나다는 웅탁맹특(雄卓猛特) 등에 쓰인다.
▶️ 難(어려울 난, 우거질 나)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새 추(隹; 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근; 난)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진흙 속에 빠진 새가 진흙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는 뜻이 합(合)하여 '어렵다'를 뜻한다. 본래 菫(근)과 鳥(조)를 결합한 글자 형태였으나 획수를 줄이기 위하여 難(난)자로 바꾸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새의 이름을 가리켰다. ❷형성문자로 難자는 ‘어렵다’나 ‘꺼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難자는 堇(진흙 근)자와 隹(새 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堇자는 진흙 위에 사람이 올라서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근→난’으로의 발음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難자는 본래 새의 일종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러나 일찌감치 ‘어렵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었기 때문에 어떠한 새를 뜻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새의 일종을 뜻했던 글자가 왜 ‘어렵다’라는 뜻을 갖게 된 것일까? 혹시 너무도 잡기 어려웠던 새는 아니었을까? 가벼운 추측이기는 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래서 難(난, 나)은 (1)어떤 명사(名詞) 아래에 붙어서 어려운 형편이나 처지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어렵다 ②꺼리다 ③싫어하다 ④괴롭히다 ⑤물리치다 ⑥막다 ⑦힐난하다 ⑧나무라다 ⑨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⑩공경하다, 황공해하다 ⑪근심, 재앙(災殃) ⑫병란(兵亂), 난리(亂離) ⑬적, 원수(怨讐) 그리고 ⓐ우거지다(나) ⓑ굿하다(나) ⓒ어찌(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쓸 고(苦), 어려울 간(艱)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쉬울 이(易)이다. 용례에는 어려운 고비를 난국(難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난문(難問), 어려운 문제를 난제(難題), 전쟁이나 사고나 천재지변 따위를 당하여 살아 가기 어려운 처지에 빠진 백성을 난민(難民), 풀기가 어려움을 난해(難解), 일을 해 나가기가 어려움을 난관(難關), 무슨 일이 여러 가지 장애로 말미암아 순조롭게 진척되지 않음을 난항(難航), 꺼리거나 어려워하는 기색을 난색(難色), 어려움과 쉬움을 난이(難易), 견디어 내기 어려움을 난감(難堪), 바라기 어려움을 난망(難望), 처리하기 어려움을 난처(難處), 잊기 어렵거나 또는 잊지 못함을 난망(難忘), 어떤 사물의 해명하기 어려운 점을 난점(難點), 뭐라고 말하기 어려움을 난언(難言), 병을 고치기 어려움을 난치(難治), 이러니 저러니 옳으니 그르니 하며 시비를 따져 논하는 것을 논란(論難), 남의 잘못이나 흠 따위를 책잡아서 나쁘게 말함을 비난(非難), 경제적으로 몹시 어렵고 궁핍함을 곤란(困難), 뜻밖에 일어나는 불행한 일을 재난(災難), 힐문하여 비난함을 힐난(詰難), 괴로움과 어려움을 고난(苦難), 위험하고 어려움을 험난(險難), 공격하기 어려워 좀처럼 함락되지 아니하는 난공불락(難攻不落), 잊을 수 없는 은혜를 난망지은(難忘之恩), 누구를 형이라 아우라 하기 어렵다는 난형난제(難兄難弟) 등에 쓰인다.
▶️ 辨(분별할 변, 갖출 판, 두루 편, 깎아내릴 폄)은 ❶형성문자로 弁(변)은 통자(通字), 釆(변)은 본자(本字)이다.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辛+辛(변; 재판하는 일)으로 이루어졌다. 말다툼하여 옳은지 그른지를 정하다, 나누다, 명백(明白)히 하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辨자는 ‘분별하다’나 ‘구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辨자는 辡(따질 변)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辡자는 죄인 둘이 서로 다투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따지다’나 ‘고소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죄인 둘이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모습에 刀자를 더한 辨자는 잘잘못을 ‘분별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辨자에 쓰인 刀자는 둘 사이를 갈라 잘못을 판가름한다는 뜻인 것이다. 그래서 辯(변)은 한문학(漢文學)에서의 문체(文體)의 한 가지. 분별(分別)한다는 뜻으로, 옳고 그름 또는 참되고 거짓됨을 가리기 위하여 씌어진 글에 붙임의 뜻으로 먼저 분별할 변의 경우는 ①분별(分別)하다, 구분(區分)하다 ②나누다 ③밝히다, 명백(明白)하다 ④따지다, 쟁론(爭論)하다 ⑤변론(辯論)하다 ⑥총명(聰明)하다, 지혜(智慧)롭다 ⑦다스리다 ⑧바로잡다 ⑨쓰다, 부리다 ⑩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걱정하다 ⑪준비하다 ⑫변하다, 바꾸다 ⑬고깔(머리에 쓰는, 위 끝이 뾰족하게 생긴 모자) ⑭구별(區別) ⑮분별(分別) ⑯변화(變化) 그리고 갖출 판의 경우는 ⓐ갖추다, 구비하다(판) 그리고 두루 편의 경우는 ㉠두루, 널리(편) 그리고 깎아내릴 폄의 경우는 ㊀깎아내리다(폄) ㊁폄하(貶下)하다(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사리를 밝혀 알림을 변고(辨告), 판단하고 생각함을 변교(辨校), 묻는 말에 옳고 그름을 가리어 대답함을 변대(辨對), 일을 맡아 처리함을 변리(辨理), 어떤 잘못에 대하여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밝힘을 변명(辨明), 사물의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가리어 앎을 변별(辨別), 손해본 것을 갚아 줌을 변상(辨償), 빚을 갚는 것을 변제(辨濟), 시비를 분별하여 논란함을 변론(辯論), 옳고 그름을 가리어 사리를 밝힘을 변백(辨白), 잘잘못을 가림을 변색(辨色), 옳고 그름을 가려서 설명함을 변설(辨說), 말로 풀어서 밝힘을 변해(辨解), 사물의 이치를 똑똑히 밝힘을 변석(辨析), 같고 다름을 가림을 분변(分辨), 생각으로써 도리를 가려 냄을 사변(思辨), 서로 다름을 가려내지 못함을 불변(不辨), 남을 대신하여 변상함을 대변(代辨), 지혜가 있어서 사물을 분별하는 능력이 있음을 지변(知辨), 사실을 낱낱이 말하여 밝힘을 신변(伸辨), 제삼자 앞에서 서로 상대하여 시비를 논난함을 대변(對辨), 일을 맡아서 능란하게 처리함을 간변(幹辨), 콩인지 보리인지 분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숙맥불변(菽麥不辨), 모양과 거동으로 그 마음속을 분별할 수 있음을 감모변색(鑑貌辨色), 허실을 판별하기 어려움을 허실난변(虛實難辨), 아직 동서의 방위도 분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도리를 통하지 못함을 미변동서(未辨東西), 변명할 길이 없다는 변명무로(辨明無路)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