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기사(4)-델리오트 발데론(60)
글쓴이 그라테우스
게으른 나귀. 나귀라 함은 즉 당나귀를 말하고, 그 귀가 길쭉하고 말에 비교했을 때, 왜소한 녀석들은 게으름을 피울 경우 엄청난 고집과 집착을 보이며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라고 내가 아는 어떤 마구간을 청소하던 하인에게 들은 것이다. 이 이야기의 요지는... 알게 뭐냐. 그냥 저 간판을 보고 막연히 생각이 났을 뿐이다.
내 앞에 당당하게 버티고 서있는 이 여관은 왠지 모르게 퀴퀴한 분위기와 지저분한 쓰레기를 끼고 있는 골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깔끔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간판의 이름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빼면 그럭저럭 괜찮은 곳인 것 같았다. 아니, 침대에서 자지 못한 것이 2년이 넘어버린 나로서는 아주 괜찮은 곳이겠지.
“흐음. 그럼 들어가 볼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관의 내부로 걸음을 옮겼고, 나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약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여관의 내부는... 꽤나 넓었다. 그 넓은 여관의 중앙에는 길다란 두개의 테이블이 여관 내부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긴 테이블에는 삼십은 되어 보이는 많은 인간들이 왁자하게 술을 마시며 안주 따위의 것을 말 그대로 처먹고 있었다.
깔끔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내부의 바닥에는 음식물의 자국과 음료 따위의 얼룩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지저분한 삼십 명의 인간들은 중앙 두개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서로 다들 알고 있는 듯이 떠들며 무어라 소리도 쳤다. 그 중의 한 놈은 술을 너무 마셔서 취기가 너무 올랐는지 자기 자리의 바로 앞에 있는 음식물과 술을 그대로 밀어서 떨어트렸다. 그 와중에 음식물과 음료가 떨어진 자리에 있던 수염이 아무렇게나 자라있는 지저분한 인상의 비계 덩어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나려고 하다가 앉아있던 의자에 걸려서 이내 콰당 하며 자빠져 버렸고, 그것을 바라보며 웃어대던 음식을 밀쳐낸 말라깽이가 비틀비틀 테이블의 위로 올라서더니 갑자기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당나귀 새끼들아!!”
...완전 취해서 꼭지가 돌아 버렸구만 그래.
찢어지는 듯한 별로 듣기에 좋지 않은 목소리가 일층 주점 전체에 울려 퍼졌고, 두 개의 테이블에 있던 삼십여 명의 인간들 말고도, 남은 공간에 있는 보통의 테이블에 앉아있던 자들까지 그를 돌아보았다. 주점 내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자 말라깽이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이 빌어먹기도 힘든 세상에서 돼지 놈들 배때기만 불려주기 위해 짐을 이고, 뒈져라 일만하다가 뒈져버릴 당나귀 새끼들아!!”
그의 말에 주점의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말에 나는 벌써 저 말라깽이가 마음에 들으려고 하기 시작했다.
“그래, 불만이 있다면 저렇게 크게 소리치며 알려야지. 속으로 곱씹다가 어설프게 뒤통수치려고 하는 놈 보다야 저런 것이 백번 낫지.”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라깽이를 바라보고 있던 델리오트가 얼굴을 붉혔다. 그래도 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 줄은 아는 모양인데. 그 정도도 안 된다면 기사는 어떻게 되었는지가 매우 의심스러웠겠지만 말이야. 아니, 이런 꽉 막힌 바보가 기사가 된 것은 이미 신기한 것이군. 의심스러우면서도 말이야. 실력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고, 정보가 빠른 것도 아닌 것 같고, 세상 물정이 밝은 것도 아니면서 정의만 대가리에 꽉꽉 들어찬 녀석이 기사라니. 뭔가 뒷배경의 힘이 있었겠지. 아마도.
“일하다 어느 구석에서 골골거리면서 뒈져버리기 전에! 여기서 여물이나 신나게 처먹다가 먼저 뒈져버리자아!!”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지른 말라깽이는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놋쇠 맥주잔을 들더니 그대로 고개를 젖히며 맥주를 입에 들이 부었고, 맥주가 말라깽이의 입을 체우고 넘치더니 이내 말라깽이의 몸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마시는 것보다 흘리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은 먹는 방법이 이상한 녀석이군. 하지만 재미있는 것이 마음에 드는데.
말라깽이의 말을 듣고 있던 나머지 인간들은 그 말이 끝나고 말라깽이가 사람 머리통만한 맥주잔을 비워버리자 ‘오오오’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환호성을 지르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먹다 죽어 버리자고!!”
“돼지들에게 저주를!”
“일만 하다 뒈져버릴 우리에게 축복을!”
“크아아!! 최고다 장작개비!!”
“닥쳐! 비대증 얼간아! 크헤헤헤헤!!”
마지막에 자빠져 있던 비계 덩어리가 말라깽이에게 소리를 질렀고, 말라깽이는 그 말을 맞받아치더니 미친놈처럼 웃으며 근처에 있는 누군가의 맥주잔을 빼앗아 다시 들이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던 놈들은 자리에 다시 앉더니 음식과 음료를 들이키며 더더욱 떠들썩하게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유쾌한 곳이군.”
“시끄럽고, 불쾌한 곳이군요.”
나와 델트가 동시에 말을 했고, 우리는 서로를 동시에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델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심적 괴로움이 생겨나는 것만 같은 느낌에 그의 얼굴을 옆으로 밀어버렸다.
“보는 내가 괴롭다. 저리로 얼굴 좀 치우지 않으련.”
델트의 얼굴을 밀며 내가 앞으로 한걸음 내딛는 순간 내 왼쪽에서 활달한 목소리로 누군가가 소리쳤다.
“어서오십쇼!”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곳에는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황색 피부의 건장한 사내가 카운터로 짐작되는 곳의 뒤에 서서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흐음. 이 ‘게으른 나귀의 마구간’의 주인인가?
“처음이신가봅니다. 저는 여기 나귀들의 마구간의 주인인 덴버라고 하지요.”
내 생각대로 활달한 목소리의 남자는 이곳의 주인인 것이었다. 내가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활달한 그의 입이 내 입이 열리기도 전에 열리며 주절주절 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기 말구유 쪽이 조금 시끄럽다고 해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런 시끄러운 것들이라고는 해도 다들 단골이라서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그 중에서도 저기 말라 비틀어져 장작으로도 쓸모없음에도 입만 살아서 주절거리는 미친놈이 가장 단골이며 가장 시끄러운 놈이고 말입죠. 자자, 말구유 쪽은 이제 그만 이야기 하도록 하고, 뭘 원하십니까? 방? 음료? 음식? 단순히 물만 마시고 간다고 말하실 것이라면 저는 저 차갑고, 지저분하며, 퀴퀴하면서도 경비병에게 걸리면 죽을지도 모르는 골목으로 여러분을 도로 밀어내 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런 슬픈 말은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
나는 30초도 안될 것만 같은 시간 만에 저 많은 말들을 토해낸 후에도 지친 기색하나 보이지 않고 있는 이 놀라운 인간을 잠시 바라보며 있다가 내 용건을 밝히기 위해서 입을 열으려 했으나 그 쉬운 일을 달성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건 그렇고, 저기 기다란 두개의 테이블을 말구유라고 하는 것인가. 마구간이라는 주점의 내부에 있는 말구유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나귀들이라... 뭔가 되는 것도 같군 그래.
“우선....”
“아, 뒤에 여성분도 계셨군요. 연녹색 머리카락에 꽤나 미인이십니다 그려. 오, 거기 개성적인 자들의 주변에 있으면 오히려 개성적으로 보일 남자 분은 혹시 연인?! 재주가 좋으십니다. 어떻게 낚으셨는지 시간만 된다면 하루 종일 듣고 싶군요. 아, 그런데 뭘 말하려고 하셨죠?”
자기 멋대로 지껄여 놓고 나서야 나에게 말하려던 것이 무어냐고 묻는 이 빌어먹게도 유쾌한 인간에게 나는 씨익 웃어주며 아까 하려던 말을 이었다.
“우선 자네는 조금 닥치게나. 응?”
“....”
직접적으로 닥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 것인지 덴버라고 자신을 밝힌 이 떠벌이는 입을 떠억 벌리며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지껄이기 시작했다.
“오, 놀라워요. 오랜만이군요. 이렇게 자기의 의사표현을 뚜렷하게 하는 놈들은 저기 발광하고 있는 장작개비 말고는 몇 명 없었는데 말이죠. 사실 다들 제 말만 듣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나거나 하기만 했지 실제로 저에게 말이 많으니 닥치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저에게 돌려서 권유하는 것처럼 말한 사람은 있었지만 물론 그런 것을 들을 제가 아니기에....”
“우선 저기 빈 테이블에 앉아 있을 테니까, 훈제오리 두 마리와 양고기 스튜 네 그릇을 가져오게나. 그리고 마실 것이면 맥주 세잔과 과일음료 아무 것이나 가져오면 좋겠네. 물론 방도 이인실 두개를 잡아주고 말이야.”
계속 지껄이는 덴버의 말을 끊기 위해서 나는 그가 말하는 와중에 내가 하려던 말을 토해 내었고, 자신의 말이 끊겨버리자 눈을 꿈뻑이던 덴버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게 하지요. 그런데 저희 가게에 있는 과일음료는 종류가....”
“닥치고, 사과로 가져와.”
또다시 그가 길게 주절거릴 듯한 자세를 취했고, 나는 그를 닥치게 만들은 후 유일하게 비어있는 자리로 걸음을 옮겼고, 덴버를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델트와 뒤의 두 명은 나를 따랐다. 흐음. 뭐, 사과가 무난하겠지. 과일 음료는.
테이블에 앉은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급사로 보이는 예쁘장한 ‘청년’이 우리에게 음식을 날랐다. 확실히... 주점의 이름이나 주인이 독특한 거답게 급사도 예쁘장한 소녀나 여성이 아니라 남자를 고용하는군.
뭐가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아주 오랜만에 내 앞에 나타난 인간이 만들어서 맛을 낸 음식들이지, 이 주점 겸 여관의 주인이 어떻고, 주변에서 어떤 정신병자들이 울부짖으며 쑈를 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하아, 오랜만이군. 이런 음식은 말이야. 오랜만에 먹는 것이니 최선을 다해서 먹어주는 것이 예의겠지?
그리고 나는 내 앞으로 온 오리와 스튜를 최선을 다해서 먹어치운 후, 뼈만 남은 오리와 스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세 명은 모르는 척하며 여유롭게 맥주를 들이켰다. 하아, 술. 이 맥주도 역시 오랜만이다. 내가 술을 그리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먹는데 이정도로 끝낼 수는 없겠지? 델트 녀석이 가진 돈이야 충분하니까... 뭐, 돈을 가지고 땍땍거리면 내일 윈터 울프의 가죽을 팔아서 몇 골드 돌려주면 그만이니까.
생각을 마친 후, 나는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덴버를 향해 소리쳤다.
“여기 맥주 반통만 내와!”
대략 유쾌한 분위기.
이런 분위기가 저는 좋다죠.
흐음. 오늘 읽은 책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었다는...
음음.
아, 오늘부터는 제 자작인 ‘뇌가 썩는 동화책’을 올립니다.
눈이 썩는 동화책 은 끝!
분량이 적은 관계로 하루 두 편씩...
오크1:왜 우리 오크는 여자가 없는거지?
오크2:파시어님. 왜 우리는 여자가 없는 겁니까?
파시어:너희 몰랐냐. 타우렌 쟈가 암소여.
<오크 족에 반란이 일어났다!>
-뇌가 썩는 동화책
구울:데나님 괜찮으십니까?
데나:음. 견딜만 하다. 그런데 너만 남았군.
구울:예. 적들이 강했습니다. 으윽. 저도 체력이...
데나:그런. 어서 시체를 먹어라.
구울:예.(시체를 먹는다)
데나:체력은 다 회복 되었나?
구울:예. 멀쩡해 졌습니다.
데나:팩트!!!
구울:끼야아아아악!!
-뇌가 썩는 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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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러고보니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먹는 음식이겠군요. 검필하세요.
흐음... 멋진 식당... 그나저나 마녀 군... 검필일까, 건필일까? (긁적)
' ')// 건필하세요:)
건필! 입니다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