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백록"서클의 후배 아들 결혼식이 신문에 났다.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외손자가 배우 전지현과 결혼한다고.
신랑 쪽은 너무나 잘 아는 집안이다.
신랑의 할아버지가 대구에서 사업하시는 분으로 80년 대 중반 내 앞으로 용산병원에 입원하신 적도 있고,
외할머니는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이시다. 신랑의 아버지는 나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백록"서클의 후배,
부인도 잘 알고, 삼촌도 나의 소개로 필동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으며,
아직도 집에는 외할머니가 만들어 선물한 침구도 있다.
과거 내가 내과의 의국장이나 과장이었을 때 주관하는 행사가 있으면 후배에게 상품을 협찬 받았었고,
내가 골프를 칠 때는 같이 여러 번 나갔었다.
이와달리 신부 쪽은 잘 모른다. 한번은 비행기를 타고 영국을 가다가 비디오를 보았는데
내가 본 우리나라 영화 중 몇 안 되는 전지현주연의 “엽기적인 그 녀"이었다.
또 주례도 언급안 할 수가 없다.
큰 이모님의 사위인 권장관은 그러니까 매부이고 경북 고등학교 후배,
전공은 다르지만 대학도 후배이다.
큰 이모님과 이모부는 나를 각별히 사랑하여 중고등 다닐때에도 삼덕동 집에 자주 들렀었고
대학다닐때는 방학에 대구 본가에 내려가면 제일 먼저 찾아 뵙는 분이었다.
내 이종사촌 여동생은 고 3학년 서울에서 잠깐 입시학원에 다닐 때
삼선교 신혼의 우리 집에 한달간 있으면서 처가 도시락도 싸 주고
손으로 수를 놓아 도시락주머니까지 만들어 주었으니 각별한 사이이다.
나의 블로그 큰 이모님의 장례식에 권장관도 나온다.
판사 후배, 법원서기로 있던 이종사촌 매부, 역시 이종사촌 매부인 권장관과
지금은 없어진 "낭만"에서 크게 한잔을 마시고 우리 집에까지 와서 2차를.
남부지청장때 친구인 남부지원장과 같이 만난 김에 한잔을 한 적도 있다.
나는 남에게 부탁을 잘 하지 않는 성격, 특히 권력기관에는, 이나 딱 두가지 청탁을 한 적이 있었다.
나의 오랜 환자가 잘못을 저질러 구치소에 수감되었을 때 병사로 이송을,
제자들끼리 송사를 정확히 처리해달라. 하였다.
신랑 아버지와는 고등동기로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
“청첩(請牒)과 부고(訃告)”
청첩은 하면 가야 하고 부고는 알면 가야 한다는 나의 원칙이라 어떡할까?
하였더니 병원으로 전화를 하여 어디로 청첩장을 보내어 드릴까? 하여
병원에서 청첩장을 받았고, 또 어느 저녁 자리에서 직접 청첩을 하였으니 반드시 가야 한다.
내가 물었다.
"그래, 연예인 며느리 얻으려니 힘이 들지 않아"
"형님, 저거끼리 좋다는데 어떡해요."
맞는 말이다.
금요일 오후는 교통이 혼잡하니 조금 일찍 퇴근하여
차를 집에 두고는 버스를 타고 출발하였다.
강남대로를 중앙차선으로 달려 15분 전 장충단 정류장에 도착.
걸어 올라가니까 영빈관 쪽에 팬들이 운집하여 있다.
일층에서 초대장을 보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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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세워져 있는 J & J 엠블럼.
좌석표를 받아 이층에 축의금을 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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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부모와 같이 기념 촬영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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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으니까 "형님이 오실 터인데"하며 후배들이 기다렸단다.
우스개로 "나는 저 초가 부러워, 나중 끝날때 가지고 갈까?"
작년 여름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와 서초동 물난리에서 정전이 되고 나니까 초가 아쉽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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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이 왜 이리 나이가 들어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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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친구인 아나운서가 매끄럽게 사회를 본며
토요일 이 바쁜 와중에도 불구하고 많이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중"이라.
그 "와"자는 소용돌이 "渦"인데.
이럴 때 쓰면 안된다.
6.25사변 와중에 애를 잃어 버렸다던가, 광주사태 와중에 죽었다. 등으로
격변기를 뜻하는데 한자세대가 아니라 뜻도 모르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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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장면을 보고 있는 나.
은근히 멋을 부린 웨딩드레쓰는 아름다웠고
무엇을 입어도 아름다운 신부를 더 받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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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가 신랑 신부를 소개하며, 신랑은 미국 위스컨신에서 공부를 하고 BOA에 근무하며
신부는 97년 데뷰한 이래 "Top of the Top"이며 보기와 달리 별명이 "왕털털이"
최근 촬영한 영화 "도둑질"에서 "태양의 눈물"이라는 보석을 훔치는 데
누가 누구를 훔친 것이 아닌가?
신랑은 "주관이 뚜렸하여 좋았다."며.
이러한 인연을 불교에서 억겁의 인연이며,
서양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로 Match in Heaven이란 말이 있단다.
30년전에 결혼을 하였고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하고 일러주는 말은
지식보다는 지혜롭게 살 것이며, 일심동체보다는 멋진 조화를
부부싸움에서도 불과 물이 되면 싸움이 되지 않는다.
왕비처럼 모시면 왕이되고 왕처럼 모시면 왕비가 된다.
다음 주례 부탁이 들어오면 한번 써 먹어야지
나눔과 봉사를 통하여 사회에 기여하라.
벌써 기부를 하겠다고 서약하였다며 박수를 유도한다.
다음날 축의금은 기부를 한다는 뉴스를 보고서야 그래 축의금 받을 자리가 아니었는데.
좋은 일이다.
주례하는 솜씨가 내용도 훌륭, 형식도 훌륭하여 주례를 많이 해 본 것같다.
한편 신부는 결혼식도 자주 해본 듯하다.
아마 영화에서는 무슨 역할도 해 보았을 터이니까.
이적의 무슨 노래. 옆에서 소나타 하이브리드 선전에 나오는 가수라며
남성 중창단이 나도 아는 노래 "시월의 어느 날에"를 부른다.
또 하나 흠을 잡으려면 이 역시 네이버의 내 블로그 "결혼식 유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퇴장시에 일어나서 박수를 치라는 것. 이는 참석한 어른들에 대한 예가 아니다.
한복을 입고 다시 나타난 신부, 아마 시외할머니가 디자인한 듯.
맵시있고 비녀 모양의 장식품까지 꽂고 나타난다.
결혼식이 끝나고 주례한테 찾아가니 그 옆에 내 여동생이 있어
이름을 불렀더니 "엄마야, 오빠가 왔네."
"그래 너 신랑 주례 얼마나 잘하나 보러 왔지."
"에이, 형님두, 초짠대요."
나는 국회 장관 인사 청문회에서 차분하게 답변한 매부를 기억한다.
오늘의 메뉴이다.
일인당 20만원짜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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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첫 접시가 나왔고, 캐비어와 랍스터 등 최고급재료로 만든 전채요리.
적포도주를 따루어 준다.
"나는 오늘 차를 두고 왔어요." 하며 잔을 가득 채우고.
"백록" 회원들을 위한 좋은 자리의 제일 연장인 내가 모두들 일어나서 건배를 든다.
와인은 미국 오리건의 피노누와로 만든 A to Z(처음부터 끝까지),
행복을 기원하는 와인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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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맛있는 걸 먹을 때는 정신을 못차려서 포커스를 못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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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벳으로 입을 행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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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아스파라가스를 곁들인 등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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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신부친구들의 촬영인데 옆자리에서 김혜수, 또 누구하는데도 내가 아는 탤런트는 광고에 잘 나오는 이영애 한사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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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가 나오면 늘 저것까지 먹어야 하나? 하고 고민하다 "에라 먹고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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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클 후배들이 하나 둘씩 찾아와 인사를 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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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 신랑 신부가 인사를 하며 돈다.
이 때 나의 뒤에 신랑신부가 서서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신랑아버지가 직접 나에게 가져오기로 하였는데
바빠서 아직 나한테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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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나온다.
여기에 치장한 꽃들을 가지고 가실 분들은 바깥에서 포장을 해드릴터이니 가지고 가시라. 하며
줄 서서 포장을 기다리는 하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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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후배가 얼른 와서 출석부에 도장을 찍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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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맨들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다.
저 사람들은 저녁이나 제대로 먹었는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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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니까 누가 타고 온차인지는 몰라도 좋은 차가 한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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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가져온 쵸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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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으나 마음 편히 또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사진이 오면 스캔해서 다시 수정할 작정.
*네이버에 유석희를 치시면 바로 맨위에 내가 뜨고 그 아래가 나의 블로그이다.
유석희뉴스에서 큰이모님의 장례식과 검색에서 "결혼식유감"을 치면 나의 글이 나온다.
첫댓글 연예인 결혼식 참석 이야기는 처음입니다. 전지현의 본래 성이 왕씨인가 보네요... 어머니는 묵씨고.... 그럼, 중국 사람인가?
일인당 20만원 짜리 식사는 못 먹어 보았는데, 눈요기만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