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하레디 그룹을 떠난 사람들 1]
하레디 그룹의 영향력은 쇠퇴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출신 지역도 문화도 인종도 다른 이스라엘에서 유대인들을 통합하는 거의 유일한 도구가 종교라는 사실에서 하레디 그룹의 역할을 도외시할 수 없는데다 이들이 연립정부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정통파 하레디 그룹은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약 12~13%에 달한다. 하레디 가정의 높은 출산율로 그 수가 2017년에 이미 100만 명을 넘었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앞으로 2037년에 200만을, 2065년에는 하레딤이 전체 인구의 40% 정도까지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이 이스라엘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런데 이들 하레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하레딤 공동체를 떠나 독자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공동체를 떠난 사람들을 ‘요침’이라 부른다.
히브리어로 ‘떠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들이 자신이 나고 자란 공동체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유대교의 가르침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또한 계율을 강조하는 하레디 사회에 남아 있는 남녀차별이나 경제적 빈곤, 본능적 욕구 억압 등의 현실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공동체를 떠날 수 있다.
하레디 그룹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이나 공동체에서 가르치지 않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더 많은 사회적 경험이나 신분 상승을 바라는 욕구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공동체를 떠난 하레딤은 유대교 회당을 찾지도 않고 종교 생활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아예 유대교에 대한 믿음 자체를 부인하고 세속적 유대인으로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요침의 연령층은 주로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 젊은 층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배척을 당하면서 관계의 상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배신자나 배교자로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미혼인 경우는 상대적으로 비난이 덜하지만 결혼한 남성이 공동체를 벗어나면 가족을 버린 ‘나쁜 가장’으로 최악의 비난을 받게 된다. 자녀를 둔 여성이라면 자녀와 만날 수 없는 제약도 감수해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하레디 공동체에서 생활할 때보다 궁핍해질 가능성도 크다. 가족이나 공동체의 지원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간 하레디 공동체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받아온 교육이나 경험만으로는 바깥세상에서 어느 정도 소득이 보장되는 좋은 직장을 얻기는 어렵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레디 공동체의 사회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하레디 구성원들에 대한 일반교육의 확대와 취업 지원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지원의 대상이나 방식이 주로 하레디 공동체 내의 기존 조직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하레디 공동체를 떠난 요침에 대한 정부 지원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들을 돕기 위한 시민단체가 있지만 모든 요침을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공동체을 떠난 요침 중에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적, 물질적, 곤경을 극복ㅎ지 못해 자살에 이르는 비극적 사건도 종종 생긴다. 이 같이 하레디 공동체를 떠나는 것이 모험에 가까울 정도로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요침의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참고 서적
7가지 키워드로 읽는 오늘날의 이스라엘, 최용환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