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에서 말린 딸의 고양이 캐릭터 발목양말을 소파 구석, 뒤집힌 남편의 줄무늬 양말 한 짝을 찾아낸다 아라베스크 무늬 내 수면 양말은 분명 세탁기 속에 넣었는데 또 한 짝이 달아났다 뒤꿈치에 구멍 난, 엄지발톱이 슬쩍 내비치는 그 양말짝들은 어디로 갔을까 양말에도 길들이 새겨져 있어 딸의 아메리칸컬은 활처럼 등을 휘고 맹목적인 낙하라도 감행하려는 걸까 베란다 난간에서 불안을 말아 올리며, 야옹 거꾸로 매달려, 야옹 야옹 남편은 초원을 달리는 얼룩말을 보러 케냐행 비행기를 탔는지도 모른다 청동기 사내들처럼 양털 발싸개를 감고 얼룩말을 겅중겅중 쫒다가 바람이 흩어지는 움막으로 돌아오고 있을게다 나는 푸른 아스파한으로 간다 이맘 모스크의 아라베스크 연속무늬를 신고 따라가면 조붓한 골목 안 타일과 카펫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그곳에는 실삼나무, 대추야자 나무가 하늘로 뻗고 장미꽃들이 송이송이 포개진다 아스파한 로즈를 노래한 어느 시인처럼 나도 눈멀어 길을 건넌다 노천카페에는 긴 수염의 노인이 물 담배를 피우며 졸고 유리호리병 안, 박하향이 끓고 있다 강변엔 검은 차도르들이 달디 단 오디를 줍고 자전거를 탄 젊은이들이 카주 다리 너머 그 옛날 페르시아로 간다 세탁 종료 벨이 울린다 휘뚜루마뚜루, 헐렁해진 양말들을 넌다 짝짝이 양발 사이를 지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올리브 나무 사이로 난 길로 떠난 너를 지나 아라베스크 자세로 밤이 오는 쪽, 나는 이스파한으로 간다
`서양식 버선`이란 뜻으로 불리웠다는 양말(洋襪), 집안에 양말짝을 먹어치우는 양말도깨비가 있는 건지 자주 사라지곤 한다. 바지가랭이나 소매 속으로 숨어든 양말도 있겠지만 어떤 과학자들은 세탁기 안의 열과 양말의 어떤 성분이 작용하여 공중으로 분해 될 수도 있다 한다. 못 찾겠다 꾀꼬리 아니 양말,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양말에도 길들이 새겨져 있을까 다만 내 한쪽 양말과 양발 사이는 발레리나의 아라베스크 자세와 아라베스크라는 이름이 붙은 슈만은 피아노 소곡(작품 번호 18) 만큼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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