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starting five has never lost a series, ever."
솔직히 이번 시즌 시작하기 전에 몇몇 트레이드로 빅 4라 불렸던 사기팀들이 여럿 있었죠.
코비-가솔-바이넘-아테스트의 레이커스,
던컨-지노빌리-파커-제퍼슨의 스퍼스,
르브론-샥-재미슨-모윌의 캐벌리어스,
하워드-카터-루이스-넬슨의 매직,
가넷-피어스-알렌-론도의 셀틱스.
보통 원투펀치, 많아봤자 트리오 정도의 구성과 나머지 롤플레이어들로 짜여진 기존 우승팀들에 비하면 최근 강팀들의 전력은 더욱 두터워진 게 사실입니다. 요즘 트렌드랄까요. 노비츠키-키드-버틀러-테리(매리언)의 매버릭스? 이 정도 4인방조차 저러한 네임밸류에 끼기엔 뭔가 모자라보일 지경이죠.
하지만 막상 시즌 뚜껑이 열리고 나니 저 막강 다섯 팀 중 스퍼스와 셀틱스는 레이커스, 캐벌리어스, 매직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스퍼스는 제퍼슨이 시즌 내내 기대만큼 해주지 못했고 파커와 지노빌리는 시즌 전반기에 부상 문제로, 시즌 후반기엔 던컨이 체력 문제인지 노쇠화인지 전반기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죠. 셀틱스는 가넷, 피어스의 부상 여파로 역시 정규시즌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캐벌리어스와 레이커스는 그래도 각각 동, 서부 1위였고 매직은 리그 전체 2위의 성적이었으니 플레이오프 들어오면 캐벌리어스의 샥이나 1월 한 달 삽을 펐던 매직의 카터가 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던 게 팬들의 바람이었죠. 플레이오프를 위해 이러한 베테랑들을 영입했고 이 선수들은 플레이오프를 위한 와일드카드이다, 이런 마음가짐이랄까요.
하지만 플레이오프가 열리니 샥이나 카터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이 괜찮은 활약을 보여준 경기들도 물론 있었지만, 기대치에 비하면 한참 아래였고 캐벌리어스의 나머지 빅 2인 모윌과 재미슨, 혹은 매직의 루이스 등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참 기대에 미치지 못했죠. 레이커스는 코비가 부상 이후 정규시즌 내내 힘겨운 모습을 보이다가 오클라호마와의 5차전 이후 지금까지 살아난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무릎 수술을 미뤄놓은 바이넘은 필 잭슨의 말을 빌리면 ineffective 수준이고 아테스트도 어제 코비의 에어볼을 받아먹고 버저비터를 넣어 그렇지 공격에서 불안한 모습이죠. 슛만 들어가지 않는 게 아니라, 어제 선즈와의 경기 전반 막판에 범했던 본헤드 파울이나 공격 리바운드 이후 샷클락이 다시 24초가 되었는데 곧바로 슛을 쐈던 본헤드 플레이는 아테스트의 뛰어난 수비를 떠나 용납이 되지 않는 종류의 플레이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운이 따라줘서 버저비터를 넣었지만 어제 경기에서 레이커스가 졌으면 아테스트는 영웅이 아닌 역적이 되었을 건 보나마나 뻔한 사실이었으니까요.
여기서 오직 셀틱스만이 완벽한 빅 4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가넷의 공격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그건 가넷이 어제 아테스트처럼 9개의 슛을 쏴서 하나만 들어가고 이런 유형으로 부진한 게 아니고, 평균득점은 낮지만 넣어줘야 할 때는 넣어줄 수 있는 모습들을 꾸준히 보여줬고, 레이 알렌의 3점은 언제나 위협적이다 못해 치명적이며, 오늘처럼 뛰어난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피어스나 보스턴 홈 관중들에게 MVP 콜을 받는 론도 이 두 명은 가넷과 알렌을 넘어 올해 보스턴이 우승한다면 가장 강력한 두 파이널 MVP 후보라 할 수 있죠. 여기에 켄드릭 퍼킨스, 빅 베이비, 쉬드, 그리고 오늘 보여줬다시피 네이트 로빈슨까지...
이 팀엔 코비나 르브론급의 선수는 없지만 리그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클러치 뛰어난 피어스와 알렌에, 플레이오프 전체 기간 동안 보스턴의 내쉬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론도에 가넷이란 조합은 이번 시즌 유일한 '진정한 빅 4'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리그 최고급의 벤치까지 지니고 있으니, 진짜 약점이 없는 팀처럼 보이네요.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결과론적인 얘기 아니냐, 지금 셀틱스가 그토록 뛰어나다 하는 사람들은 왜 정규시즌 동안에는 그런 얘기를 꺼내지도 않고 르브론의 캐벌리어스와 코비의 레이커스만 얘기했느냐.
그런데 닥 리버스 본인이 한 얘기가 있죠. 정규시즌에는 피어스와 가넷의 부상으로 분명 이 스타팅멤버가 위력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위력을 떨친 적이 있다면 이번 시즌 초반 가넷이 부상으로 결장하기 전까지였는데, 그때 보스턴의 정규시즌 성적은 레이커스와 동률(23승 5패)로 리그 1위였고 이는 매직이나 캐벌리어스보다도 뛰어난 성적이었죠. 그리고 플레이오프 타임이 되자 가넷과 피어스의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리버스 스스로 얘기한 바 있습니다. 완벽한 타이밍에 셀틱스의 전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얘기죠.
즉, 지금의 셀틱스는 정규시즌을 동부 4위로 마친 4번 시드의 모습이 아닙니다. 따라서 전 지금의 셀틱스를 보고 4번 시드가 정말 눈물겨운 활약으로 기적을 만들어 캐벌리어스와 매직을 누르고 파이널에 진출한 거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그 대신, 동부 최고의 팀이 플레이오프 타임이 되어 제 전력을 갖추고 파이널에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는 거죠. 이 팀은 지난 시즌 가넷이 없었을 때 매직과 7차전까지 갔던 팀입니다. 피어스와 알렌은 지난 시즌에 비해 처지는 모습 하나 없고, 론도는 지난 시즌보다 더 발전했죠.
셀틱스가 언더독? 그 반대로, 지금 전력으로 본다면 이 팀은 지금 리그 최고의 팀인 것 같습니다. 다른 팀들처럼 네임밸류에 의지한 애초 기대와는 달리, 리그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빅 4를 갖춘 팀이니까요. 십중팔구의 사람들은 정규시즌 가넷과 피어스가 번갈아가며 부상으로 결장하거나 부상을 안고 부진한 활약을 보였을 때 더이상 셀틱스는 예전의 셀틱스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솔직히 저도 정규시즌 동안에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리그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올스타급 빅 4를 갖춘 현 셀틱스의 모습은 닥 리버스의 "This starting five has never lost a series, ever." 이 발언에 일말의 흠집도 낼 수 없어보입니다.
2008년은 빅 3였죠. 그런 빅 3도 사실 정말 찾아보기 쉽지 않은 라인업이었습니다. 조던-피펜-로드맨? 솔직히 로드맨의 네임 밸류가 있어 그렇지 로드맨이 조던-피펜 정도로 공헌한 건 아니었죠. 올라주원-드렉슬러-바클리? 이 셋도 전성기 넘어 결성되고 줄줄이 돌아가며 부상을 당하다가 제 위력을 펼쳐보기도 전에 접혔던 라인업이었고, 던컨-지노빌리-파커도 2008년의 가넷-피어스-알렌 정도는 아니었죠. 스퍼스의 빅 3가 올스타급이었다면 셀틱스의 빅 3는 전성기가 지나지 않은 Hall of Famers 그룹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셀틱스의 빅 4? 20년 이상 NBA를 봐왔지만 주전 5명 중 4명이 이 정도의 레벨인 팀은 본 기억이 없습니다. 2004년의 전당포 라인업? 말이 그렇지 말론의 부상에다가 페이튼은 이미 예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죠. 거기에 켄드릭 퍼킨스는 하워드를 1:1로도 어느 정도 제어해줄 수 있는 선수에 벤치도 최강. 진짜 사기팀이 존재한다면 지금의 셀틱스가 사기팀이자 드림 라인업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완벽해보이는 사기팀을 서부에서 올라오는 팀이 당해낼 수 있다면, 과연 어떠한 활약과 전술로 이길 수 있을지가 참 궁금합니다. 플레이오프 전만 해도 언더독 소리 듣던 셀틱스였는데 지금은 이런 셀틱스를 상대해야 하는 팀이 언더독처럼 보일 지경이네요. 분명 홈코트 어드밴티지는 레이커스나 선즈에 있는데 말입니다.
개인카페에 글을 옮겨 놓았으면 하는데 괜찮을까요??저 혼자만 가입돼 있는 카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