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전망 한달새 2조 하락
반도체 경기, 예상보다 더 꺾여
한 달 사이 증권가가 예상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1∼3월) 영업이익 전망이 대폭 악화됐다. 양 사를 합쳐 전망치가 2조 원 넘게 하락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글로벌 경기가 올 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2일 기준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1억 원으로 추정된다. 컨센서스는 기준일로부터 최근 한 달간 나온 증권사 리포트들의 전망치 평균이다. 1개월 전을 기준으로 놓았을 때의 컨센서스(2조3727억 원)보다 1조3726억 원 하락했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을 1조 원 안팎으로 예상한 가운데, 적자 전망(―680억 원·다올투자증권)까지 등장했다. 반도체(DS)부문에서만 4조 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도 같은 기간 ―2조7022억 원에서 ―3조5092억 원으로 예상 적자 폭이 8070억 원가량 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이나 PC보다 수요가 견조했던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꺾인 탓에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 83% ‘뚝’… 하이닉스는 4조대 적자 예상
증권가, 1분기 실적 악화 전망
반도체 적자폭 확대 직격탄 맞아
일부선 “경기 바닥 찍고 반등할 것”
잘나가던 정유업계도 실적 악화
5조9254억 원(3개월 전)→2조3727억 원(1개월 전)→1조1억 원(4월 2일).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예상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계속 하락했다. 지난해 12월(12월 3일∼1월 2일) 증권가에서 나온 영업이익 전망치는 6조 원에 가까웠지만 2월(2월 3일∼3월 2일)과 3월(3월 3일∼4월 1일) 전망치는 2조 원대, 1조 원대로 내려갔다. 3개월 만에 전망치가 83% 하락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여전히 1조 원 이상으로 예상하는 증권사가 많지만 지난달 30일 SK증권은 2570억 원까지 전망치를 내려 잡았다. 지난해 4분기(10∼12월)보다 94.0%나 감소한 규모다. 심지어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21일 리포트를 내면서 삼성전자가 1분기에 680억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을 예상하는 핵심 원인은 반도체 적자 폭 확대다.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영업이익 적자 전망을 1조9060억 원에서 3조3250억 원으로 수정했다. 한국투자증권도 DS부문 1분기 영업적자를 7170억 원에서 3조4710억 원으로 변경했다. IBK투자증권 김운호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수요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했다”며 “올해 1분기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재고를 보유한 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에서는 1분기 동안 주요 고객사가 가지고 있는 재고가 줄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PC용, 모바일용, 서버용 할 것 없이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 특히 PC, 모바일 침체에도 견조한 수요를 이어온 서버용 메모리 가격도 꺾이며 부담을 키웠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서버용 34GB(기가바이트) DDR4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3분기(7∼9월) 112달러, 지난해 4분기 84달러로 하락한 뒤 올해 1분기 65달러까지 떨어졌다.
SK하이닉스의 적자 전망도 점점 악화됐다. 3개월 전 평균 1조2900억 원이었던 1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1개월 전 2조7022억 원, 2일 전망 평균 3조5092억 원까지 커졌다.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에만 4조 원대 적자를 볼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4조 원이 넘는 적자를 볼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만큼 반도체 시장이 위축됐음을 보여주는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감산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가 지난해부터 감산에 들어갔고, 삼성전자도 공정 전환 등을 통한 ‘기술적 감산’ 가능성은 열어둔 만큼 공급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1년 전만 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정유업계의 실적 전망도 악화됐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306억 원으로 한 달 전 6465억 원보다 떨어졌다. 유가 하락의 영향이 반영됐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요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중간재를 다루는 LG화학과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각각 6051억 원, 7534억 원으로 한 달 전, 3개월 전보다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도 영업적자 규모가 커졌다.
홍석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