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앞 다도해 푸른 바다 속에 지리산이 있다. 그산 정상에 올라 육지쪽을 보면 본래 전라도에 있는 지리산을 바라본다(지리산정상이 보인다) 해서 '지이망산'이라고 불렀던 산인데, 언제부턴가 지이망산에서 '이'자가 떨어져 나가 그만 지리산이 되고 말았고, 그래서 지금은 모두 지리산이라고 부른답니다.
사량도는 뱀이 많다고 해서 사량도라고도 하고 윗섬과 아랫섬이 마치 짝짓기 하는 뱀과 같은 모습이라고 해서 사량도라고 한답니다. 이 사량도에 지리산이 있는지 전엔 몰랐지요. 사량도가 그렇게 낯선 이름도 아니고 (처음엔 사랑도인줄 알았음), 지리산이란 이름도.... 하지만 이름난 산의 아류 같은 것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 기억 속에 없었는지 모르지요. 하지만 사량도 지리산, 이 산은 결코 지리산에 못지 않는 명산이라는걸 알았답니다. 주로 아랫역 경상도 부산등지에서 많이 찾는 한려해상 국립공원 그 한가운데 진주처럼 빛나는 명산이더군요. 3개의 유인도와 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사량도. 그 가운데 윗섬에 높이 솟은 지리산은 푸른 파도 위에서 진주처럼 영롱한 빛을 뿜고 있었고, 이날 사량도 지리산은 다도해 푸른 파도가 아닌 인파로 몸살을 앓아야 했답니다. 등산길가에 서 있는 나무엔 산악회 이름을 매단 수많은 리본들이 이 산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가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가오치 선착장에서 사량호 배를 타고 사량도로 향한 시각은 10시 정각. 배로 대략 40분 정도 걸려서 잠자는 다도해 파도 위로 미끄러지듯 사량도 에 사뿐이 닿았다.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고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지리산을 오르는 작은 오솔길은 꽉 메어지고 말았다. 서다 가다 하기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울긋불긋 차려 입은 등산복이 단풍든 나무같아 보였고, 기암괴석 바위산을 오르면 바로 눈 아래 푸른 물결도 가라앉아 졸음에 빠져 있는 다도해에 수많은 섬들 또한 잠에 빠져 있었다. 신들린 무당이 작두 그 시퍼런 칼날 위에서 맨발로 춤을 추듯 산에 미친 산 사람들은 칼날 같은 바윗돌을 딛고 지리산 등성을 걸어간다. 전에 설악산을 등산할 적에 그 아름다운 기암괴석과 단풍에 감탄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산 속 깊이 갇힌 것 같은 답답함에 두려움이 있었는데 지리산은 능선 위에 높이 서서 푸른 바다를 굽어보고 멀리 수평선 위에 안개처럼 피어나는 물보라를 보는 것이 매우 좋다. 도무지 지루함을 모르겠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걸음을 떼어 놓을 적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바위산, 저 푸른 바다가 더욱 진한 감동으로 다가선다. 가다가 잠깐씩 바윗돌에 엉덩이를 걸치고 바다를 굽어본다. 쪽빛 하늘 아래 녹색 푸른 바다가 드러누워 있다. 바다는 깊은 잠에 빠져 고요만이 가득하다. 이건 노한 파도가 물결치는 바다가 아니라 뭍의 그림자를 가슴에 담은 명경수, 호수가 아닌가. 바위산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드디어 지리산(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390m에 지나지 않는 야트막한 산봉우리지만 눈 앞에는 저 멀리 수평선이 아득하다.
지리산 암릉 능선엔 수많은 인파들이 줄을 지어섰다. 가는 것인지 서 있는 것인지 등산인파는 긴 뱀이 되어 요동치고 있다. 사량도 지리산 산 능선은 뱀의 등뼈가 되어 움직이고 있다.
사량도는 윗섬, 아랫섬이 짝짓기 하는 모습이라니. 그래서 저 슬픈 전설이 생기게 된 것인가. 아주 먼 옛날 사량도에는 홀아비와 외딸이 살고 있었다. 어린 아이인 줄로만 알았던 딸이 어느 듯 성숙한 처녀가 되었다. 여체에 굶주린 홀아비는 어느 날, 비를 맞아 알몸의 윤곽이 선명한 딸을 앞에 두고 욕정을 참지 못해 딸에게 덤벼든다. 딸은 한사코 이를 거부하였지만 아버지의 욕정은 가라앉을 생각을 않는다. 아버지가 이성을 되찾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아버지에게 쇠가죽을 벗겨서 덮어쓰고 소 울음소리를 내면서 소처럼 기어서 옥녀봉 위로 올라오라고 한다. 욕정에 눈이 먼 아버지는 정말 쇠가죽을 둘러쓰고 소 울음소리를 내며 옥녀봉을 기어 올라오지 않는가. 이를 어쩌랴. 옥녀는 바위 위에서 천길 낭떠러지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옥녀봉 붉은 바위 빛은 그때 흘린 옥녀의 피라지만 슬픈 전설은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불모산을 거쳐서 암벽을 타고 옥녀봉을 향한다. 멀리 옥녀봉 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서 있다. 옥녀봉 높은 바위 위에서 경치를 굽어 살피는가 여겼더니 너무도 사람이 많이 밀려 제대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위험코스인 옥녀봉에 로프를 타고 올라야 했고. 옥녀봉에서 내려 올때는 로프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데, 이건 유격 훈련이다. 사량도 지리산은 가파른 암벽을 로프를 타고 오르고 또 좀체 보기 드문 급경사의 철 계단을 타고 내려 와야 하기도 한다. 지리산은 400m가 채 안 되는 낮은 산이긴 하지만 이 나라 어떤 산보다도 조망이 좋다. 푸른 하늘이 다 보이고 다도해의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뿐만이 아니라 지나온 산, 앞으로 가야할 산 전체가 다 한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칼날 같은 바위산을 타고 5시간 가량을 헤매다 보니 어느 새 하산길이다. 무릅과 다리에 피로를 느끼며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산행을 마친후 바닷가 포장집에서 낙지 해삼 돌 멍게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니 이태백이 따로 없다. 이기분 이맛을 누가 아랴
한마디로 사량도는...
산행코스가 밋밋하지도 않고 너무 힘들지도 않으며 지루하지도 않고, 단조롭지도 않습니다. 달콤하다고 표현하고 싶은 편한 길이 있는가 하면, 떨어지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불러 일으킬 만큼 쓰고도 매콤한 길도 있습니다. 산행에서 느낄수 있는 맛이란 맛은 다 느낄수 있는 사량도 능선, 산과 바다 그리고 암벽서해안 양식장 모습들을 한눈에 바라보며 최고의 산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리산에서 바라다본 항구.
사량도 산행코스인 능선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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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경남에 사는 나보다 사량도를 너무 잘 설명했네... 너무아름답고 멋진산이지 산행하면서 보이는 바다는 어땟어? 눈앞에 펄쳐진바다가 발을잡든데, 하산하니 다시오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하는 산이었는데... 여기오니 원난이 생각 안나던가요?
산행하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산과 바다의 조화가 그렇게 환상적인줄 몰랐어. 너무나 아름다운 산에 취해 원난씨 생각을 못했어. 미안... 우리 58초딩들과 또 가고 싶은산....초딩들아 시간 내서 꼭 한번 가자~
원종씨 수학선생님 맞아? 국문학을 전공했으면 더 어울렸을 것 같은데...... 사진도 멋있고 보고 읽으면서 곧 바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어. 언제 한번 시간내서 우리 친구들 함께 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