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 따라 양떼구름 흘러간 초원에
반짝 쏟아져 나오는 패랭이
잎 뜯긴 구절초, 쑥부쟁이
꽃대만 흔드는 앉은뱅이 꽃
둥글게 지평선을 감싸는 향그러운 초록빛,
모래와 먼지로 뭉쳐진 몸 서늘히 열리는 하늘 밑으로 초원은 금시 어둡게 잦아든다, 발 디딜 틈 없는 마른 풀똥 사이 황홀히 스치는 땅기운, 하늘은 두둥실 올라가고 엉키고 뒤엉키다 문득 사라지는 길, 우린 한동안 갈 길도 잊고 사방으로 달렸다, 달빛에 휘어지는 작은 개울가 하얀 겔 앞에 이르자 야크 다리 밑에서 젊은 아낙이 불쑥 일어선다, 젖을 짜고 있었을까, 바람 바뀌는 대로 굴러가는 말발굽 소리를 뒤쫓고 있었을까,
하룻밤 묵고 싶어 잔잔한 물소리 끝에 서릿발 잡히는 개울가에서 남편을 기다렸다, 초원에서 사라진 별꽃들 총총총 하늘에 되살아나는 여름밤,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아낙이 수줍게 손짓을 했지만 털옷에 몸 오그려 넣고 땅 울리는 야성의 소리에 귀기울였다,
다른 양떼 따라간 새끼 양 찾아다니다
자정 넘어 소리 없이 돌아와
별일 아니라고
초원을 향해 바람한테 말하는 남편,
초원을 향해 바람한테 듣고
묵묵히 별빛 이슬로 덮은
말똥 주워 와 불 피우고
잠자리마다 꽃무늬 담요에
새 천 깔아 주는 만삭의 아낙,
마유주 신내, 양고기 노린내, 노란 가족사진
밤새 초원의 숨결처럼 깜박이는 초롱불,
연필도 종이도 없고
기웃거리는 말 한 마디 비치지 않는 적요(寂寥),
아낙은 잠결에도 한데로 향해 있다,
꿈속에선 별일 없이 새끼 양 달래어 돌아오고 있을까,
동이 터도 남편은 한데에 말 옆에 잠들어 있다, 술내로 온몸 밀봉한 채 담요 한 장 안 두르고, 허공에 왔다갔다하는 독수리 그림자로 간간 햇빛을 가리우고, 이른 아침 초원을 깨우는 야생화와 부드러운 바람결에 몸 녹이면서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끊임없이 울려 오는 말발굽 소리를 가슴으로 울려 받아 초원에 되돌려주고, 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안다는 듯 웅크렸다 뒤척이다 개울가로 굴러 풀섶에 깃들인다,
탁 트인 산간 고원을
풀들 양떼들 다시 흐르고
은은히 산 속에서 초원으로 흘러드는 물, 풀뿌리 스치고 새 발자국 찍힌 물, 개구리 잠기고 뱀 건너가는 물, 타르왁이 마시고 목마른 자 엎드려 눈감고 마시는 물
그늘진 얼굴
땡볕에 그을려 씻고
아낙은 먼데서 걸어와 물 길어가듯
흙내 가라앉는 개울가에 쪼그려 앉는다,
물 밑바닥에 보글거리는 물방울 섞어
풀빛 몰아 온 물살 한 바가지
뭉클거리는 흰 구름 한 바가지
찰랑 넘치지 않게 물 한 통 길어
겔 가까이 돌무더기에서 빨래하고
남은 물을 멀리 흩뿌린다,
흘러온 물 푸르게 초원 끝까지 흘러가라고
일렁이는 물 속에 온갖 생명붙이 비춰 보고
지평선 넘나들다 햇빛 일제히 쏠려가는 그 어디
봄집에서 여름집으로 뒤처져오는 목민을 위해
이름도 목소리도 모르는 강가 원주민을 위해
아낙은 먼데로 물 길어가듯
개울에서 물 한 통 길어다 찻물 끓이고
굽혀진 몸 환하게 여는 태아의 미소까지
갓 핀 빛살무늬 물소리에 울려 보낸다,
풋풋한 바람 속에
물 흐르는 듯 번져가는 아득한 초원,
물 흐르는 듯 서 있는 만삭의 아낙,
첫댓글당신의 그림 엽서에 내리는 얼음눈을 맞으며 원주민 민박집까지 걸어간 사람은 a였고, 당신에게 엽서를 부친 사람은 b겠져? dontworry님은 누구에게도 오리털 파카를 받지 않았고요? ^^; 잘 지내져? 그런데 대철아저씨가 dontworry님 미워하겠다. 시집 안 사도 되게끔 이렇게 다 올려놔서..
첫댓글 당신의 그림 엽서에 내리는 얼음눈을 맞으며 원주민 민박집까지 걸어간 사람은 a였고, 당신에게 엽서를 부친 사람은 b겠져? dontworry님은 누구에게도 오리털 파카를 받지 않았고요? ^^; 잘 지내져? 그런데 대철아저씨가 dontworry님 미워하겠다. 시집 안 사도 되게끔 이렇게 다 올려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