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서울 소재 IT(정보기술) 중소기업에 취직한 28세 김성훈씨(가명). 월급통장을 확인할 때마다 눈앞이 캄캄하다.
매달 210만원씩 받는 월급에서 △오피스텔 전세대출 이자 50만원 △학자금 대출 상환 30만원 △오피스텔 관리비 12만원 △휴대폰 및 인터넷 요금 10만원 △교통비 20만원이 꼬박꼬박 빠져나간다. 여기에 식비로 30만원, 경조사비 등으로 20만원 정도 쓰고 나면 잔액은 고작 30여만원.
부모님은 "취업했으니 이제 결혼하라"고 하지만, 매달 혼자 생활하기도 빠듯한 김씨에게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사치일 뿐이다. 물론 시쳇말로 '썸'을 타는 상대는 있다. 하지만 데이트 비용 걱정에 생각을 접었다.
게다가 연애할 시간도 없다. 팀에서 아직 막내여서 이것 저것 잡무를 처리하다보면 밤 10시를 넘기기 일쑤다. 워낙 피곤에 절어 있다 보니 주말에는 "돈 쓰느니 차라리 잠이나 자자"는 생각이 앞서 친구도 안 만난다.
결혼은 아예 엄두도 못 낸다. 신혼집 하나 마련하려면 전세대출을 받더라도 현금 1억~1억5000만원은 있어야 할텐데, 지금 월급으론 까마득하다. 그렇다고 부모님도 결혼할 때 보태줄 형편은 안 된다. 연애·결혼·출산에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4포세대' 김씨는 그저 하루 하루 살아갈 뿐이다.
# 대기업에서 은퇴한 63세 이종문씨(가명)는 매달 108만원씩 국민연금을 받는다. 원래대로면 매월 110만원 넘게 받아야 하지만, 국민연금 조기수령을 신청해 앞당겨 받으면서 조금 깎였다.
퇴직금으로 자녀들을 결혼시킨 이씨에겐 지금 살고 있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50평대 아파트가 전 재산이다. 매달 아파트 관리비만 55만원 정도 나오고 부부 2명의 식비와 경조사비로 50만원 가량 쓰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이씨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2년 뒤부터는 아파트를 담보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어서다. 아파트 시세가 6억원 정도 되는 만큼 종신지급 방식을 선택하면 65세 이후 월 160만원의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2년 뒤엔 무료 교통카드도 받는다. 지하철, 버스 등 교통비 들어갈 일이 없다. 안과 질환과 치매가 없는 지 무료로 검진을 받을 수 있고, 노인성 질환이 있으면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씨는 앞으로 건강 상태에 따라 크게 병원비 들어갈 일만 없다면 아내와 한번씩 여행도 다닐 생각이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우리나라의 공식 청년 실업률은 8%였다. 그러나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에 의뢰해 받은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활용한 청년실업률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과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 등을 실업자로 분류한 '체감 청년 실업률'은 22.5%에 달했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입사 연령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초혼도 늦어진다. 올해 기준으로 평균 초혼 연령은 여성은 30.7세, 남성은 32.8세다. 2004년에 비해 여성은 2.4세, 남성은 1.9세 늦어졌다. 고용시장의 약자인 청년들의 낮은 처우와 높은 주거비 탓에 좀처럼 결혼을 위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도 결혼이 늦어지는 이유다. 이는 곧 출산율 저하로 이어진다.
문제는 만혼과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가 노인들을 부양할 수 있는 기반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고령화 추세대로 간다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현재 8명에서 2060년엔 1.2명으로 줄어든다. 결국 '세대공멸'로 가는 셈이다.
김씨는 "월급에 비해 턱없이 비싼 집값과 전셋값 때문에 결혼은 꿈도 못 꾸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느냐"며 "노인들을 부양해야 할 청년들이 결혼도 못 하고 나가 떨어지면 노인들의 미래도 불안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