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숨은 명산
경산 선의산(756.4m)
남천면의 주산이자 경산의 진산
도성사서 원점회귀 가장 편해...청도 용각산까지 종주도 인기
산에는 향이 있다. 그 향은 산마다 다르다. 더덕 특유의 향은 산나물을 찾는 등산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아카시아꽃이 피기 시작할 때 산은 아카시아 향으로 뒤덮인다. 밤나무가 많은 산에서는 야릇하고 비릿한 향이 진동하고... 갖가지 은은한 향이 어우러지면 산행의 피로는 한결 줄어든다.
경산 남천면 송백리, 도성사가 있는 선의산 들머리에는 유난히 야생 산초나무가 많다. 한숨씩 들이킬 때마다 찌릿한 산초향이 콧속으로 밀려든다. 산초나무 특유의 강한 향이 코를 찌른다.
'남천면의 주산으로 쌍계산이라고도 하며 선녀가 하강하여 춤을 추는 형상이라 하여 선의산이라 이름 하였으며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이곳의 정기를 받으면 8정승이 태어난다는 설화가 있다. 산의 정상에는 용정이라는 샘이 있어 가뭄이 심할 때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올리기도 했다'
선의산 정상 표지석에 적힌 글귀다. 경산시 남천면과 청도군 매전면을 가르는 선의산은 남쪽으로 청도 용각산과 연결되며 최근에는 이 두 산을 잇는 종주산행도 인기다. 경산과 청도쪽 들머리를 합쳐 대략 10군데에서 접근할 수 있으며 크게 대여섯 코스에 이른다. 그중 원점회귀가 가능하고 등산로 정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곳이 송백2리 도성사 기점 코스다.
일제 쇠말뚝 뽑은 표식 눈길
칠월의 꽃 수국이 활짝 핀 도성사 입구. 경산시에서 설치한 등산로안내도가 세워져 있고 그 옆으로 난 돌계단을 따라 오른다. 이정표는 '선의산 3.3km'를 나타낸다. 오솔길 치고는 제법 폭이 넓다 싶은 길을 10여분 가파르게 올라서니 능선에 닿고 예상대로 수풀에 둘러싸여 가려진 무덤이 있다.
길은 반듯하고 부드러우며 기복 없이 아주 완만하게 고도를 높여간다. 30도가 넘는 더위지만 울창한 숲 그늘에 바람이 불어주고 적당한 곳에 벤치가 있어 다리쉼을 하며 간다.
송전탑을 지나 벤치가 나오더니 곧 이정표가 보인다. 원리오하 연결되는 길인데 마을가지 2km다. 또 송전탑이 나오며 벤치를 연달아 지나자 다시 갈림길에 닿는다. 장기등골을 타고 가다 하도리 소원사와 원리 불지사로 갈라지게 되는데 각각 3.5, 3.1km 거리에 있다. 선의산까지는 1km가 채 남지 않았다.
"이정표에 나와 있는 거리가 상당히 정확한 것 같은데요. 제가 보고 있는 GPS 거리계와 거의 일치하는 걸로 봐서는 경산시에서도 일일이 GPS로 측정한 값을 표시한 것으로 보이네요."
며칠 전 찾았던 남산면의 삼성산과는 확연히 구분된다고 덧붙였다. 삼성현의 고장, 경산을 상징하는 산임에도 불구하고 거리가 아닌 소요시간을 적은 오래된 이정표 두세 개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갈림길에서 10분쯤 가니 에상치 못한 목재계단이 있는데 아이젠 자국이 없는 걸로 미뤄 최근에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계단을 다 올라서면 정상이다.
삼성산과 마찬가지로 선의산의 유래가 적힌 표지석이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1994년 자연석으로 세운 정상석도 있다. 그리고 '쇠말뚝 뽑은 곳'이 있다. 길이 1.5km, 지름 15mm 크기의 쇠말뚝을 1990년 8월에 뽑고 '일제 만행'임을 적은 표식을 해놓았다. 송백리 주민 4명의 증언에 따라 경산시에서 제거한 것이다.
정상부에는 전망데크도 깔아놓았다. 비슬지맥이 남쪽으로 이어지는데 5km 거리의 용각산(697.4m)이 우뚝 솟아있다. 남서쪽으로는 청도 남산 등 청도군 일대가 어렴풋이 보인다.
"들머리 찾기가 어렵고 접근하는 게 좀 불편해서 그렇지 산은 맘에 드는데요. 그다지 힘들지 않은 데 비해 꽤 높은 산에 온 느낌인데 산책하기 딱 좋은데요. 주말인데 사람도 없고. 이런 산이 제가 사는 뒷산에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최연주(대구 달서구)씨는 처음 찾은 이 산이 기대했던 것보다 무척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슬지맥 밟으며 선 정상, 청도를 굽어보다
바람 잘 부는 정상 옆의 큰 바위에 기대어 다리쉼을 한 뒤 동북쪽 능선으로 내려선다. 10분쯤 가니 갈림길이다. 가던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가면 신방리 잉어재로 가게 되고 하산은 금정골로 내려선다. '도성사 3km'.
하산길 또한 오름길처럼 유순하게 나있다. 20분 뒤 송전탑이 나오고 또 5분 뒤 송전탑이 나오는데, 이 송전탑은 오름길에 있었던 송전탑 2개가 각각 연결된다. 오름길과 달리 갈림길이 없지만 도성사까지 남은 거리를 확인시켜주는 이정표 두 군데를 지나고 봉분이 있는 무덤을 거쳐 급하게 내려서니 경주 최씨 집안의 대규모 납골묘가 나온다. 그 옆 나대지에는 원형테이블이 놓여 있다.
의자에 앉으니 산행 시작하기 전부터 코끝을 자극했던 산초향이 가득 퍼진다. 가만보니 앉은 자리 바로 옆에 산초나무가 몸에 밴 땀 냄새를 일순간에 잠재우고 특유의 찌릿한 향으로 주위를 덮어버린다. 이곳에서 도성사 주차장까지는 5분 남짓.
선의산은 고향이 이쪽인 기자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다시 찾을 만한 산이다. 다른 여러 코스가 궁금하므로.
*산행길잡이
도성사-(30분)-원리 갈림길-(30분)-하도리 갈림길-(20분)-정상-(10분)-신방리 잉어지 갈림길-(45분)-납골묘-(5분)-도성사
다양한 코스 매력인 남천 발원지 선의산
경산시 남천면과 청도군 매전면을 가르는 선의산 산행코스는 5~6개로 다양하게 연결해 코스를 잡을 수 있다. 가장 쉽고 편한 코스가 송백리 도성사 기점 원점회귀 1코스다. 2코스는 현리를 기점으로 불지사에서 장기등골을 타고 정상으로 가거나 불지사 맞은편 능선으로 올라 1코스와 합류하는 길이고 3코스는 신방리 잉여재를 들머리로 한다. 4코스는 하도리 소원사 뒤편 능선으로 올라 장기등골로 이어진다.
이밖에 청도쪽에서는 덕산리 두실마을을 거쳐 임자골로도 오를 수 있다. 용각산~선의산 종주코스의 들머리는 곰재나 곰실마을 등지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주코스의 경우, 도성사로 접근하는 길이 다소 까다롭다. 남천면소에서 자인, 용성 방향으로 4km쯤 가다가 송백, 신방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2km 가량 들어가는데 도로변 마을 표지석이 있는 송백2리가 들머리다. '송백길'로 들어서 곧 마을회관이 나오면 우회전한다. 시멘트 포장된 소형차로를 따라 가다보면 작은 크기로 전봇대에 '도성사' 알림판이 붙어 있고 길이 왼족으로 꺾어지면 계속 직진해 들어간다. 925번 도로변에서 도성사주차장까지 2.2km. 한편, 도성사 들머리인 송백리는 영순 태씨 후손들이 임진왜란 이후 400여년 집성촌을 이루고 살고 있는 마을이다.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농촌마을로 소나무가 많아서 예전엔 송천으로 불렸다.
*교통
경산이 기점이다. 경산역 광장에서 나와 왼족으로 돌면 서부동사무소가 있다. 동사무소 앞에서 '남천 1번' 버스(06:20, 06:55, 07:44, 09:05, 10:10, 11:04, 12:52, 13:58, 15:06, 17:52, 18:39, 19:35, 20:35)를 이용한다. 신방리 종점 전 송백2리까지 12.7km이고 25개 정류장을 거친다. 송백2리 버스정류장에서 도성사까지는 걸어서 30~40분 걸린다.
*잘 데와 먹을 데
경산시에서 25번 국도를 타고 가다 백천지구를 지나면 남천면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석정온천관광호텔(053-814-2580)이 있다. 맥반석지대에서 용출되는 온천수를 자랑하는 석정온천은 건물 위로 대구부산고속국도가 지나며 건물 주변에 삼계탕, 칼국수, 장어 등 다양한 메뉴의 음식점들이 있다.
*볼거리
도성사 경내의 범종 옆에 수바위가 있다. 그 위로 계곡을 따라 200여m 위에는 암바위가 있는데 절 앞의 도로를 따르다 왼족으로 난 소로를 따라 계곡을 건너면 여성을 상징하는 바위가 보인다.
글쓴이:허준규 기자
참조:선의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