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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살인 사건과 침묵한 38명의 증인들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p97)
사건이 벌어진 것은 1964년 3월 13일 금요일, 그러니까 실제로 13일의 금요일이었다. (중략) 제노비스라는 한 여성이 지배인으로 일하던 술집에서 야간 당번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중략) 나중에 윈스턴 모즐리라고 신원이 밝혀진 남자가 그녀의 등에 칼을 깊숙이 찔렀던 것이다. (중략) 그녀가 분명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머 세상에, 이 남자가 칼로 날 찔렀어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러자 동네 사람들 집에 불이 켜졌다. (중략) 어떤 사람이 아래로 내려오는 대신 "그 여자를 내버려 두시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중략)
그러자 아파트의 불빛이 꺼지기 시작했고, 거리는 조용해졌다. (중략) 그는 칼로 다시 그녀를 난도질 하기 시작했다. (중략) 제노비스는 다시 소리를 지르고 또 질렀다. 몇 분이 흘렀다. 아파트에서 또 다시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중략) 모즐리는 다시 도망을 갔고, 제노비스는 간신히 몸을 이끌고 자신의 집이 있는 아파트 건물 복도 안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하지만 몇 분 후에 또다시 모즐리가 찾아와 작업을 끝내기 시작했다. (중략)
살인 사건은 새벽 3시 15분에서 50분까지 약 35분 동안 일어났다. 세 차례에 걸쳐 연속적으로 벌어진 이 사건은 도움을 청하는 비명에 중간 중간 끊겼다. 집 안 전등을 켜고 구경을 한 사람들은 이 사건을 목격하고 소리를 들었지만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한 여성이 칼에 찔리고 쓰러지는 것을 창가에서 구경만 한 사람들은 모두 38명이었다. 사건이 끝나고 한 명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그녀의 목숨은 이미 끊긴 후였다. (중략) (이 사건은 이렇게 저렇게 얘기되며, 달리와 라타네는 이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험을 실시한다.)
(실험은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이루어 졌다. 그리고 결과는 이랬다.) (p105)
달리와 라타네의 실험에서 가짜 발작은 제노비스 살인 때와 마찬가지로 총 6분 동안 지속 되었다. 그동안 학생들은 생각하고 행동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실험 결과, 대다수의 학생들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중략)
(p108)
사람들의 반응이 집단 크기와 너무나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발견한 달리와 라타네는 자신들이 '책임감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이라고 이름 붙인 현상을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 즉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적어진다는 것이었다. 군중들 사이에서 책임감이 공평하게 나누어지기 때문이었다. (중략) (p107)
달리와 라타네는 피실험자들이 무관심 때문에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 아니라고 가정했다. 오히려 그들은 대응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사이에서 갈등하고 우유부단해하는 상태였다. 대응을 하지 않은 피실험자들이 보인 감정적 행동은 다른 피실험자들이 대응을 함으로써 해결했던 그 갈등 속에서 끊임없이 괴로워했다는 신호였다.
(p108)
나는 그 심정을 이해한다. 아마 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누더기를 걸친 한 남자가 거리에 쓰러져 있다고 하자. 심장 마비일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일까? 술에 취한 부랑자일까? 어쩌면 그 사람은 누군가의 동정 어린 도움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또는 그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시장에서, 대중 광장 앞에서 창피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의심한다. 우리 스스로 말이다. (p109)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갈수로 이야기가 이상해 진다. 달리와 라타네의 발견에 따르면, 우리가 남을 돕지 않는 것이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다른 구경꾼들의 존재 때문이라니.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정작 우리 자신이라면 어떻게 되는가? 우리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에 빠져 있다면 적어도 나만은 자신을 위해 행동하지 않을까?
(p110)
달리와 라타네의 두 번째 실험은 구멍이 뚫린 방에서 이루어졌다. 두 심리학자는 배우 역할을 맡을 두 명의 대학생과 아무것도 모르는 피실험자 한 명을 모집했다. 그리고 한 방 안에 세명의 대학생이 모여앉아서 대학 생활에 관한 설문지를 채우도록 했다. 실험이 시작되고 몇 분 후 두 명의 심리학자는 방 안의 구멍 사이로 인체에 무해한 가짜 연기를 흘려보냈다. (중략) 피실험자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갈수록 짙어지는 연기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한 공범자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당황스러워하며 설문지를 다시 채워나갔다. 몇 명의 피실험자들은 구멍에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고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공범자들의 얼굴을 쳐다본 후에 다시 자리로 돌아가 설문지를 채웠다.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일부 피실험자들은 구멍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지만 공모자들은 어깨를 으쓱 올리며 질문을 무시해버렸다. (중략) 실험이 끝날 때까지 연기가 난다고 보고한 사람은 단 세 명뿐이었고, 그 나머지 학생들은 전혀 보고를 하지 않았다. 보고를 하지 않은 피실험자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증거보다 공모자들의 사회적 신호를 토대로 이 비상 사태가 인체에 무해한 에어컨의 오작동으로 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략) (p110)
이제부터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 (중략) 달리와 라타네가 피실험자 단 한 명을 연기 나는 방 안에 두고 실험을 했을 때는 모두다 그것을 비상 사태로 파악하고 그 사실을 '당장' 보고했다.
(p110)
(중략) 인간은 대열을 무너뜨리느니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존재라는 것, 생존보다 사회적 예절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말이다. (중략) 매너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욕정보다 강하고, 두려움보다 원초적이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 혹은 믿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가 참이고 진실일까?
이책을 읽으면서 내내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이며 비인간적인 실험들을 통해 인류가 얻어낸 것들이 위대하다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스키너는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실험을 위해 무수한 동물들을 작은 상자에 가두고 먹이를 주며 종을 울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처벌을 가했거나 했을 것이다. 그에 따르면 보상(칭찬)은 행동을 강화하게 만들어 주지만 처벌은 행동을 소멸시킨다고 한다. 이에따라 많은 교육적인 부분에서 아이들을 처벌보다는 칭찬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했다.
스탠리 밀그램은 가짜 전기 충격 기계를 만들고 실험자들이 어느정도까지 권위에 복종하는가를 실험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기 충격에 휩싸인 사람의 절규를 들으면서도 기계적으로 최종단계의 스위치를 눌렀다고 하며 이 사람들을 반항적인 사람과 순종적인 사람으로 나누었고 이 사람들이 어떤 권위보다는 상황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달리와 라타네는 엽기 살인 사건에 38명이나 되는 증인들이 모두 침묵한 것은 그들이 비양심적이거나 비도덕적인 사람들이라서가 아니라 집단의 경우와 소수의 경우를 나누어 실험을 하였다. 이 경우 도움을 주는 경우는 사건을 목격하고 그 사건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하며 행동을 결정해서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리 할로는 새끼 원숭이들을 상대로 금속 재질의 가짜 어미보다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가짜 어미를 더 선호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제대로 성장했다고 믿었던 원숭이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고 폭력적이었다. 억지로 임신을 시켜서 새끼를 낳았으나 대부분 새끼 원숭이를 죽였다. 이 실험을 통해서 영유아기의 아기들에게 엄마의 사랑과 스킨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해주었다.
레온 페스팅거는 인간의 마음속에서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 대립을 일으킬 때, 적절한 조건 하에서 자신의 믿음에 맞추어 행동을 바꾸기보다는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정하는 동인을 형성한다는 것을 종말론자들 틈에 들어가 알아냈다.
데이비드 로젠한은 제정신으로 정신병원에 들어가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병 환자와 정상인을 얼마나 잘 구별하는지 실험해보았다. 로젠한의 실험은 우리가 투과하는 렌즈에 따라 세상이 언제나 왜곡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내면을 가진 존재이고 주관성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알게 해주었다.
브루스 알렉산더는 중독의 본질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쾌적한 환경에서의 쥐들은 마약을 주어도 먹지 않았고 불우한 환경에 있는 쥐들은 마약에 중독되었다. 환경에 의해 약물 중독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가짜 기억을 사람들에게 이식시켰을 때 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는데 그들은 가짜 기억을 진짜 기억처럼 생생하게 말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에릭 칸델은 더 앞서 기억의 메커니즘을 발견하였다.
마지막으로 '드릴로 뇌를 뚫다'에서는 뇌엽 절제술이나 대상속 절개술을 시술하는 정신과 의사들의 실험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하지만 그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이 수술을 하게 만들고 있다.
이상의 10가지 심리 실험에 대하여 나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다. 이런 비인간적인 실험들로 죽어간 동물들이나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도 별로 없었다. 그저 이런 이론이 있다. 그저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그런 종류의 얄팍한 지식이 고작이었는데 이 책을 만나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해본다. 과연 이 세상의 인간들의 심리를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또 얼마나 더 많은 동물들과 사람들의 희생이 뒤따라야 하는 걸까? 이런 실험들이 뒷받침이 되어서 인류가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걸까?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에서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있다.
주변인 효과 공동책임, 무책임과 같아 타인의 존재가 그 이유 한 여인이 밤늦게 직장에서 귀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집에 들어서려는 순간 노상강도로 보이는 한 남자가 칼을 들고 그녀를 습격했습니다. 놀란 그녀는 도망가면서 도와달라고 소리쳤습니다. 습격자는 그녀를 쫒아가 칼로 찔렀습니다. 인근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몰래 엿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를 돕지 않았습니다. 경찰의 출동도 없었습니다. 결국 30여분의 저항 끝에 그녀는 살해당했습니다. 인근에 살고 있던 주민들 중 38명은 나중에 자기들이 그녀의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도와주러 나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경찰에 전화 건 사람조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경찰에 신고된 것은 그녀가 사망한 지 20분이 지나서였습니다. 경찰이 출동하고 앰뷸런스가 그녀를 실어갈 때조차 누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1964년 뉴욕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희생자의 이름을 따 키티 제노베스 사건이라고 하는 이 사건은 일반인의 상식과 너무나 어긋나서 당시의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사회문제 전문가들은 도덕적 타락과 소외의 결과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타인들의 존재가 돕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사람들이 더 많이 있을수록 어떤 한 개인이 도움을 제공할 가능성이 더 적으며, 또 도움을 제공하기까지의 시간도 더 길어집니다. 이것을 주변인 효과(bystander effect)라고 합니다. 주변인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책임의 분산과 상황의 모호성 때문입니다. 책임의 분산은 다른 누군가가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어떤 사람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주위에 여러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 도와주겠지 하는 마음이 생겨 결과적으로 아무도 도와주지 않게 됩니다.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있을수록 각자에게 돌아가는 책임의 양은 상대적으로 더 줄어들게 되니까요. 그래서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상황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기 때문에 주변인 효과가 발생합니다. 두 사람이 다투고 있는 것이 범죄 상황인지 아니면 형제간의 말다툼인지 잘 판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그 상황이 정말 자기가 끼어들어 도와주어야 할 긴박 상황인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도와주지 않는 것을 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도 어떤 학생을 돕는 등 반 전체가 어떤 일을 공동으로 할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예컨대 “A학생을 도와주라”는 식으로 막연히 이야기하면 주변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도와줄 사람이 여러 명 있는데다 왜 도와주어야 하는지 상황을 제대로 모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주변인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와줄 학생들을 지명하여 책임을 부과하고 왜 도와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함으로써 상황을 명료하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한편, 주변인 효과 외에도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보다는 손해가 더 클 때 도와주지 않습니다. 위급 상황에 개입하게 되면 자신이 신체적으로 해를 입을 수도 있고, 나중에 증인의 신분으로 경찰서에 불려가야 하는 등 여러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그래서 애써 그런 상황을 못 본 것처럼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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